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기업 넷플릭스가 '첫 한국영화'로 택한 SM 소재 웹툰
지금까지 이런 기획은 없었다.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선보인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옥자> 투자 이후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등 시리즈물 투자가 있었지만, 기획부터 참여한 사례는 없었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0년 9월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콘텐츠에 직접 기획, 발굴, 제작, 투자, 배급 지원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기획부터 참여하는 한국 첫 오리지널 영화는 무엇일까? 바로 '겨울'작가의 인기 웹툰 《모럴센스》가 주인공이다. 그밖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이 대기하고 있다. <수리남>에서는 황정민과 하정우가 출연한다.
《모럴센스》는 내용부터 파격적이다. SM 로맨스를 표방한 웹툰으로 일반인들과는 '아주 조금(?)'다른 성향을 가진 한 남자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꿈에 그리던 '주인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명랑 로맨스다.
한 직장에 다니는 M성향(마조키스트)의 모범사원 '정지후'와 냉미녀 '정지우'가 만나 스릴 만점 SM 계약 연애관계를 맺는다는 내용.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 제작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순한 맛이라고 해도 좋다. 웹툰을 본 네티즌들은 변태라고 해도 이런 대형견 같은 변태 한 마리 들여놓고 싶다는 반응이 크다.
영화로 제작되는 <모럴센스>는 <좋아해줘> 박현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작사는 씨앗필름이 맡을 전망이다. 캐스팅은 작업 중이며 올해 상반기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 배우가 캐스팅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영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한국 시장 진입이 외국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극장 개봉을 목표로 진행하는 한국 영화 시스템은 투자배급사와 펀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극장 개봉 후 VOD, IPTV 등의 2차 부가판권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흥행과 상관없이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수급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극장은 개봉 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손해가 크나, 성공할 경우 제작비의 몇 배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도박과도 같은 시스템이었다. 쪽박과 대박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지금까지 영화산업은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극장 관객이 줄면서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고 있고, 미루고 미루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라도 보전할 수 있기에 발길을 돌리는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 <승리호>, <낙원의 밤>, <원더랜드> 등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향하며 영화계 이변이 시작되었다. 넷플릭스가 투자하거나 구매한 영화들이 더욱 더 늘어나고 있다.
사뭇, 5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택했을 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아예 <옥자>의 극장 개봉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 대응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한국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행에 탑승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한국 영화계의 지각변동은 당분간 앞을 내가 볼 수 없는 안갯속에서 어렵사리 길을 찾아가야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