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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side] 묵묵히, 그러나 찬란한 그들

조회수 2020. 4. 13.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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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미국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 테리파크.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통상적으로 캠프 마지막 날 훈련 기간 가장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기량이 발전한 선수를 MVP로 선정하고 시상한다. 선수들은 윌리엄스 감독이 호명할 이름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날 윌리엄스 감독은 가장 잘한 선수(MVP)가 아닌 가장 중요한 선수(MIP·Most Important Player)를 선정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호명한 이름은 보조선수 4인방, 배팅볼 투수 신용진(29)과 불펜포수 이동건(27) 이진우(26) 목고협(25)이었다. 선수가 아닌 보조선수에게 캠프를 기념하는 상을 수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선수단 전원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보조선수는 엄밀히 말해 정식 선수는 아니다. 불펜포수는 투수들이 피칭 훈련 파트너이고 배팅볼 투수는 타자들의 타격 훈련 파트너다. 선수들보다 먼저 경기장에 나와 훈련이나 경기를 준비하고, 파트너로서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다. 훈련이나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장비와 도구들을 정리해야 하기에 가장 늦게까지 경기장에 남아있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구단의 ‘살림꾼’들이다.


보조선수들은 초·중·고·대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 대부분이다. 부상 등의 이유로 프로 꿈을 접고도 야구에 대한 열정와 애정으로 선수단의 파트너로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IA 보조선수 4인방도 그렇다.

 

신용진은 우암초-청주중-청주고-건국대에서, 이동건은 화정초-진흥중-광주일고-인하대에서 야구를 했다. 이진우는 수창초-동성중-동성고-한국사이버외국어대, 목고협은 전주진북초-군산남중-전주고-동강대를 거쳤다. 

보조선수들의 ‘맏형’인 신용진은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물 흐르듯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KIA에서 보조선수를 해온 신용진은 군대를 다녀온 뒤 올해 다시 복귀한 베테랑이다. 군 복무 후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KIA로 돌아왔다.

배팅볼 투수인 신용진은 “제가 던져준 날 타자들이 잘 치고, 또 이겼을 때 정말 보람있다”며 “지금 일하는 게 즐겁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MIP는 떨떠름했다. 원래 선수들이 상을 받는 것이고, 이번에는 워낙 잘하고 열심히 했던 선수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다”면서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이어 “개막이 늦어지면서 광주에서 훈련만 하고 있는데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시즌이 개막하고 선수들을 위해 더 좋은 볼을 던지고 싶다”고 희망했다.

불펜포수 이동건은 2017년부터 선수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두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정신없을 때 조용히 마지막 아웃카운트 처리된 볼을 챙겨 당시 투수였던 양현종에게 건넨 주인공이다. 또 스프링캠프 MIP로 선정돼 받은 상금(약 30만원)을 코로나로 상황이 힘든 대구 적십자사에 기부해 큰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이동건은 “투수들이 잘 던져서 이겼을 때 불펜포수로서 역할에 뿌듯하다”면서 “특히 투수들이 특별한 기록을 세웠을 때, 2017년 헥터와 양현종이 동시에 20승을 했던 때나 팻딘이 완봉승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항상 준비를 많이 해서 선수들이 실전에서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면서 “KIA에 오랫동안 있고 싶다”고 말했다.

보조선수들은 오늘도 그라운드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야구를 하지 않는 비시즌이 제일 힘들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그들. 묵묵히 그라운드의 조력자로 나서는 보조선수들이 있기에 선수들도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전남매일 최진화 기자/ 사진.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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