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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를 향한 전진, 모하비 더 마스터

신형 모하비는 중추신경계를 뜯어고치는 대수술을 거쳤지만 여전히 모하비다움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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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대한민국 최초의 클래식카 될 수 있을까?

2년 전이었다. 나는 이런 제목의 원고를 쓴 적이 있었다. 모하비는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분명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 살아남은 장수 모델이라고 해서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래된 ‘올드’와 가치가 있는 ‘클래식’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모하비가 클래식이 될 가능성을 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한계도 확인했었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였다. 모하비를 대표하는 제품의 강점은 ‘진짜’라는 것에 뿌리를 둔다. 진정한 SUV이고 진정한 럭셔리의 맛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성격을 대표하는 것은 V6 디젤 엔진과 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 파워트레인, 그리고 프레임 바디의 차체 구성이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두툼하고 풍성한, 그리고 동시에 부드러운 엔진의 감성은 제원의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질적인 차별이었다. 그리고 무거운 골격이 차체를 떠받치고 있는 프레임 바디만이 줄 수 있는 낮은 무게 중심과 높은 시야, 그리고 든든하고 묵직한 감성은 요즘 유행하는 유니 바디 방식의 크로스오버 SUV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란하게 변화하는 시대와 자동차 디자인의 유행을 비껴가는 자신만의 중후한 디자인도 꾸준히 지켜지고 있었다. 그 중후함 속에는 화려하지만 뭔가 얄팍한 듯한 요즘 차들의 인테리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두툼하고 너그러운 소재의 질감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모하비의 진국 같은 맛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한때 모하비는 단종될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판매량이 줄어들기도 했었다. 거의 함께 세상에 나왔지만 얼마 견디지 못한 현대 베라크루즈의 퇴장을 보면서 모하비도 그럴 것이라고 했었다. 크로스오버 SUV라는 시대적 흐름에 더 잘 맞았던 베라크루즈가 단종됐는데 하물며 모하비는 더욱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2012년 베라크루즈의 판매량을 추월한 모하비는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며 2014년에는 내수 1만 대를 넘고 2016년에는 1만5천 대를 넘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그것은 다른 차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하비의 가치를 사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듯 모하비는 살아있는 클래식 모델이 될 수 있는 가치 두 가지, 즉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와 이를 알아주는 고객들이 있는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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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말했듯 세월은 흐르고 고객들은 달라진다. 단순히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포드 익스플로러 등 가성비가 좋은 수입 대형 SUV와 오랜만의 국산 대형 SUV인 현대 팰리세이드가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충성도만 갖고는 모하비를 더 이상 고수하기가 어려운 시점이 왔다. 2018년을 기점으로 모하비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변신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기아차는 모하비에서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선별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선택이 새롭게 선보인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 선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지킨 것은 앞서 보았던 모하비의 캐릭터를 이루는 파워트레인과 차체 구조이고, 달라진 것은 디자인과 주행 품질, 그리고 지능형 편의사양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동차의 주행 품질과 조종 성능에 매우 민감하다. 아무리 겉보기가 좋아도 타는 맛이 부족하면 즐겁거나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모하비는 주행 품질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차였다. 처음 출발할 때는 묵직하고 매끈해서 좋지만 도로의 요철을 만나면 어쩔 줄 모르며 안전부절 흔들리는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다. 오프로드에서는 그 정도는 아닌데 포장도로의 요철에서는 종종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손을 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체 아래쪽, 즉 안쪽의 문제였다. 보이지도 않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과 인력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 가장 큰 투자가 이루어진 곳은 바로 이 부분이다. 캐빈과 프레임 사이의 바디 마운팅을 모두 바꾸고, 심지어는 후륜 서스펜션의 쇼크 업소버 장착 각도까지 바꾸는 등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곧 데뷔할 모하비 더 마스터

그 효과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요철을 만나면 허둥대던 뒷바퀴의 움직임이 사라졌고, 프레임과 따로 노는 듯한 캐빈의 이질감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즉,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이전의 모하비에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안정감과 직결감이 큰 폭으로 좋아진 것이다.

이외에도 주행 질감에 영향을 주는 투자는 훨씬 많이 이루어졌다. R-MDPS 방식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모하비 더 마스터에게 최신형 모델에서나 느낄 수 있는 손맛을 가져다준다. 커진 디스크 브레이크도 보다 명료한 제동 감각을 선사한다. 그 결과 신형 모하비는 묵직하고 중후한 모하비 고유의 맛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모델들에서 기대하는 산뜻하고 또렷한 주행 질감을 갖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업데이트는 단연 주행 보조 장치를 비롯한 현대적인 장비들의 추가다. 모하비는 명색이 RV 명가 기아차의 기함 SUV인데도 편의장비에서는 그렇지가 못했다. 특히나 기아차는 SUV와 MPV 등 라이프스타일 모델에 강한 브랜드인데도 말이다. 지난번 업그레이드에서 선보인 주행 보조 장비는 운전자를 능동적으로 돕지 못하고 경보를 울려주는 수준이었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거나 스티어링 휠을 돌려주는 기능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파워 테일게이트도 없어서 맨 끝에서 잠그는 것만 도와주는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실 기존의 차량에 이런 편의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까다로울 수 있는 이른바 중추신경계의 대수술이다. 차량의 조향 장치를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꾸는 것은 차량의 주행 특성은 물론 주행 안정 장치의 프로그래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파워 테일 게이트도 단순히 모터 하나만 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큰 힘을 받아내야 하는 리어 패널을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보강해야 하는 뼈 이식 같은 대수술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하비 더 마스터는 이런 중추신경계와 골격계 수술을 받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오로지 요즘 기준에서 모하비 수준의 대형 SUV에 걸맞은 사양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적 하나였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디자인의 변화는 위의 내적 진화에 비하면 다소 이해하기 쉽다. 구형의 경우 정통 SUV에 걸맞은 직선 위주의 단정하고 강인한 디자인은 좋았지만 다소 차분한(다른 말로는 진부한) 앞뒤 모습은 터프한 내공에 비해 아쉬웠다. 그래서 강렬함과 웅장함을 테마로 하는 앞뒤 모습의 집중적인 변화는 매우 반갑다. 비로소 모하비가 자기가 가진 내공과 충성스러운 고객들의 사랑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 듯하기 때문이다. 수줍은 헐크가 자신의 실력을 알았다고나 할까?

모하비 더 마스터의 실내 렌더링

인테리어의 변화는 솔직히 생각이 복잡하다. 넓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신형 인테리어는 분명 요즘 SUV 소비자들의 취향에는 어울리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차체의 크기가 변하지 않으면서도 더 넓게 느낄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난 대시보드, 얇아진 시트와 도어 트림도 얼마나 기아차 디자이너들이 고심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얇아졌는데도 방음이 뛰어난 도어 트림, 얇아졌는데도 오히려 더 안락해진 시트에서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눈물겨운 고생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존 모하비의 실내

하지만 실내에서는 정통 SUV의 내공을 가진 모하비의 독창성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어느 한구석에서라도 ‘나는 여느 크로스오버 SUV가 아니라 4륜 로(low) 기어까지 갖춘 정통 SUV를 타고 있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모티브가 있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그리고 이전 세대의 두툼하고 듬직한 손맛이 세련된 스타일링과 맞바꿔진 부분도 살짝 아쉽다.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는 지금의 새로운 방향이 맞겠지만 모하비는 자동차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의 주관이 또렷한 소비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덩치를 키우는 대신 오프로드에서 추스르기 쉬운 최대한의 몸집인 현재의 차체 크기를 고수하면서 실내 공간을 더 뽑아내려고 이렇게 고생했던 것이 아닌가.

신형 모하비가 반가운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기아차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클래식의 업데이트를 해낸 것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여전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하비다. 그리고 동시에 2020년에도 아쉬움이 없는 현대적인 SUV가 되었다. 클래식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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