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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기아 브랜드의 이정표가 되다

스팅어는 브랜드의 후광 없이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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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정표(milestone)’라는 말을 사람의 인생 또는 가치관이 바뀌는 결정적 계기를 비유하기 위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브랜드에게도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나 제품들이 있다.

이정표가 되는 사건들은 보통 확연하게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브랜드에게 가장 큰 이정표는 회사가 설립된 날부터, 최초로 자동차를 생산한 날, 브랜드 고유의 모델을 갖게 된 날, 그리고 최초로 연간 생산량이 일정 숫자를 넘긴 해 등 구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이렇게 만지고 셀 수 있는 것들 이외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정한 이정표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들은 숫자로 셀 수 있거나 정형화된 것들이 아니라 좀 더 고차원적인 것들, 즉 질적인 측면이나 이미지와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바로 이런 진정한 이정표다. 크기나 가격, 판매 대수 등의 단순한 수치를 넘어 기아차 브랜드와 더 나아가 우리나라 자동차가 질적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1. 영암 서킷에서의 첫 만남

필자가 스팅어를 처음 만난 것은 출시 이전에 이루어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디자인과 포지셔닝, 그리고 마케팅 포인트 등 전반적인 상품성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와우!’ 실물을 처음 만난 필자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승용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낮게 웅크린 동물의 역동성을 떠올리게 하는 실루엣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후륜구동의 비율은 달리기 전부터 이미 달리고 있었다. 얼른 시승하고 싶었다.

마침내 모델이 공개되었고 필자가 처음 스팅어를 시승한 곳은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었다. 고성능 모델을 시승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스팅어 GT를 서킷에서 타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3.3L 트윈터보 엔진의 강력한 성능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큰 충격은 한계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탁월한 밸런스와 어느 상황에서도 정직한 조향 감각이었다. 이 둘은 이른바 우리가 핸들링이라고 부르는 조종 성능에서 가장 중요한 고차원의 질적인 성능이다.

스팅어의 조종 성능은 충격이었다. 후륜구동 차량에, 그것도 고성능 차량에 거의 경험이 없는 기아차가 단숨에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기아차의 수준이 드디어 고성능차 강호에 도전할 수준이 되었음을 알리는 ‘하산 명령’이었던 것이다.

2. 도장 깨기

스팅어는 방랑 무사가 되었다. 스팅어는 실력은 뛰어났지만 도장의 명성, 즉 브랜드의 후광은 업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력을 증명하는 길은 유명한 도장을 돌아다니며 도장 최고의 무사를 이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스팅어의 적수들은 장르와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자신의 강호에서는 내로라하는 모델이어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쟁자는 호주의 홀덴 코모도어나 미국의 닷지 차저와 같은 고성능 마초 세단이었지만 2도어 포니카의 대명사인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도 자주 맞붙는 호적수였다. 심지어는 폭스바겐 골프 R이나 포드 포커스 RS와 같은 핫해치, 스바루 WRX과 같은 랠리 베이스카 등 작지만 뜨거운 모델들과도 겨뤘다. 그리고 아우디 S4나 메르세데스 AMG C43, BMW 440i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스팅어의 비교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결과! 스팅어는 많은 수의 결투에서 이겼다. 진 경우에도 느슨하게 마음을 먹었던 명가의 자제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특히 무거운 차체를 다루어 내는 균형 감각에서는 거의 만장일치로 칭찬을 받았다. 그러니까 스팅어는 심지어 패배한 승부도 기본기가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기회로 사용했다.

스팅어는 강호의 훌륭한 도전자임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기아차는 가성비가 좋은 차를 만들면 브랜드로 평가 절하되지 않는다는 선례를 만들어 냈다.

3. 남자의 차

2018년 미국 스포츠 최고의 이벤트인 NFL 슈퍼볼은 천문학적인 광고 단가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따기 위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몰려드는 황금 채널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스팅어는 글자 그대로 대박 사건을 쳤다. 황량한 사막 한복판 아무도 없는 적막한 레이스 트랙. 스팅어 두 대가 출발선에 서 있다. 캐러밴에서 레이싱 슈트를 입고 나온 장발의 노인. 아마도 왕년에 록 음악을 했었는지 화려한 장신구가 눈길을 끈다.

스팅어의 운전석에 오른 그는 갑자기 전속력 후진으로 오벌 서킷을 달린다. 한 바퀴를 돌고 출발선에 다시 섰을 때 그는 룸미러에서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간 젊은 록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패독에는 그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팬들이 가득했다. 그는 사실 전설적인 록 그룹 에어로스미스의 보컬인 스티브 타일러였다. 그리고 에어로스미스의 명곡인 ‘Dream on’이 흘러나오며 광고는 ‘Feel something again’이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스팅어는 잊어버렸던 사나이의 열정을 일깨운다는 광고였고, 미국 4도어 스포츠 세단의 핵심 타깃인 중년 남성들의 가슴에 다시 불을 당겼다. 이제 스팅어는 더 이상 가성비나 숫자로 이야기하는 차가 아니었다.


이렇듯 스팅어는 이전의 어떤 기아차, 아니 우리나라 자동차 모델이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낸 진정한 이정표가 되는 모델이다. 정면 승부로 도장 깨기를 해서 실력을 증명하고 강호의 주목을 받았으며 마침내 잠들었던 사나이들의 감성을 일깨워냈다.

형제 모델인 제네시스의 G70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도움을 받는 것과 달리 스팅어는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스팅어는 더욱 대단하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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