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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side] 긴 터널을 지나 드디어 '플레이 볼'

조회수 2020. 5. 19.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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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엄스 감독이 디자인하는 ‘올 뉴 타이거즈’가 서서히 배일을 벗고 있다. 미래를 내다봤던 감독 선임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올해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정식으로 ‘플레이 볼!’을 외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KBO리그는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각 구단 선수단은 2월 초부터 시작한 1, 2차 스프링캠프에 이어 국내에 돌아와서도 홈구장에서 철저히 격리되어 훈련에만 매진해야 했다. 시범경기 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개막도 밀리면서 이른바 ‘3차 전지훈련’이라는 표현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야구 갈증이 극에 달했던 만큼 ‘플레이 볼’이라는 외침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윌리엄스 감독, 전력 파악에 충분한 시간


야구가 없어 허전했던 봄에도 윌리엄스 감독은 치열했다. 새로운 감독이 구단의 특성과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선수단 운용 방안까지 수립하려면 보통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훈련과 실전을 소화하면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고, 경기 중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마다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다 보면 아무리 빨라도 시즌 중반 혹은 한 시즌을 통째로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 이어 오롯이 선수단과 보낼 수 있는 39일을 추가로 얻은 윌리엄스 감독은 전력 파악에 공을 들였다.


윌리엄스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고 한 일은 리셋이었다. 편견부터 지웠다. 마무리캠프부터 참관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고 몸값이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선수를 동등하게 바라봤다. 스프링캠프에 역대 최다 인원인 총 74명(선수 54명, 코칭스태프 20명)이 합류한 점, 전지훈련 시작 후 2주 만에 양현종을 주장으로 선임한 점은 윌리엄스 감독의 지향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변의 조언이나 추천도 중요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뒤에야 모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원점에서 시작' 동기 부여...선수들 의지도 업


윌리엄스 감독의 편견 삭제는 바로 변화로 나타났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동등한 출발선에 선 선수단은 몸 풀기부터 전력을 다했다. 김기태 전 감독이 매 비시즌마다 체력테스트로 선수들의 의지를 다잡았다면 윌리엄스 감독은 자율을 보장하면서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할 땐 하고 쉴 땐 쉬자’라는 말처럼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으면 집중력을 높였고, 휴식도 훈련이라는 생각으로 체력을 충전했다. 전지훈련지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쇼핑을 하던 선수들도 횟수를 줄이고 휴식을 늘렸다. 


잠재력을 보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어린 유망주들이나 신인급 선수들도 변화에 올라탔다. ‘선배들이 있으니 백업이라도 노리자’라는 생각 대신 ‘이참에 내 자리를 잡아보자’라는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려고 하자 베테랑들도 위협을 느끼고 글러브를 잡았다. 마무리 투수 문경찬은 “감독님이 보장해주는 자유가 오히려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 나는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성향인데도 전지훈련 때부터 도저히 방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야수 이우성도 “엄청 자유로운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것만 같다. 더 생각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습경기 통한 '윌리엄스 色 입히기' 성과


선수들 사이 무언의 경쟁에 불이 붙자 윌리엄스 감독은 가능성을 체크했다. 운영팀과 전력분석팀의 보고서를 참고하되 자신의 두 눈으로 마지막 도장을 찍었다. 부동의 4번 타자 최형우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3번 타순에 배치됐고, 나지완이 네 번째 타자로 나섰다. 지난해 주전 중견수로 올라섰던 이창진이 부상으로 조기귀국한 뒤에는 최원준과 김호령의 경쟁 구도를 만들었고 한승택, 백용환 등 안방마님도 번갈아 내세우면서 묘한 경쟁 심리를 유도했다.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과 경쟁에 선수들이 지칠 때쯤엔 이벤트성으로 양현종-임기영 감독 데뷔전을 개최해 선수단에 ‘재미있는 야구’를 선물했다. 


전지훈련과 팀간 연습경기 일정을 마칠 때마다 몇몇 선수들에게 ‘새로운 감독님 스타일이 어떤 것 같으세요’라고 물었다. 선수들에게서는 예외 없이 “장난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로로서 매일 경쟁에 치여 살면서 힘든 적이 많았는데 윌리엄스 감독님이 부임한 뒤로는 캐치볼도 재미있다.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 한 선수도 있다. 야구를 즐기고, 그 안에서 효율을 찾는 윌리엄스 감독의 색깔은 벌써 타이거즈 선수단에서 발현되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봄이 지난다. 타이거즈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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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포츠월드 전영민 기자/사진.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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