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갱신 VS 재계약, 뭐가 다르지?
묵시적 갱신은 직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 계약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양 당사자자가 계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경우, 종전 조건으로 갱신됐다고 보는 것이죠. 묵시적 갱신이 이뤄지면 주택은 임대차기간이 2년 연장된 것으로 보는데 이때에는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만기 1개월 전 임대인이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통보해 온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는 등 계약조건이 변경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서를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해야 하는데요. 이를 재계약이라 합니다.
재계약을 할 경우 임차인은 반드시 등기부등본으로 해당 집에 근저당, 가압류 등 추가로 설정된 권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금을 증액해 새로 작성한 계약서는 확정일자를 받아서 기존 계약서와 함께 이사 전까지 보관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약조건이 변경된 경우 변경내용에 대해서는 확정일자를 받은 후부터 후순위 권리자에 대해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을 취득하게 되죠.
묵시적 갱신과 재계약의 결정적 차이는 ‘계약해지권’에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통지를 하고 3개월 뒤에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임대인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권이 없다고 보죠.
3개월 후엔 계약이 종료되므로 새로운 세입자에 대한 중개수수료 또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재계약의 경우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재계약을 해야만 임차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지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단, 묵시적 갱신기간이라도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법 640조에서는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을 연체할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요. 이에 따라 두 달 연속으로 월세를 지불하지 않거나 밀린 월세금액이 두 달치에 달할 경우, 임대인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은 계약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묵시적 갱신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3항).
가끔 묵시적 갱신을 악용하는 임차인들도 있습니다. 기간 만료 전 임대인의 전화를 무조건 피하거나, 구두로 이사를 가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묵시적 갱신으로 2년간 연장됐다고 우기는 경우죠. 이는 전세보증금이 치솟아 집을 구하기 힘든 시기에 종종 나타나는 일인데요.
사실 임차인이 이사 가겠다고 구두로 약정한 것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이사할 집은 구했는지, 언제 이사를 갈 것인지 확인하고, 만기가 돌아오기 1개월 전에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지통보를 해야 합니다. 내용 증명을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상호간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 이메일 등을 보내 근거를 남겨 놓는 것이 좋겠죠.
임차인 입장에서는 묵시적 갱신이 필요 시 계약해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추가 혜택이 있는 경우(예: 전세금 하락) 그 혜택을 볼 수 없으며, 계약해지를 요청해도 실제 해지는 3개월 이후 가능합니다. 오히려 재계약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는 것이죠.
이사철이 다가옵니다. 계약 시점엔 큰 문제가 없지만 만료 시점엔 꼭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계약 갱신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묵시적 갱신과 재계약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춘다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