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나라/케이벤치

3세대 라이젠 3000 시리즈 데스크탑 프로세서부터 내장 그래픽이 들어간 라이젠 4000 시리즈 르누아르 APU, 그리고 Zen 3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새로 발표된 라이젠 5000 시리즈 데스크탑 프로세서까지 PC 시장에서 AMD의 CPU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CPU 소켓을 사용하면서도 이전 메인보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신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부터는 1세대 시절 출시된 A320 메인보드에서 더 이상 공식 지원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가끔은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가 되어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생명 연장에 성공한 제품이 나오기 마련. ECS DURATHON2 A320AM4-M3D도 바이오스 도움을 받아 최신 내장 그래픽 탑재 라이젠 4000 시리즈 르누아르 APU를 지원한다.

ECS DURATHON2 A320AM4-M3D는 무려 3년 전에 보드나라에서 리뷰했던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지원 A320 메인보드다. 당시 가성비 좋은 보급형 A320 mATX 메인보드로 출시되어 사랑을 받았다.

3+2 페이즈 하이브리드 전원부와 듀얼 채널 DDR4-2666MHz 메모리 슬롯, PCI Express 3.0 x16 슬롯 및 x1 슬롯, 그리고 4개의 SATA 포트와 1개의 M.2 NVMe SSD 슬롯까지 충실한 기본기를 가진 제품이다.

후면 I/O 포트는 내장 그래픽 기능이 탑재된 APU 사용시 HDMI 1.3a 포트와 D-SUB(VGA) 단자를 통한 듀얼 디스플레이 구성을 지원한다. 4개의 USB 3.2 Gen1 포트와 USB 2.0 포트, RJ-45 기가비트 LAN 포트, 그리고 6채널 HD 오디오 코덱을 사용하는 3개의 아날로그 오디오 잭이 들어간다.

메인보드 칩셋은 AMD A320이 들어간다. 3세대 라이젠 출시 이후 지금은 보급형 메인보드 자리를 A520 칩셋에 물려주고 레거시 모델이 되었지만, AMD는 A320 칩셋에 대해 '기본적인 컴퓨팅 및 미디어 재생용'으로 간단한 업무용 PC가 필요한 플러그 앤 플레이 사용자에게 적합한 단순하고 안정적인 플랫폼, 그리고 다양한 연결과 대역폭 옵션을 제공하여 까다로운 홈 사용자와 미디어 애호가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제품 구성은 메인보드와 유저 가이드, 소프트웨어 DVD, SATA 데이터 케이블 2개, I/O 쉴드 등 보급형 제품에 맞는 기본 구성품을 제공한다. 보급형 모델이지만 ECS 국내 공식 수입원인 제이씨현을 통해 3년 무상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AMD 데스크탑 CPU용 소켓 AM4 규격은 1세대 라이젠부터 지금까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라이젠 이전 7세대 A 시리즈(브리스톨릿지) APU부터 오랫동안 변경없이 사용되어 왔다.

새로운 CPU가 출시될 때마다 거의 습관적으로 소켓 규격 또는 메인보드 칩셋을 바꾸던 경쟁사 인텔과 비교해 같은 소켓 방식으로 오랫동안 보드 교체 없이 업그레이드 가능하는 것이 AMD가 내세운 장점이었으나, 세월이 지나고 최신 인터페이스와 부가 기능이 추가되면서 구형 칩셋에서 이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오게 됐다.

그래서 AMD는 3세대 라이젠 데스크탑 프로세서(마티스)를 기점으로 이전 300/400시리즈와 새로운 500 시리즈 칩셋의 CPU 지원에 구분을 두었다. 물론 300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 칩셋인 X370과 B350은 일부 베타 바이오스 지원으로 3세대 라이젠 CPU를 쓸 수 있었지만 가장 보급형 칩셋인 A320은 2세대 라이젠을 끝으로 더 이상 새로운 CPU를 쓸 수 없게 됐다.

AMD가 400 시리즈에서는 A320에 해당하는 보급형 메인보드 칩셋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A320이 맡은 역할은 3세대 라이젠을 지원하는 500 시리즈의 A520 칩셋이 맡게 되었다. A320이 3세대 이후 라이젠 프로세서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A520은 3세대 이전 프로세서, 즉 A320에서 사용 가능한 CPU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A520이 기존 A320에 비해 크게 달라지거나 발전된 것은 아니다.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부터 들어간 PCIe 4.0 기능은 X570 칩셋에서 모든 PCIe 인터페이스에, B550은 그래픽 카드와 NVMe 스토리지에서 쓸 수 있지만, A520은 PCIe 4.0을 지원하지 않는 완전한 PCIe 3.0 기반 플랫폼이다.

물론 A320과 비교해 범용 PCIe 인터페이스가 2.0에서 3.0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추가 USB 3.1 Gen2 옵션을 쓸 수 있지만 이 정도 변화라면 굳이 A320에서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A320과 A520은 지원 CPU가 달라서 AMD 라이젠 3000 시리즈(마티스) CPU,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르누아르) APU, 그리고 새로 출시되는 Zen 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시리즈를 쓰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AMD 공식 홈페이지와 달리 A320 칩셋이 완전히 3세대 라이젠 지원이 끊긴 것은 아니다. ECS는 이는 지난 해 12월에 2세대 라이젠 3000G 시리즈 APU(피카소)를 위한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내놓으면서 3세대 라이젠 CPU(마티스) 지원까지 추가한 바 있다.

피카소 기반 라이젠 3000G 시리즈 APU가 CPU는 2세대 Zen+ 아키텍처에 내장 그래픽이 AMD 라데온 VEGA를 사용한 제품임을 감안하면 Zen 2 아키텍처를 쓰는 3세대 라이젠 마티스 CPU와는 별개의 제품으로 봐야 하지만 ECS는 이를 같은 3000 시리즈로 묶어 모두 지원한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출시된 라이젠 4000 시리즈 르누아르 APU는 어떻게 봐야 할까? 내장 그래픽 기능이 들어간 라이젠 4000 시리즈 APU 내부는 이미 ECS가 A320AM4-M3D에서 지원하고 있는 Zen 2 기반 3세대 라이젠 CPU를 사용하고 내장 그래픽도 세부 스펙이 달라졌을 뿐 GPU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바뀌진 않았다.

이미 X570과 B550 일부 제품에서 바이오스 업데이트로 3세대 라이젠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A320 역시 AMD 공식 지원은 아니지만 제조사의 노력이 있다면 르누아르 APU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ECS A320AM4-M3D가 비공식 바이오스지만 실제로 르누아르 APU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ECS DURATHON2 A320AM4-M3D 메인보드로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라오지 않은 2020년 9월 1일자 바이오스를 통해 AMD 라이젠 5 프로 4650G 르누아르 APU를 정상적으로 인식하고 부팅에 성공했다. 바이오스에 진입하니 프로세서 이름도 정확히 표시된다.

윈도우 10 운영체제로 들어가 CPU-Z로 시스템 정보를 살펴보니 AMD 라이젠 5 프로 4650G 르누아르 APU가 ECS A320AM4-M3D 메인보드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 APU의 TDP는 65W 또는 35W로 3+2 페이즈 하이브리드 전원부를 가진 A320AM4-M3D 메인보드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PU-Z를 통해 라이젠 5 프로 4650G의 내장 그래픽 정보를 살펴보면 AMD 라데온 VEGA 7 GPU를 탑재한 것으로 나온다. GPU 클럭은 이전 세대 라이젠 3000 피카소 APU보다 올라간 1900MHz에 7개의 그래픽 코어가 들어간다.

다만 ECS A320AM4-M3D 메인보드는 오버클럭 관련 기능이 없기 때문에 메모리 오버클럭은 바이오스에서 제공하는 수동 메모리 타이밍 설정 옵션을 사용해야 한다.

오버클럭 메모리를 쓸 수 있는 X.M.P. (Extreme Memory Profile)를 지원하지 않고 메모리 전압 설정, CPU 배수 및 메모리 클럭 배율 조정 옵션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메모리 클럭만 올려서는 정상적으로 쓰기 힘들다.

표준 DDR4-3200MHz 메모리는 XMP 설정값이 아닌 JEDEC 표준 메모리 설정값이 들어가기 때문에 ECS A320AM4-M3D 보드에서 바이오스를 건드리지 않고 메모리 클럭을 Auto로 놓아도 DDR4-3200MHz으로 동작한다.

ECS A320AM4-M3D 보드에서 르누아르 APU를 사용한다면 고가의 XMP 오버클럭 메모리보다 표준 DDR4-3200MHz 메모리를 쓰는 것이 좋다.

AMD 홈페이지에서 르누아르 APU를 위한 최신 라데온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서 정상적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AMD 라데온 소프트웨어에서 라이젠 5 프로 4650G 르누아르가 정상 인식되고 있다.

ECS DURATHON2 A320AM4-M3D은 비공식 버전이지만 최신 바이오스를 통해 AMD 라이젠 4000 시리즈 르누아르 APU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표준 DDR4-3200MHz 메모리와 조합을 통해 기존 A320 시스템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가성비 르누아르 APU 시스템을 대량으로 구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7만원대 이상의 A520 보드 대신 25~30% 가량 저렴한 A320 메인보드를 써서 전체 구매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ECS 홈페이지에서 바이오스 다운로드를 제공하지 않고 비공식 버전이 탑재된 메인보드로 출시됐다는 점은 일반 판매용보다 유통사가 르누아르 APU 조립 또는 기업 남품 시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바이오스와 이후 관련 기술 지원 역시 ECS가 아닌 유통사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A520 메인보드와 달리 AMD의 르누아르 공식 지원 제품이 아니라 향후 CPU 업그레이드가 어렵고 비공식 바이오스여서 나중에 지원 기능이 빠질 수도 있지만, DDR4 메모리를 쓰는 AM4 플랫폼 자체가 이미 끝물이고 AMD가 이제 와서 오래된 A320 메인보드에 일일이 간섭할 이유는 없다. 기업에서 르누아르 APU와 함께 시스템 수명까지 장기간 쓴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