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남자 같다' 외모 비하한 유명 잡지에 일침한 톱배우
배우들, 특히 여성 배우들은 유난히 외모 평가에 잔인하게 노출되곤 한다. 최근 해외의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에서 열연한 캐리 멀리건에게 성차별적 외모 비하 평가를 한 평론가가 있어 화제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배우로 활동하던 에머랄드 펜넬의 감독 데뷔작인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미투 복수극'이다. 여기서 그녀가 연기한 '캐시'는 술에 취한 척 가장해, 부적절하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남성들을 응징한다.
캐리 멀리건은 '언 애듀케이션', '네버 렛 미 고', '셰임', '위대한 개츠비' 등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이 영화는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는데 캐리 멀리건의 열연이 돋보여 다수의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로 그녀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문제의 리뷰는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실렸다. 영화가 공개되고 '버라이어티'에 실리는 첫 리뷰였다.
데니스 하비(Dennis Harvey)가 쓴 이 리뷰에는 "다층적이고 치명적인 팜므파탈 역에 캐리 멀리건이라니 다소 이상한 선택이다. 그녀는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마고 로비가 이 역에 더 잘(어쩌면 너무 쉽게) 어울린다.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 캐시가 남자를 낚기 위해 입은 옷차림은 서툴게 꾸민 남장 여자 같고, 심지어 그녀의 진짜 금발머리조차 가발 같다."라는 성차별적 외모 평가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것이 권위 있는 잡지 '버라이어티'에 실렸다는 것 또한 충격인데, 이에 더 가디언즈, 피플,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캐리 멀리건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리뷰는 솔직히, 제가 그 남자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역을 하기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 라며, "정말 화가 났어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이 영화를 보고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요, 지금 시대에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건설적인 평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영화속 여성들에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은 그만두고 복잡한 진짜 여성의 모습을 볼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는 편집장의 노트를 짤막하게 기재하여 리뷰를 다시 발행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버라이어티는 캐리 멀리건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프라미스 영 우먼'의 리뷰에 나타난 무감각한 언어와 비아냥거림으로 그녀의 훌륭한 연기를 비하한 점, 사과하며 후회합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소심한 대처라며 비판했지만, 저명한 대중문화 잡지가 가진 영향력과 권위를 생각할 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놀라는 반응도 많다. '더가디언'은 이제 영화평론도 다양한 시각을 가진 평론가들에 의해 담론 되어야 할 것이라며, 남성 중심의 영화평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캐리 멀리건은 '버라이어티'를 용서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사과를 받고서 사실 놀랐어요. 흥분되면서도 행복했죠. 어떤 면에서는 감동적이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캐리 멀리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기대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은 내달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