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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회사를 너무 빨리 뛰쳐 나왔다. (1편)

조회수 2018. 9. 18. 14: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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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연구소 회사를 떠난 사람들 31번째



▶ 자기소개를

저는 89년생 서른 살. 유튜브 영상 크리에이터 김성훈 입니다.



▶ 회사 중심의 간단히 이력을 알려 달라 

서강대학교 07학번으로 미국문화와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했다. 2014년 겨울 BC카드에 입사해서 5개월간 회사 생활을 하고 퇴사하고 2015년 가톨릭대학교 교직원으로 입사 후 10개월 일을 했다. 그 후 다른 곳에 취업준비를 1년간 하다가 지금은 유튜브 영상에 관심을 갖고 영상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2018년 9월이 퇴사한지 2년이 되는 해다. 



▶ BC카드에서는 어떤 팀에서 일했나?

매입 기획팀이었다. 카드사의 수수료 중에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하고 계산하고 가맹점과 카드사의 이익을 조율하는 그런 일을 하는 팀이었다. 쉽게 말하면 가맹점의 수수료체계를 관리하는 일이다. 국가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낮춰 달라고 요청을 하면 대응해서 적정 요율을 산정하는 일을 한다. 



▶ 연봉도 적지 않은 금융대기업 입사 후 5개월 만에 퇴사했는데 너무 빠른 것 아닌가?

빠른 선택이었다는 것 맞다. 회사의 팀에 선임 차장님이 있었다. 그분 말씀이 있을 거면 오래 있고 나갈 거면 빨리 나가란 말을 했다. 물론 5개월은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회사 안에서의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았을 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회사에서의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확신이 없다면 회사 안에 있기 보다는 회사 밖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 그 차장님은 왜 신입사원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라는 이유를 생각해 본적 있나?

처음에는 그 얘기가 농담 반 전담반이었다. 정확한 의도는 내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좋은 점도 있고 회의감도 있기 마련인데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빨리 결단하는 게 나을 거라는 의중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 내 앞에 입사했던 신입사원들이 퇴사를 했다고 들었다. 그것도 이유였을 것 같다. 



▶ 5개월 만의 퇴사 이유 치고는 좀 단순한 것 아닌가?

사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좋은 곳에 합격해서 일하고 돈 벌면 행복할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들어와 보니 4년 선배인 사수가 있었다. 실적도 좋고 능력도 인정 받았는데 내부적으로는 정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서 정글에서 맹수와 혼자 싸우며 일했다. 그러면서 사수도 회사 그만두고 유학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술자리에서 종종 했다. 팀장도 워커홀릭 수준이었다. 주말에는 오로지 자면서 기력을 충전하고 주중에는 정말 팀원 없이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또 내 자리 앞에 앉은 상무님도 임원회의 등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상무님은 나에게 ‘신입때는 고시공부하듯이 카드업계를 공부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뭘 위해서 그렇게 살아 남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수, 팀장, 상무님을 내 미래라고 생각했을 때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5개월은 짧은 시간 이란 걸 잘 알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삼십 대 중반 이전의 퇴사자를 만나보면 ‘나는 내 옆의 저 대리처럼, 저 팀장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꼭 한다. 자신의 미래를 회사 안 다른 사람에게 투영해서 그게 자신의 미래라고 동일시한다. 그리고 암울해하고 그것이 퇴사의 이유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도 그런 거였나?


당시에는 조직안에서 내가 온전히 나로서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조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고 회사도 원하는 유형의 인간형이 있을 텐데 내가 그 모습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잘나가는 사수, 팀장, 상무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만년 과장으로 지속적으로 승진에서 누락 된다거나 하는 분들 말이다. 잘 나가거나 아니거나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 어떤 모습이라도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뻔한 대답일 수 있는데 한번사는 인생인데 조직안의 어떤 모습이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혹시 너무 쉽게 회사에 들어가서 금방 그만 둔건 아닌가?

그건 아니었다. 인턴도 많이 했고 필요한 자격증도 따고 면접도 많이 봤다. 당연히 입사지원서도 대략 70번은 넘게 썼던 것 같다. 대략 열 군데 정도 본 면접 중에서 BC카드는 추가 합격한 소중한 곳이었다. 내가 문과이고 회사에서 많이 선호하는 전공이 아니어서 나름 힘들게 들어갔었다. 



▶ 금융대기업을 뛰쳐나온 것이 후회는 없나?

후회나 미련은 없다. 하지만 아쉬운 순간은 있다. 지금 알바를 하고 있는데 월말쯤 되면 돈이 다 떨어진다. 그래서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는 표를 구할 돈이 조금 부족했다. 어머니에게 돈을 좀 보내 달라고 전화를 했을 때 좀 자괴감이 들었다. 또 BC카드 입사 동기들 카톡방에서 동기들이 ‘차 뭐 살까?’ 를 고민하고 해외로 휴가 다녀온 사진 올리고 할 때 보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경제적으로 직장인만큼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실적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퇴사를 결정할 때 어떤 원칙이나 기준이 있었나?

나는 어릴 적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군대에 있을 때 ‘나는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나는 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 일반 회사에 가도 내부 직원이나 고객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안에서 갑으로 일하면서 그건 요원한 일이었고 내부 직원들과도 치열했으면 치열했지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는 힘들었다. 알게 모르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것이 회사안에서는 불가능 했던 것 같다. 



▶ 퇴사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일을 회사 퇴근 후나 주말에 해도 되지 않냐’ 취미로 해라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반드시 내가 원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 그런 원칙을 가지고 회사를 나왔는데 다시 들어간 곳이 교직원이다. 경쟁 없이 칼 퇴근 하는 그런 좀 편안한 삶을 원했던 건가?


내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면서 할 수 있는 따뜻한 일이 뭘까 고민했다. 심리 상담교수님을 찾아가 의견을 여쭙기도 하고 서비스업도 맞다고 생각해서 백화점 VIP라운지에서도 일해 봤다. NGO에 일하는 친구도 만나서 거기는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일반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뜻한 일을 하겠다는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생각은 엄청 바보 같고 Naive 한 것이었다. 회사라면 어느 곳이라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회사 생활을 해야 한다면 주말까지 빡세게 일하지 않고 여유가 좀 있고 퇴근 이 후의 시간이 보장되는 일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직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또 월급도 빵빵하게 받고 복지도 좋았던 회사를 나오니 직업이 없던 시간 동안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것도 이유였다. 동기도 말리고 인사팀도 말리고 부모님도 말렸는데 박차고 나온 회사였는데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서 돈은 적더라도 편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큰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 그렇게 다시 힘들게 들어간 교직원일을 하고 수습에서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내쳐졌다. 왜 그랬나?


나의 종교는 개신교다. 가톨릭대학 입사 면접을 본 신부님은 그런 종교적인 면에서 개방적이어서 크게 신경을 안 쓰셨다. 그런데 그 신부님께서 나가셨고 다른 분께서 오셨다. 그 신부님은 가톨릭기관의 교직원이 개신교라는 것을 조금은 탐탁치 않게 생각하신 듯하다. 나 또한 종교를 버리면서까지 반드시 이 대학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습 7개월을 마치고 전환평가를 봤는데 5명중 나만 떨어졌다. 평가관 에게 욕하지만 않으면 붙는다는 평가에서 떨어진 것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 평가 일주일 전에 주제가 바뀌었고 내 종교도 그렇고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며 자존심도 심하게 상했다. 그리고 나서 3개월 정도 더 근무를 하고 다시 발표평가를 다시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평가는 정말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다. 프레젠테이션도 잘 했다. 평가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 후에 인사팀에서 나를 불렀다. 발표 내용도 썩 내키지 않을뿐더러, 내가 가지고 있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 나중에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제목이 안 될 것 같다고 들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리더의 역할을 말하는 걸 듣고 이건 그냥 핑계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 전 인사팀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만약에 받으면 그러겠다고 얘기하라고 들었는데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 질문은 면접 때 나오지는 않았다. 단, 내가 학교에서 하는 미사에 개신교라서 가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팀장에게 한 적이 있다. 그런 일련의 상황들이 면접전에 보고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2번의 평가에서 모두 떨어지면서 수습에서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2016년에 교직원을 그만둬야 했다.




▶ 스스로 나온것과 내쳐진 것은 큰 차이가 있을 텐데 어땠나?

내가 원해서 들어간 교직원이었는데 또 연금도 나오는 교직원 이었는데 10개월 동안이 즐겁지는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면서 스스로 ‘나는 왜 이러지? 직장 부적응자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경력이 10개월이고 수습이라서 이력서에도 쓸 수도 없었다. 남들이 보면 허송세월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딘가에서 ‘넌 필요치 않아’ 하고 내쳐졌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말하기 창피하지만 혼자 밤에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 그 이후는 그럼 취업을 포기했던 건가?


그렇지는 않았다. 자괴감과 우울감을 이겨내려고 한달 후부터 하반기 공채에 열심히 지원을 했다. 2군데서 최종면접을 봤지만 결국 탈락 했다. 그리고 2017년 상반기에 다시 도전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 볼 기회도 점점 줄어 들었다. 그 후 중소, 중견 기업까지 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취업을 해도 예전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하는 취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생겼다. 내가 바뀌지 않았는데 갑자기 회사를 들어간다고 해서 회사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뀔 리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계적으로 원서를 넣고 몇 번은 면접을 보러 가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꼭 취업만이 답은 아니다. 나도 무언가 혼자서 하는 일이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짧은 기간이었지만 회사 다닐 때 본인을 평가하자면?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성실하고 예의 바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스스로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상하 체계나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 회사안에서 주체성을 키워 나가면서 일하는 것을 생각해 본적은 없나?

당시에는 회사 안에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보다 더 높은 사람들이 시키는 일에 우선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회사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주체적으로 일하려면 혼자 하던가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맞다. 그래서 지금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혼자 일을 하고 있고, 또 쇼핑몰도 협업이긴 하지만 같이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 다수의 직장인은 회사에 불만이 있어도 회사가 잘못한다고 생각해도 적성과 안 맞아도 회사를 다닌다. 그런 사람들은 왜 싫어도 버틴다고 생각하나?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서 직장인이라는 일 이외에 내가 다른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매달 나오는 월급이 퇴사라는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 본인이 계속 말하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정의는 무언가?


예전에는 그냥 가슴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어떻게 그 따뜻함을 전달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영상이라는 매체로 표현하고,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아,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도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사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해 주는 공감은 성별, 나이, 직위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은 엄청나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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