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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의 미래, 한국차의 미래

현대·기아차가 미래차의 주역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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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택시 업계는 계속 뒤숭숭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전과는 달랐다. 요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등 예년의 쟁점이 아니었던 것. 그 시작은 카카오 카풀이었고 지금은 타다가 화두가 되었다. 각각 카풀 앱과 라이드 헤일링(승차공유) 앱으로 구현하는 초보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다.

새로운 앱 기반의 서비스는 기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에서 공유의 대상으로 전환될 것이며,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아우르는 현대차그룹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승차공유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예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자동차를 통한 서비스’다. 기존의 대중 운송 서비스를 대표하는 택시와 새롭게 출현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인 승차공유 및 라이드 헤일링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사회에 쉽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의 리더가 스스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우버 서비스는 우리나라에 발을 못 붙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늦었고 급하다는 것. 우버가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한 지 이미 10년이 되었다(우버는 2014년 우리나라에도 진출했었으나 불법으로 규정되어 이듬해 퇴출되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은 세계 1위의 서비스인 ‘디디(DiDi)’가 성업 중이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3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은 그랩(Grab)은 동남아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세계 3위의 모빌리티 서비스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Grab)’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차로의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를 벗어나 리더로서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우수한 자동차 제조국일지는 몰라도 모빌리티 서비스에 관한 한 후발주자다.

서비스 앱 한두 개가 출시되고 스타트업 몇 개가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의 교통수단이 갑자기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로 넘어가기는 힘들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해서 반세기 동안 제품과 생산성에 집중했던 제조사가 하루아침에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4월 22일 현대·기아차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능형 전기차 성능 조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렇다고 해서 낙심하고 있기에는 기회가 너무 아깝고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것들이 너무나도 아깝다. 남들이 앞서 나가는 것, 우리를 추월하는 모습에 초조해서는 안 된다. 분명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진 강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시작하면 된다.

기아차가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R.E.A.D. 시스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자율주행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나라다. 자동차도 그렇고 정보통신 산업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이들은 미래차, 최소한 미래차의 하드웨어에 핵심적인 분야들이다. 미래차의 3대 요소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다. 이런 미래차의 3대 요소를 위한 산업은 전기, 전자, 통신,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기아차 쏘울 부스터 EV와 니로 EV는 모두 국내 제조사(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얹고 있다

유럽 고급차들은 물론 양적으로는 세계 1위인 중국 회사들조차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배터리 회사들은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 최강의 전기차 경쟁력의 하나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모두 제각기 특장점을 갖고 있으며 경쟁과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인 구도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및 전자회사이면서 세계적인 커넥티비티 기술력을 보유한 하만그룹을 인수했다. LG는 전기모터 및 BMS 등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차체와 새시를 제외한 모든 기술을 보유한 모듈 공급자다. SK텔레콤과 KT는 커넥티비티의 핵심 기술인 5G 통신 기술의 세계적 강자들이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포털 중심의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확보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흔히 미래의 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자동차이기에 미래차 역시 전자제품 업체가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가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지휘자의 역할이다. 흔히들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기능적으로는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스마트폰을 크게 만들고 바퀴를 단다고 해서 우리가 목숨을 기꺼이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미래차 개발의 주체가 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는 위의 전기, 전자, 통신, 소프트웨어 등을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통합하는 체제 통합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체제를 통합하다 보면 현대·기아차와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가진 역량 가운데 부족한 것들이 드러날 것이다(물론 하면서 파악하면 늦다. 미리 머리를 맞대고 퍼즐을 맞춰보아야 하고 그 중심에서 현대차그룹이 조율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해결책을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코드42 송창현 대표(왼쪽)와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를 위해 자금과 회사의 규모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투자다. 왜냐하면 현재의 경쟁 상황에서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 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이 가장 착실한 노하우 습득법이겠지만, 자칫 잘못해 경쟁자에게 뒤처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이 토종 카풀 앱인 럭시에 투자하고 미래 모빌리티를 공동 연구하는 것이나 작년에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오로라 이노베이션과 협업 관계를 맺은 것, 그리고 최근 국내 스타트업인 코드42에 투자해 미래차 플랫폼 개발을 꾀하는 것 등은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기아차는 구글의 차량용 폰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안드로이트 오토를 국내 최초로 전 차종에 장착했다

현대·기아차가 맡아야 하는 역할은 또 있다. 정부 및 입법부와의 조율을 통해 미래차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미래차도 결국 자동차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토부와 환경부, 산자부 등 유관 부처의 역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미 갖고 있는 소통의 노하우를 십분 이용해 걸림돌들을 제거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정이나 법률을 정보통신 업계 사람들이 더 잘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대차그룹밖에 없다.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을 운용하는 포괄적인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가 맡아야 한다

단, 늦었다고 느껴지는 지금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든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현대·기아차는 우리나라에서 미래차의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현실화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법규는 정부와 조율하며, 미래차를 실현하기 위해 주변의 역량과 협력하며, 발견된 부족한 역량은 매입하거나 연합하고, 최종적으로 서비스 전반을 운용하는 포괄적 책임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자칫하면 주도적 역할을 주도권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을 자사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기아차는 ‘카카오 i(아이)’에 기반한 서버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전기차용 배터리 회사들은 자동차 제작사의 자회사이거나 자동차 제작사와 배터리 기업의 합자 형태로 이루어져 대부분 자동차 제작사의 입김 아래에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앞지르기보다는 자신들이 투자한 부분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순수 전기차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래차 개발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서비스 회사가 되겠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당장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업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서비스에 경험이 많은 회사와의 연합을 통해 자동차에 최적화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조율과 연합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구성 K-PLAZA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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