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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이머의 영원한 재간둥이, 클래식 미니

조회수 2020. 1. 6. 1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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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태어나 2000년까지 생산
내년이면 탄생 60주년 맞이하는 인기 올드카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자동차는 올드카가 되었을 때도 대중성을 띤다. 희소성으로 소수만이 향유하는 값비싼 클래식카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차들이 시간이 흐른 후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올드카가 되지는 않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차들이 얼마나 많은가.


열렬한 지지층을 가진 대중적인 올드카를 꼽으라면, 영국의 오스틴 미니와 독일의 폭스바겐 비틀, 프랑스의 시트로엥 2CV, 이탈리아의 피아트 500 정도를 들 수 있다. 이들 중 미니와 비틀, 500은 각각 레트로 디자인의 신형들이 나와 오리지널 모델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뉴 비틀은 이제 단종될 예정이고 피아트 500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올드 미니와 비교하면 요즘의 미니는 빅사이즈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그런 면에서 클래식 미니(MINI), 흔히 말하는 오스틴 미니는 BMW 아래에서 나온 뉴 미니와 함께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형님도 아우도 모두 사랑받고 있는 셈. 1950년대 말에 탄생해 20세기를 풍미했던 클래식 미니는 21세기 하고도 18년이 흐른 지금에도 올드타이머의 대표 모델로 사랑받고 있다.

전동 루프를 갖춘 로버 시절의 미니(1997년)


클래식 미니는 단지 많이 팔린 귀여운 차에 그치지 않는다. 1959년 처음 태어난 이후 원형을 거의 바꾸지 않고 41년간 세상에 나온 올드 미니는 20세기 자동차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자동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용적인 앞바퀴굴림 소형차의 표본을 제시했으며 시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영화 속의 스타였을 뿐 아니라 모터스포츠의 전설이기도 하다. 

단종 직전의 미니 쿠퍼, 세븐, 쿠퍼 스포트


시대의 요구로 탄생한 새로운 개념의 소형차


미니의 탄생은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석유파동에서 비롯되었다. 1956년 여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를 봉쇄, 유조선의 발이 묶이면서 원유 값이 급등하자 영국에서는 휘발유 배급제가 시작되었다. 유럽 각국은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고 독일은 플라스틱 보디에 모터사이클 엔진을 얹은 ‘버블카’를 내놓는 등 재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덕분에 BMW 이세타 같은 초소형 미니카가 순식간에 영국의 도로를 잠식해나가기 시작했다.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의 총수인 레오날드 로드 경은 이런 독일차들에 대항할 새로운 소형차 프로젝트를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제안했다. 이것이 훗날 20세기의 명차 대열에 당당히 든 미니 프로젝트(XC9003)의 시작이었다.

미니의 아버지, 알렉 이시고니스 경


미니를 탄생시킨 천재 디자이너


알렉 이시고니스(1906~1988년)는 미니의 탄생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니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시고니스는 1906년 터키의 스미르나에서 독일계 어머니와 그리스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22년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으로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이민, 런던의 서남쪽에 있던 배터시 폴리테크닉에서 자동차공학을 공부하며 차와 인연을 맺었다. 1928년 졸업 후 루트그룹이라는 서스펜션 개발 회사에 근무했고 1936년에는 모리스 자동차사에 입사해 서스펜션을 설계하게 되었다.


당시는 산업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세워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설계자의 구분이 없었고 초기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설계를 엔지니어가 맡았다. 따라서 이시고니스는 섀시 프레임부터 엔진, 타이어까지 모두 설계해야 했다. 일반적인 엔지니어보다 조형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머릿속에 맴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스케치 방법을 스스로 익혔다.

미니의 초기 스케치


이시고니스는 곧 능력을 인정받아 모리스 모스키토를 비롯한 많은 모델의 개발책임을 맡게 되는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미니보다 3년 앞서 디자인한 모리스 마이너(1948~1971년)부터다. 마이너는 모리스가 2차대전 이후 생산한 첫 모델이다. 개발 당시 이시고니스는 시작차의 중간을 절단해 차체 너비를 100mm 늘렸고, 이 같은 독특한 시도에 힘입어 마이너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1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운 최고의 인기차가 되었다.


1952년 오스틴과 모리스는 영국 정부에 의해 BMC(British Motor Corporation)로 합병되었다. BMC 소속이 된 이시고니스는 오스틴과 모리스 직원 사이의 세력 다툼으로 한때 회사를 떠나기도 했지만 1955년 BMC에 다시 합류했다. 이후 XC9000이라는 1.5L 뒷바퀴굴림 패밀리 세단의 설계를 맡았지만 1957년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20세기 소형차의 개념을 바꾼 차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성인 4명이 탈 수 있고, 4기통 엔진을 앞쪽에 얹어 앞바퀴를 굴렸다


그러던 중 미니 프로젝트(XC9003)를 맡게 된 이시고니스는 2년 1개월의 개발 끝에 1959년 첫 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라는 컨셉트로 탄생한 미니는 공간 효율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이것은 현재의 MM 이론(Man Maximum Machine Minimum)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니는 길이×너비×높이가 3,054×1,397×1,346mm에 불과하지만 어른 넷이 타기에 충분한 공간을 지녔고, 수랭 4기통 848cc 34마력 엔진을 가로로 놓는 획기적인 설계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한 던롭에 의뢰해 제작한 10인치(25.4cm) 휠을 달고 네 바퀴를 최대한 구석으로 몰아 실내를 넓혔다. 당시로는 혁신적인 4개의 독립식 서스펜션에 강철 스프링이 아닌 압축고무를 쓴 과감성도 돋보였다. 덕분에 미니는 보다 가벼운 무게로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클래식 미니의 절개 모델


미니는 참신한 디자인뿐 아니라 모노코크 보디, 앞바퀴굴림이 가능한 가로배치와 등속 조인트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듬뿍 담고 있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기형은 최고시속이 115km/h에 달했고 핸들링이 꽤 좋았다. 직관적인 핸들링과 나름 스포티한 주행성능, 차체에 비해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갖추고도 비교적 값이 저렴해 큰 인기를 끌었다. 

데뷔 초기 미니는 오스틴 세븐으로 판매되었다


미니는 비틀즈의 멤버들과 영국 여왕도 한 대씩 소유했을 정도로 서민부터 스타, 귀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미니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이시고니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경’(sir) 칭호를 받았고, 차에 여왕을 태우고 윈저궁을 돌아보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60년대 몬테카를로 랠리를 휘어잡은 미니 쿠퍼


미니가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경주차 제작자인 존 쿠퍼(John Cooper)가 미니의 엔진을 997㏄ 65마력으로 튜닝해 최고시속을 137km로 끌어올렸고 1963년에는 성능을 대폭 개선한 쿠퍼 S도 선보였다. 존 쿠퍼의 미니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회나 우승하는 등 랠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작지만 강한’ 미니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1969년의 오리지널 '이탈리안 잡'


미니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 1960년대의 고전 영화에서는 물론 2000년대 영화에서도 클래식 미니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1969년 ‘이탈리안 잡’을 비롯해 영국 BBC의 코미디 ‘미스터 빈’, 1994년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2002년 ‘본 아이덴티티’ 등 수십 년에 걸쳐 스크린의 사랑을 받았다.

미니 탄생 50주년 행사에 모인 다양한 미니들(2009년)
클래식 미니의 인기는 세대를 뛰어넘는다


지난 2009년에는 미니 탄생 50주년 행사가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다. 올해 탄생 59년을 맞이한 미니는 내년이면 다시 한 번 탄생 60주년을 맞이할 예정. 클래식 미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속에 2001년 BMW의 품 안에서 태어난 뉴 미니 역시 변치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드타이머의 영원한 인기 모델, 미니


세상에는 많은 올드카들이 있지만 클래식 미니처럼 폭넓은 마니아층과 변치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올드타이머는 매우 드물다. 1959년 탄생해 20세기 소형차 설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클래식 미니는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작고 귀엽고 잘 달리는 올드카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글 오토티비 편집팀 사진 오스틴, BMC, 로버 그룹,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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