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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탄생시킨 신개념 꼰대, 원격 꼰대

조회수 2020. 8. 3. 19: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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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한민국 곳곳의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사람들 얼굴 위의 마스크는 이제 신체의 일부인 냥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방독면을 방불케 하는 마스크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는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쇼핑, 외식은 물론이고, 교육이나 공연/예술계에 있어서도 비대면 서비스가 조금씩 확산되어 가고 있다. 회사나 기관들도 정부 시책이나 자구책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 도입 초기라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출퇴근 시간도 아끼고 마음먹기에 따라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코로나 바이러스도 침투하지 못한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시대 꼰대의 마음이다. 재택근무가 조금씩 자리 잡아 감에 따라 꼰대와의 거리도 조금씩 멀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재택근무는 새로운 유형의 꼰대를 탄생시키며 다시 한번 이 시대 직장인들의 마음을 옥죄여 오고 있다. 지금까지 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원거리 꼰대 짓을 자행하고 있는 원격 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출퇴근 시간 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시시각각 불러되는 상사의 호출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유휴 시간을 확보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것 외에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 진정한(?) 꼰대들은 그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싶다.





일단 아침 8시 50분이 되면 메신저로 직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굿모닝’,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늬들 정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 맞아?’라는 속내는 말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양반이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메신저도 모자라서, 아침 9시에 원격 화상회의를 소집한다고 한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를 요약해 보면,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파하는 무논리의 끝판왕을 선보인다.


오전 11시, 이제 본격적으로 일 좀 할라 싶으면, 상사의 기습적인 메신저가 날아들며 심기를 건드린다. 역시 딱히 할 말이 있거나 지시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리에 붙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상사의 메신저 알림에 오히려 회사에 있을 때가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평생을 그렇게 일해왔고, 사무실에서 얼굴 보고 일하는 문화에 익숙한 그들의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면 업무가 좀 더 생산적인 경우도 있고, 일을 하다 보면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경우 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급작스런 업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백 번 감안하고라도 혹시 뼛속 깊이 아래와 같은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경계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직원들이 사무실 아닌 곳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신하는 마음이다.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카페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기본 전제 하에 몇 가지 상상력이 더해진다. ‘드라마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직 안 일어난 건 아니겠지?’, ‘친구 만나러 간 거는 아니야?’ 등의 부정적인 상상이 불신을 키워낸다.



하지만, 꼭 저렇게 생각하고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업무 결과나 성과로 판단하면 될 것을 굳이 쓸데없는 걱정에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일을 하지 않고 놀 사람이라면 회사에서도 충분히 놀 수 있다. 등장 밑이 어둡다고, 오히려 눈앞에 보이는 데서 더 잘 놀 수 있다. 껍데기뿐인 몸을 잡아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얻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일은 알아서 잘할 거라 판단하고 이제 그만 불신은 내려놓자. 만약 죽어도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직원들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자. 그게 내 마음도 편하고, 직원들의 마음도 편해지는 길이다.






두 번째는, 생산성은 업무 시간에 비례한다는 오래된 생각이다. 물론 일을 완수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도 있고, 오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생산성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이라면, 노동 생산성보다 지식 생산성이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다. 10시간을 투자해도 안될 일이 있고, 1시간 만에 끝내는 일인 경우도 있다. 능력 차이고 집중력의 차이일 뿐이다. 직원들의 시간을 잡아 둔다고 해서 성과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게 하고, 각자의 생체 리듬과 컨디션에 믿고 맡겨두는 편이 낫다. 이것이 지금 시대 업무 생산성이나 성과에 대한 명제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지시 감독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특히 무능한 리더일수록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리더가 아닌, 전형적인 관리자라고 부른다. 모든 걸 관리자가 확인하고 통제하는 순간, 직원들의 마음에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일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줄어든다. 이런 관리자들 밑에서 구성원들은 딱 관리자의 그릇 안에서만 일하게 되고,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리자가 아닌 리더는 지시 감독 대신 방향을 설정하고, 업무를 위임한다. 큰 틀 안에서 방향성만 제시해 주고 세부적인 내용이나 구체적인 사안은 구성원들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아마 직원들의 마음속에서도 지금보다는 좀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업무 시간에 짬 내서 삼삼오오 마시던 커피 한잔의 여유, 퇴근 후에 PC방에 몰려가서 피 터지게 하던 게임, 때로는 무의미하기도 하지만 여러 명이 둘러앉아 치열하게 의견을 내던 회의 시간 등이 사무치게 그립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한다. 재택근무도 실효성이 있고, 필요하다면 지속해야겠지만, 어쩐지 모르게 시끌벅적한 사무실 분위기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그런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위에 말한 꼰대의 세 가지 마음만큼은 코로나와 함께 영원히 종식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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