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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연구소

서른 아홉, 경제를 공부하고 자유를 얻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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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박지수라고 합니다.



▶ 본인의 커리어를 회사와 직업 중심으로 소개해 달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상품 기획을 12년 했다. 로가디스, 지방시, 후부, 르베이지 등 남성, 여성복, 캐주얼 브랜드에서 MD로 일했다. 그 후 교육 기획을 4년 했다. 총 16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2017년 초에 회사를 떠났다.



▶ 전공을 따라 대기업 MD생활을 하다가 인사 교육으로 옮긴 이유가 있나?

가보지 못한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었다. 사실 입사 3년 차에 삼성그룹 신입사원 입문교육에 지도선배를 한 경험이 있다. 2주간 리더십 합숙 교육을 받은 후 한 달 반을 연수원으로 파견 나가는 시스템이다. 짧은 시기였지만 그때 교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는 그쪽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기회가 되어 교육 업무를 해볼 수 있었다.



▶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나?

의류 브랜드에서의 기획 MD는 시장 조사와 고객, 매출 분석을 통해 시즌 당 필요 상품 수와 수량을 기획하고 생산, 출고, 판매를 보며 다시 다음 시즌 기획을 한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판매 리뷰 - 시장분석 - 상품기획 -  제품 출시 판매>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교육은 직급, 직무별 업무와 필요 역량을 분석하고, 교육 수요를 조사한 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했다. 기본 강의는 다 직접 하기도 한다. 

기업에서의 교육은 단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급에 따라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결국 상품이건 교육이건 기획은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본질이 동일했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낸다는 프로세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실 기획자로 16년을 일한 것은 지금 엄청나게 도움이 되고 있다.



▶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첫 번째로 MD 할 때는 코트 리오더 물량을 공장에서 픽업해서 백화점으로 실어 나르던 사건이다. 당시 눈발이 날리던 크리스마스이브였는데 구로동 공장에서 코트를 차에 싣고 바로 시내 주요 백화점으로 배달했다. 일손이 부족해서 우리 팀이 모두 나가서 콧물까지 흘리며 무거운 코트를 날랐다. 다행히 매출이 아주 좋았고 매장 사람들도 고마워했다. 작지만 일한 것이 보람이라는 결과로 나온 기분 좋은 고생이었다.



두 번째는 입사 10년 차에 근속상을 받으러 창립기념식에 참석했던 기억이다. 내가 여자 10년 근속상을 대표로 올라가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10년을 버텨냈다는 것이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힘들었지만 방점을 찍은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로는 내가 하는 교육을 산업인력공단에서 인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산업인력공단 담당자가 이런 건은 승인 나기가 어렵다고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산인공이 있던 울산까지 수시로 출장을 가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적극성을 보이며 준비했던 결과 인증을 통과하고 년간 교육비 대부분을 지원받았다. 


내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만들고 그것을 인정받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낸 것이 너무 큰 성취감이었다. 그냥 안된다고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오기 같은 것이 생겨서 엄청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인증이 확정된 날 퇴근길에 치킨을 사 가지고 같던 것 같다. 스스로가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 회사 생활을 16년 하고 그만두었다. 이유가 뭔가?

나는 내 시계대로 산다. 남과 비교하거나 여자니까 언젠가는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 스스로가 적절한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물론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시기라 고민이 많았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당연히 일에 더 내달렸을 것이다. 회사와 일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의 경중을 너무나도 잘 알고 느끼고 경험했기에 망설임 없이 퇴사를 선택했다. 


나는 퇴사를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상품기획에서 교육기획이라는 걱정했던 커리어 전환에 소프트 랜딩 한 경험이 었었기에 퇴사 이후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른 무언가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40대에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는 말이 맞겠다.



▶ 회사 다닐 때 본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결’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똑같은 일도 내가 하면 ‘결’이 다르게 바뀐다는 소리였다. 물론 있으나 없어도 별로 티는 안 난다는 뜻 같기도 하다.



▶ 만약 지금 다시 직장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회사, 어떤 직업을 선택할 건가?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 사주에 금이 많아 돈과 관계된 일을 하면 좋을 거라 했다. 이건 농담이다. 돈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다.



▶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직장생활을 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얼마 전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를 봤다. 거기 김혜수가 정말 똑똑한 여자로 나오는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차별과 멸시, 모멸을 받는다. 그때가 20년 전이다. 지금은 많이 변했고 앞으로의 세대들은 더 많은 변화를 느낄 거라 확신한다. 남녀를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대우받는 당연한 변화 말이다.



▶ 회사를 그만둘 때 남편과 어떤 얘기를 나누었나?

남편은 나와 가치가 잘 맞는 사람이다. 둘 다 추구하는 가치는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내가 30대 후반에 퇴직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많은 준비를 했다.


 가족의 경제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 놓았다. 돈을 벌고 모으고 불리는 과정을 잘 한 편이었다. 우리는 소비를 통한 기쁨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쇼핑하면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 보다 다른 즐거움이 더 큰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기본 자산으로 연금, 보험, 아파트, 아이 대학까지 교육비, 안정적으로 이자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통장 등 말이다. 대출은 모두 갚아서 없다. 빚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적다.



▶ 남편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나?

그렇다. 남편이 경제활동을 그만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남편한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거기까지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 자산 이전을 통한 플랜 B가 또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 책을 썼다. 어떤 책인가?

경제 공부 및 투자 입문서다. ‘엄마를 위한 심플한 경제 공부, 돈 공부’라는 제목으로 12월 18일 출간 예정이다. 다음 브런치를 통해 직장인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 공부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책은 타깃을 ‘엄마’로 바꾸었다. 가장 먼저 얘기를 꺼내고 싶은 대상이 엄마였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 먼저 읽고 아빠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되어 안정된 가계 운영이 가능하다.



▶ 원래 책을 좋아했나?

예전에 전무님이 휴가 계획을 물었던 적이 있다. 당시 나는 “ 책 100권 정도 방에 들고 들어가서 안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나는 어문, 인문, 사회, 자연, 과학, 미술 등 가리지 않고 읽는다. 다양한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융합 작용이 일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나 풀리지 않던 답이 툭 튀어나오기를 늘 기대했던 것 같다.


퇴사하고 책 읽을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항상 도서관에 갔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원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면 한 번에 최소 10권씩을 구매하기도 해왔다.



▶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나? 이유가 뭔가?

회사를 떠날 때 남겨진 동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재테크 지식이나 월급 관리법 등을 공유했더라면 그들이 지금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직장인들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돈과 경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콘텐츠는 경제로 잡았고, 어디에다가 이런 글을 쓸까 찾다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는 작가 신청을 하고 내부 심사를 통해 가부를 통보해준다. 두 번이나 퇴짜를 맞고 세 번째에 통과되어 2017년 4월부터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구독자가 늘고, 금융권에서 칼럼 제의도 들어왔다. 꾸준히 글을 쓴 것들이 쌓이니 잘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내 얘기도 재미있을 수 있겠다 싶어 2018년 가을 출간 기획서를 몇 군데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경제 경영 도서를 주로 출판하는 곳과 출간 계약을 하고 책이 나오게 되었다.



▶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한 문장으로 소개해 준다면?

<평생 돈을 벌며 살 수는 없다. 소득이 있는 기간 내에 모으고 불려라. 그러기 위해서 경제와 돈을 모두 알아야 한다. 일상의 평범함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일상의 평범함을 지키고 싶다면 경제를 공부해라.' 정확히 무슨 뜻인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지금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경제를 공부하라는 말이다. 평생 돈을 벌 수는 없다. 그 말은 일차적으로는 곧 평생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경제를 공부하고 돈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지 않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반드시 시간을 내서 경제와 돈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경제와 돈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평생 시간과 노동력을 내주고 돈을 버는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부의 추월차선’ 같은 베스트셀러 책을 읽으면서도 '맞는 말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 여긴다. 그리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이 경제 공부의 첫 발검음을 내딛게 도와준다.



▶ 평소에서 경제에 관심이 많았었나?

제대로만 안다면 경제는 때론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끝나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그건 환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는 나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된다. 그래서 경제 공부를 꾸준히 했었다. 


펀드나 주식을 하는 사람일 경우 경제를 모르는 채로 하면 남 따라 하는 수준 밖에 안 된다. 그러면 재미가 없을 거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지려면 혹은 남들이 말하는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인풋이 있어야만 머릿속에서 융합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경제를 아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공부다. 내 글의 대부분은 경제에 대한 내용이다. 관심분야의 잡지를 공부하듯이 정독하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



▶ 어떤 사람이 읽어야 되나?

재테크 책이 책장에 10권이 꽂혀 있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니라도 괜찮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의 개념서나 재테크 영웅담이 아니다. ‘나는 5천만 원으로 50억 부자가 되었다.’ 이런 과시용 책은 아니다. 그런 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부동산이 뜨면 부동산, 갭 투자 같은 책이 많아지고 주가가 상승할 때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책이 갑자기 출간된다. 


유행이란 사람들의 심리와 환경을 이용한 것일 뿐이다. 이 책은 일과 육아와 살림에 바쁜 엄마들이 돈 관리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2편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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