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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올드카

조회수 2020. 2. 10.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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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부터 75년까지 나온 피아트 누오바 500
탄생 50주년이었던 2007년 지금의 500 데뷔
피아트 누오바 500(1957~1975년)


피아트(FIAT)에 있어서 500, 즉 친퀘첸토(Cinquecento)는 정말 각별한 존재다. 500의 이태리어가 친퀘첸토로, 우리가 흔히 아는 올드 500(1957~1975년)은 보통 1957년에 나온 누오바(New) 500을 가리킨다. 그러나 피아트의 첫 500은 1936년 초대 토폴리노(Topolino)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500이란 이름을 쓰는 피아트는 2007년 이래 지금도 나오고 있다. 중간 중간 맥이 끊어지기는 했지만 어쩌면 500은 자동차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차명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다.

피아트 500 토폴리노(1936~1948년)

1936년에 나온 500 토폴리노. 사실 원조 500은 이 모델이다


피아트 500(친퀘첸토)의 역사는 1936년 등장한 초대 토폴리노로 시작된다. 생쥐라는 뜻의 토폴리노의 이름은 디자인에서 유래되었다. 생쥐의 앞니를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귀처럼 생긴 검은색 펜더는 영락없는 이태리판 미키마우스의 모습이었다(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미키마우스를 토폴리노라고 부른다).


1899년 탄생한 피아트는 사회주의적인 기질이 강했던 창업자 조반니 아넬리(Giovanni Anelli)의 영향으로 고급차보다는 서민을 위한 값싼 차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태리에 본격적으로 소형차 시대를 연 것이 바로 1936년에 데뷔한 500 토폴리노다. 디자이너는 당대 최고로 꼽히던 단테 지아코사(Dante Giacosa). 그는 1905년 이태리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로, 자신의 이름보다 디자인한 차로 더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토폴리노의 디자인과 생산을 맡아 이 차를 오스틴 7, 폭스바겐 비틀, 로버 미니, 시트로앵 2CV 등에 버금가는 소형 명차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붕을 열 수 있었던 500 토폴리노


지아코사는 차를 최대한 작게 만들면서 두 명이 탈 수 있고 짐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엔진은 크기가 작아 엔진룸의 3분의 1 정도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승객을 위한 레그룸으로 쓰였다. 디자인의 초점은 경량화. 이를 위해 차체를 최소 사이즈로 만들고 힘을 적게 받는 섀시 중간 부분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덜었다. 또한 차체 강성을 높이고, 충돌 때 승객 보호를 위해 피아트 항공기 엔진 파트에서 기술을 들여와 강성이 우수한 엔진 마운트를 만들었다.

500 토폴리노는 가벼운 초소형 2인승 미니카였다


엔진은 수랭 4기통 569cc 13마력으로 최고시속 85km를 냈다. 실내공간을 넓히기 위해 앞 차축을 앞쪽으로 밀었고 이 때문에 라디에이터는 엔진 뒤에 놓였다. 4단 수동기어를 뒤 차축에 달고 서스펜션은 가로배치 리프 스프링과 오일식 쇼크 업소버를 썼다. 토폴리노는 가벼운 차체와 뛰어난 달리기 성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48년까지 12년 동안 12만 대가 넘게 팔렸다(모델 C까지 합치면 55년까지 50만 대 이상 판매).

피아트 누오바 500(1957~1975년)

1957년에 데뷔한 누오바 500


토폴리노에 이어 피아트는 50년대 중반 소형차 개발에 들어가 1957년 누오바 500을 만들었다. 누오바는 영어의 ‘뉴’(new)를 의미한다. 이태리 자동차 산업이 일시적인 침체에 빠져 있을 때 누오바 500은 리나쉔테 백화점이 주는 유명한 ‘황금 콤파스’ 상을 수상하면서 60년대 소형차 붐을 다시 일으켰다. 

피아트 소형차 전성기를 연 500


첫 세대와 비슷한 크기의 누오바 500은 길이가 채 3m도 안 되고 너비와 높이도 1,320mm에 불과했다. 토폴리노와 마찬가지로 단테 지아코사가 디자인을 맡았다. 누오바 500은 엔진을 뒤에 얹음으로써 작은 차에 어른 4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앞 트렁크는 스페어타이어, 연료탱크와 짐 공간으로 채웠다. 479cc 13마력의 작은 엔진은 4단 수동변속기와 조합됐다. 최고시속 88km, 연비는 거의 22km/L에 이르러 경제성에서 따라올 차가 없었다.

이태리의 국민차로 사랑받은 피아트 500
작지만 엔진을 뒤에 얹고 성인 4명이 탈 수 있었다


소형차이지만 네 바퀴 독립 서스펜션과 일체형 보디 등 기술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었다. 사이드 패널과 도어 프레임을 모두 하나의 철판으로 찍어낸 일체형 보디는 그 당시 매우 앞선 기술이자 자동차 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누오바 500은 개발 컨셉트에 맞게 달리기에 관련된 장비 외에는 불필요한 장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다못해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속도계밖에 없었다. 연료 게이지도 없고, 연료탱크의 4분의 3 정도가 비면 경고등이 들어왔다.

MPV의 선조로 꼽히는 피아트 600 물티플라(1955~1960년)


한편 누오바 500에 앞서 비슷한 모양의 600(세이첸토)이 1955년에 먼저 나왔다. 누오바 500은 사실 이 세이첸토를 축소한 경제형 모델이었던 셈. 그러나 이 차보다는 가지치기 모델이자 MPV의 선조로 꼽히는 600 물티풀라(Multipla)가 더 유명하다. 보닛이 없는 원박스 타입의 6인승 소형차 물티플라는 뛰어난 연비와 실용성으로 이태리 전역에서 상용차로 높은 인기를 얻었고, 로마나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서는 택시로도 활약했다.

왜건 버전인 500 지아르디니에라. 500 기본형보다 오래 생산됐다


누오바 500은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았다. 499cc로 배기량을 키우고 출력을 21마력으로 높인 스포츠 버전(1958~1960년)은 최고시속 105km를 냈다. 또한 루프 전체가 뒤로 열리는 초기의 슬라이딩 방식 컨버터블과 달리 운전자 위쪽만을 오픈 톱으로 설계한 버전을 더했다. 60년에 선보인 왜건형 지아르디니에라(Giardiniera)는 화물공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을 얹어 겉보기와 달리 200kg의 짐을 실을 수 있었다. 이 모델은 단종된 뒤에도 2∼3년간 아우토비앙키의 이름으로 생산되기도 했다.

500F부터 요즘의 승용차처럼 도어 방식이 바뀌었다


1965년에 나온 500F부터는 경첩이 뒤에 있어 일명 ‘자살문’이라 불렸던 도어의 경첩을 앞으로 옮기고 도어 안쪽에 숨겨 안전성을 높였다. 67년에 나온 500L은 리클라이닝 시트와 카펫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누오바 500의 마지막 모델인 500R은 피아트 126의 엔진과 플랫폼을 갖다 썼다. 이밖에 컨버터블 등 스페셜 모델도 선보였다. 특히 아바르스(Abarth)가 튜닝한 695 SS(1964~1971년)는 최고시속 140km를 내는 고성능 버전으로 이름을 떨쳤다. 누오바 500은 1975년까지 모두 389만 대 이상이 생산되었고, 후속은 126이 물려받았다. 

같은 500이란 이름을 쓰면서도 방계로 분류되는 친퀘첸토


피아트 500의 역사에는 직계가 아닌 방계 모델이 하나 있다. 1991년에 나온 친퀘첸토(500)가 그것. 이 모델은 700cc 엔진을 쓴 소형차이지만 스타일링이 모던하고 이태리 국내가 아닌 폴란드에서 생산되어 누오바 500의 후계차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점이 많았다. 126 후속 모델에 500의 이름을 다시 붙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던 피아트의 마케팅이었다.

신구 500의 크기를 비교해보시라~
요즘의 500C도 작은 차인데...


한때 이태리를 넘어 유럽 소형차 시장에서 맹활약했던 피아트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극심한 부진이 계속되었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다시 500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4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트레피우노(Trepiuno)는 50~60년대 누오바 500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고픈 피아트의 염원을 담은 컨셉트카였다. 이 차는 2007년 피아트 누오바 500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며 뉴 500으로 정식 데뷔했다.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500이 바로 이 모델이다. 피아트는 500을 BMW의 미니(MINI) 브랜드처럼 키우고자 했고, 그 결과 500과 500C를 시작으로 500X, 500L 등의 가지치기 모델을 더해지만 안타깝게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미니만큼의 위상을 꿰차지는 못하고 있다.

피아트 500 올드카의 인기는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하다
올드 500에 열광하는 사람들


글 오토티비 편집팀 사진 피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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