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갇힌 멸종위기종 '밍크고래'를 일부러 굶겨 죽인 듯한 일본 어부들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 마을에서 어부들이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걸린 지 19일 만에 밍크고래 '희망이'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본 동물권 단체 '리아'와 고래보호단체 '돌핀 프로젝트'는"지난달 24일 타이지 마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새끼 밍크고래 '희망'이가 1월 11일 오전 어부들에 의해 도살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리아와 돌핀 프로젝트는 밍크고래가 잡힌 첫날부터 고래 방류를 촉구하며 고래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온라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리아의 렌 야부키국장에 따르면 희망이는 죽기 전 마지막 며칠 동안 그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야부키 국장은 "희망이는 계속 그물을 공격하고 머리를 부딪치고 등으로 밀어내며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며
"희망이는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매우 안타깝고 슬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단체 측은 타이지 수협에 여러 차례 희망이 방류를 요구했으나, 당국은 고래가 너무 크고 조류가 빨라 방류하기 어렵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리아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희망이가 갇혀있던 지난 6일, 같은 해역에서 돌고래 사냥꾼들이 줄무늬돌고래 떼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돼 조류가 빨라 위험하다는 수협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합니다.
실제 희망이를 잡아 둔 어부들은 19일 동안 단 한 차례의 방류를 시도했으며, 희망이는 그동안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마지막에는 몹시 쇠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체는 일본 어부들이 희망이를 잡아 올리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배 두 척이 힘을 합쳐 고래를 갑판 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이 담겼는데, 이 과정에서 밍크고래가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 버둥거리는 모습과 기절했다 깨어난 모습,
끝내 목숨을 잃고 축 처져 방수포로 덮이는 과정까지 어부들의 잔인한 면모가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야부키 국장은 "오전 6시 30분쯤 고래잡이가 시작됐다"며 "그들은 고래의 꼬리를 배에 묶어 거꾸로 매달았다.
이 과정에서 밍크고래의 머리는 물속에 약 20여 분간 잠겨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희망이의 몸통과 꼬리에서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 찢긴 상처로 곳곳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밍크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등급에 지정된 멸종위기종으로 몸길이 약 7.5m, 무게 14t까지 자라는 대형고래입니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상업적 포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일본은 지난 2019년 이를 탈퇴하며 포경을 재개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