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아바타'만든 전남편 꺾고 아카데미 휩쓴 이 감독
2010년 개봉한 전쟁영화 <허트 로커>가 4K 버전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를 기념해 다시 돌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2010년 박빙의 승부를 소환해 본다. 때는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봐도 좋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기에, 당연히 아카데미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미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 영화사에 기록될 작품을 만든 명감독. 그 이름을 또 한번 차지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허트 로커>가 제임스 카메론의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아바타>를 제치고 그해 수상을 휩쓸어 화제가 되었다.
<허트 로커>는 총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 여성 감독'이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허트 로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내였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쟁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이라크전의 비극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상황, 폭탄 테러의 공포와 인류 미래의 비극까지. 생사의 갈림길에 선 군인들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체험하는 영화다. 제레미 레너, 안소니 마키, 가이 피어스, 랄프 파인즈 등 최고의 배우가 출연했다.
반면, 제임스 카메론은 미술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때 부부 사이였던 두 감독의 커리어 경쟁은 초미의 관심이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카메론의 세 번째 부인이었으며, 1989년 결혼해 2년 남짓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현재 다섯 번째 부인이 <타이타닉>의 배우 수지 에이미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캐서린 비글로우의 압승이었던 만큼. 올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다른 이변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작년 <기생충>의 쾌거가 또다시 재현될까 싶은 영화 <미나리>가 6개 부분 노미네이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