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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전기차로 다녀오다

울릉도, 내 차로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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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울릉도를 차를 가지고 다녀오기로 했다. 그것도 전기차로 말이다. 예전 같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요즘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80km가 넘는다. 휴게소마다 충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심지어 울릉도에도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올해 초 55년 만에 전 구간이 완공된 울릉도 일주도로를 꼭 한번 차로 달려보고 싶었고, 기왕이면 좀 더 색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다시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그리고 울릉도 섬 전체를 배출가스를 하나도 내뿜지 않는 친환경 전기차로 돌아보는 도전을 말이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 니로 EV(왼쪽)와 쏘울 부스터 EV. 모두 한번 충전으로 385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내륙에서 울릉도로 가려면 강원도의 강릉항이나 동해시의 묵호항, 경북 울진군의 후포항, 경북 포항항 등 네 곳의 선택지가 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강릉항이나 묵호항이 가깝고, 실제 울릉도까지의 뱃길도 짧다. 하지만 차를 울릉도까지 배에 싣고 가려면 현재로서는 뱃길이 가장 긴 포항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때 묵호항에서도 카페리가 운항됐으나 지난해부터는 여객선만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 촬영한 두 차의 모습. 친환경 전기차와 푸른 동해 바다가 잘 어울린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지난해 판매를 시작한 기아 니로 EV와 올해 나온 쏘울 부스터 EV다. 둘 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각각 385, 386km에 달해 장거리를 오가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두 차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SUV를 재해석한 의미 있는 모델이다. 니로는 친환경 구동계로 ‘국산 하이브리드 SUV’의 시작을 알린 차로, 니로 EV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친환경차 니로의 순수 전기차 버전이다. 쏘울은 해치백과 SUV의 장점을 버무려 독자적인 개성으로 완성한 소형 SUV로, 특히 현행 쏘울 부스터 EV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첫 번째 국산 전기차이기도 하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 쏘울 부스터 EV

서울을 출발하면서 먼저 쏘울 부스터 EV에 올랐다. 계기판을 보니 주행가능거리가 460km가 넘는다. 환경공단이 인증한 쏘울 부스터 EV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86km(도심 427, 고속도로 336km).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행 환경에 따라 연비가 달라지듯이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기차는 기온이 적당한 봄, 가을 주행거리가 보통 제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고속도로를 주로 달리더라도 서울에서 포항 정도는 중간에 충전 없이 달릴 수 있다.

쏘울 부스터 EV의 실내. 젊은 감각으로 가득하다

출발지인 서울에서부터 목적지인 포항 부두까지의 거리는 약 330km. 배터리를 아껴 달린다면 한 번에 도착하고도 남겠지만 우리 일행은 굳이 배터리를 아끼지 않았다. 살짝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고, 라디오를 들으며 연비(燃費)가 아닌 전비(電費)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쾌적하게 달렸다. 아니, 오히려 종종 도로의 흐름을 이끌기도 했다. 전기모터의 조용하면서도 힘찬 가속과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얻은 낮은 무게중심이 주는 안정감 등 전기차 특유의 운전 질감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울릉도 일주도로를 달리고 있는 니로 EV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또한 편안한 장거리 운전을 도왔다.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및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곡선로 및 안전구간 자동 감속), 후측방 및 후방 교차 충돌 경고, 하이빔 보조 등 각종 첨단 장비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줄여주었다.

배터리가 넉넉했지만 휴게소에서 충전을 한 번 더 했다

서울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린 우리 일행은 2017년 완전 개통된 상주영천고속도로의 낙동강의성휴게소(영천 방향)에서 전기차와 사람 모두 충전에 나섰다. 환경부 급속충전기는 40분의 충전 시간을 제공한다. 40분이 지나면 충전이 자동으로 멈추며, 기다리는 차가 있다면 양보해야 한다. 길 것 같지만 가볍게 식사를 하고 떠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서울 출발 후 210km 정도를 달린 상태라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상 남았지만 운전자가 쉬는 동안 전기차에게도 외식을 시켜주었다.

니로 EV의 실내. 패밀리카답게 아늑하고 포근하다

여기서부터는 니로 EV로 갈아탔다. 쏘울 부스터 EV와 같은 구동계를 사용하는 모델이기에 주행 감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둘의 운전질감은 제법 달랐다. 어느 차나 힘은 넘쳤고 쏘울 부스터 EV의 승차감이 스포티한 쪽에 가깝다면 니로 EV의 승차감은 조금 더 차분한 쪽에 가까웠다. 휠베이스가 더 길어서일까? 산뜻하고 젊은 감각을 자랑하는 쏘울 부스터 EV와 친환경 패밀리카인 니로 EV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드디어 포항에 도착!

멀리 공업단지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서울을 떠난 지 4시간이 좀 지나 포항에 도착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에 차를 실어 보낼 때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승객과 화물을 함께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있고, 차만 실어 보내는 화물선이 있다. 보통 포항을 출발하는 여객선은 오전에 포항항을 떠나 정오쯤 울릉도에 도착한다. 항해 시간은 3시간 남짓. 이 여객선 중에 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있는데, 배를 타면서 차를 함께 실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울릉도 항구에서 내리며 차를 받아 곧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실을 수 있는 쾌속 카페리의 모습

그런데 카페리 여객선은 차량 선적 예약을 미리 받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여객선은 당일의 선적량에 따라 실을 수 있는 차량 대수가 달라지며, 선착장에 차를 세운 순으로 차를 싣는다. 특히 정기적으로 오가는 화물차들이기 있기 때문에 외지 승용차의 경우 선적 불확실성이 커진다. 또한 여객선은 9시 50분에야 떠나지만 배에 차를 싣는 작업은 통상 아침 일찍 이루어진다. 운과 노력이 모두 필요한 방식이다. 전날 저녁 혹은 당일 새벽에 도착해서 선착순으로 차를 세워놓고 경쟁자(?)들이 별로 없다면 여객선이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차를 꼭 실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포항 화물터미널에서 차량 선적을 위해 수속 중인 니로 EV

반면 화물선은 자동차 선적 예약을 받는다. 저녁에 포항을 출발해 다음날 새벽에 울릉도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3시간 남짓 걸리는 쾌속선과 달리 항해에 8~9시간이 걸린다. 제약은 또 있다. 해당 화물선 운용사에 따르면 배에 차를 싣더라도 화물차 차주만 승선이 가능하다고. 즉, 승용차를 화물선에 실어 보낼 때는 차만 별도로 보내야 하고, 차주를 비롯한 일행은 별도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야 한다.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쾌속 카페리 썬플라워호의 모습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대저해운의 썬플라워호가 대표적으로,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 도동항으로 매일 9시 50분에 출발한다. 운임은 일반석이 6만4,500원, 우등석이 7만700원. 평일 기준의 운임으로 주말이나 공휴일, 특별수송기간 때는 10% 할증이 붙는다. 포항에서 울릉도 저동항을 오가는 같은 해운사의 썬라이즈호도 있는데, 운임은 같지만 우등석이 없다.

920명의 승객과 10여 대의 차를 실을 수 있는 썬플라워호

차는 배가 큰 썬플라워호에만 실을 수 있다. 금액은 경차와 소형차는 13만원대, 중형차는 16만원대, 대형차나 수입차는18만원대이며, SUV는 18만~20만원대로 조금 더 비싸다. 배는 9시 50분에 출항하지만 차량 화물은 7시 40분~8시 30분 사이에 선적해야 한다. 물론 선착순으로 대기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차를 못 실을 수도 있다.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대형 화물선 앞에 선 니로 EV

한꺼번에 두 대의 전기차를 실어 보내야 했던 우리는 좀 더 안전하게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운항하는 화물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이 이용한 미래해운 화물선의 경우 월, 수, 금요일에는 포항에서 19~20시 사이에 출항해 이튿날 새벽 5시 30분~7시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한다. 차는 늦어도 오후 5시 전까지는 실어야 하며, 비용은 대략 한 대당 20만원 정도다.

후진으로 쏘울 부스터 EV를 화물선에 싣고 있는 모습

오후 5시 무렵 전기차 2대를 화물선에 실어 울릉도로 보내자 이튿날 오전 여객선을 타기 전까지 여유 시간이 생겼다. 포항여객선터미널은 포항에서 유명한 영일대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다. 항구와 인접한 해변에서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보낸 후 포항 물회를 먹으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의 모습


포항여객선터미널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긴 줄을 선 관광객들

다음날 아침, 우리 일행은 여객터미널 인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 있는 브런치(라고 쓰고 햄버거)를 먹었다. 그런데 9시 50분 예정이었던 여객선의 출항 일정이 기상 악화로 11시 50분으로 한 차례 늦춰지더니, 결국 15시 출항으로 다시 늦춰졌다. 풍랑이 심해 바닷길이 안정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날 비가 오기는 했지만 포항 하늘은 이미 쾌청한데 바다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쯤 되니 슬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다 울릉도로 못 가는 건 아닌지, 설령 가더라도 제 날짜에 나올 수는 있을지, 행여 파도가 높으면 가는 동안 고생하지 않을지, 온갖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상 악화로 예정보다 5시간이나 늦게 출항했다

다행히 오후 3시에 맞춰 승선이 시작됐다. 미리 챙겨 온 멀미약을 먹고 마음을 비웠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 속도를 높이자 역시나 바이킹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의 항해가 어땠는지는 객실 분위기가 잘 말해준다. 출발할 때는 들뜬 관광객들의 대화로 선실이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침묵이, 좀 더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뱃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날만큼은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3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까, 마침내 배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눈앞에 울릉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쾌속선이 도착한 울릉도 도동항의 모습

도동항은 기암괴석과 가파른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울릉도의 첫인상은 기암괴석과 가파른 산, 그리고 갈매기였다. 바다와 마주한 절벽은 높았고, 바위 곳곳에는 소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도동항 여객터미널 앞은 사람과 차가 엉켜 재래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나마 평일이라 이 정도이지 주말에는 관광버스까지 더해져 터미널 앞은 혼잡 그 자체라고 한다.

도동항의 모하비 택시

울릉도의 택시는 거의 대부분이 SUV다. 경사가 심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데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사륜구동 SUV를 택시로 쓰는 모양이다. 육지에서는 상당히 고급 SUV인 모하비가 택시로 사용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울릉도는 힘이 강한 사륜구동 SUV들이 택시로 쓰인다

여객선이 내린 도동항에서 화물선이 도착한 사동항까지, 우리 일행도 SUV 택시를 이용했다. 거리는 5km밖에 안 되지만 중간에 상당히 가파른 산을 넘어야 했다. 대형 SUV 택시를 탔음에도 비용이 8천원 남짓 나온 것을 보니 요금은 내륙의 중형택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화물선으로 울릉도 사동항에 먼저 도착한 쏘울 부스터 EV

울릉도 사동항에서 하루 동안 떨어져 있었던 차들을 다시 만났다. 화물로 보냈던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는 아침에 도착해 하루 종일 선착장에서 울릉도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물선 사무실 직원들은 이미 퇴근한 뒤였고 열쇠는 차 안에 놓여있었다. 평지가 거의 없어 주차난이 심각한 울릉도에서는 차 안에 키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충전 중인 전기차 안에도 으레 차 키가 놓여 있다

차를 훔쳐도 섬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일까? 특히 항구 주변의 주차장에는 차들이 거의 테트리스 수준으로 주차되어 있으며, 안쪽에 세워 둔 차를 빼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차를 움직여야 한다. 자동차 열쇠를 차 안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비슷한 이유로 충전 중인 전기차 안에도 종종 차 키가 놓여 있었다. 

구형 쏘울 전기차의 모습

울릉도 여기저기에서 전기차가 자주 보였다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를 타고 숙소를 찾아 산길과 해안도로를 달렸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리 말고도 전기차가 종종 보였다. 현재 울릉도에는 5,840대의 차가 있는데, 이들 중 전기차가 243대라고 한다. 비율로 따지면 4% 정도인데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전기차는 서울보다 많은 느낌이었다. 

급속충전기 뒤로 아름다운 동해 바다가 보인다

현재 울릉도에는 8개소에 23기의 급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거의 전기차 10대당 급속충전기 1대 수준으로, 섬 전체에 주유소가 3개뿐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숫자다. 육지와 꽤 떨어진 곳임에도 충전 인프라는 이미 잘 갖춰져 있었다.

오션뷰를 즐기며 충전 중인 쏘울 부스터 EV

울릉도의 가파른 산길도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들은 힘이 200마력이 넘어 힘이 넘치기 때문. 또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보통 380km가 넘는데, 섬의 일주도로 길이가 44.2km임을 감안하면 매일 섬을 한 바퀴씩 돌아도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꼴로 충전하면 된다. 어쩌면 울릉도는 제주도보다 더 전기차가 어울리는 곳일지도 모른다.

울릉도는 전기차 보급대수당 급속충전기 비율이 제주도를 넘어선다

그래서일까? 울릉군 역시 전기차 보급에 꽤 적극적이다. 올해의 경우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1,900만원(국비 900만원, 지방비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2,100만원에 비해서는 200만원 줄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서울의 경우 올해 최대 1,350만원). 2019년 40대의 예산을 확보해 놓았으나 추경 60대를 더해 올해 최대 100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울릉군은 매년 100대씩의 전기차를 2029년까지 보급해 섬 내의 자동차 20%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아름다운 울릉도의 풍경 속에 녹아든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

이번 편에서는 전기차 두 대를 몰고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주로 담았다. 일주일 뒤 게재될 후속편에서는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로 달린 울릉도와 독특한 섬의 자동차 생활 및 문화, 울릉도의 아름다운 도로와 관광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담아낸 멋진 사진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대하시라.

글, 사진 K-PLAZA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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