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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가 보여주는 이 시대의 패밀리 세단

K5를 보면 패밀리 세단의 높아진 기준을 알 수 있다
k-plaza 작성일자2019.04.16. | 40,089  view

‘패밀리’(family, 가족)라는 단어는 정감 넘치고 살갑다. 듣기만 해도 따뜻한 가족애가 마음 한쪽으로 잔잔히 밀려든다. 그런데 자동차 분야에서 패밀리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자동차의 특성은 다양하지만, 관통하는 특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패밀리’다. 두 명이 타는 스포츠카 등 특수한 차를 제외한 일반 자동차를 만들 때는 패밀리를 근본 기준으로 삼는다. 특히 두루두루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대중차는 패밀리 기준을 더 혹독하게 적용한다. 정겨운 단어 패밀리가 자동차에는 엄격한 기준이 된다.

자동차는 기본이 5인승이다. 너무 당연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 따지지도 않는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니 당연히 자릿수를 많이 뽑아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인원을 최대한 배치한 구성이 5시트다. 한때 앞좌석에도 3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형 시트를 얹은 6인승 차들도 있었지만 안전 문제로 사라지면서 가족이 타는 보통의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5인승으로 진화했다.

패밀리카를 대표하는 차종은 세단이다. 3박스 형태에 문이 네 개 달린 모양이다. 앞에는 두 명, 뒤에는 세 명이 앉는다. 3도어 해치백이나, 세단과 형태가 비슷한 문 두 개 달린 노치드 쿠페를 보면 꼭 문이 네 개일 필요는 없다. 두 개여도 뒤로 타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타고 내릴 때 불편하기 때문에 뒤에도 문을 만든다. 식구 여럿이 한꺼번에 차를 이용하려면 뒤로 탈 때도 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머리 공간도 넉넉해야 하기 때문에 세단은 지붕 뒷부분 디자인에 제약이 따른다. 어쩔 수 없이 미적 감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대중적인 패밀리 세단은 보편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적절한 가격으로 부담을 줄여야 쉽게 살 수 있고, 성능이 너무 과하지 않아야 위화감이 적다. 가족을 위한 차이므로 디자인도 너무 튀지 않아야 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게 효율성도 좋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을 딱 그어서 수준을 제한하기도 한다. 필요 이상으로는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결국 ‘패밀리’라는 기준을 다시 풀어 설명하면 ‘무난한 표준’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패밀리 세단은 무난한 표준을 최고 덕목으로 삼고 그에 맞춰 만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패밀리 세단의 기준이 바뀌어서 더는 무난한 표준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우선 사람들이 패밀리 세단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패밀리 세단을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대중차에 바라는 기준도 높아져서 더 고급스럽고 멋있는 차를 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예전 모습만 고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SUV가 인기를 끌면서 세단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SUV에 밀린 패밀리 세단이 서로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틀에 박힌 패밀리 세단의 모습을 집어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패밀리 세단이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나 구조로 바뀔 수는 없다. 패밀리 세단의 근본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변화를 줄 부분을 바꾸는 시도가 이뤄진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개념에 얽매여 억누르던 욕망을 분출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새로운 기준에 맞춘 패밀리 세단은 더 멋있고 강하고 고급스럽고 안전한 차로 거듭났다.


국산 세단의 디자인 역사를 다시 쓴 1세대 K5

source :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중형차 K5를 보면 요즘 패밀리 세단은 어때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있다. 2010년 처음 선보인 1세대 K5는 국산 패밀리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디자인 혁신을 통해 스포츠 세단 스타일로 등장했다. 패밀리 세단도 역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실내 공간은 이전과 같이 여유롭게 구성하면서 디자인 묘미를 살려 매끈하고 멋있게 라인을 뽑아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4도어 쿠페 장르는 아니지만, 4도어 쿠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쿠페답게 다듬었다. 패밀리 세단을 고르는 우선순위을 디자인으로 바꿔 놓았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지금도 초대 K5는 국산 패밀리 세단의 일대 전환점으로 통할 만큼 디자인 혁신 성과를 인정받는다.

1세대의 정체성을 계승한 2세대 K5의 모습(2020년형)

패밀리 세단이면서 브랜드 패밀리를 강조한 점도 새롭다. 대중적인 패밀리 세단은 그때그때 유행에 맞춰 세대마다 디자인을 달리한다. 한 브랜드 내에서도 차급에 따라 디자인이 제각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아차는 각 모델의 디자인을 통일해 정체성을 강화했다. 대중성과 보편성과 무난함을 우선하는 패밀리 세단 특성을 뛰어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워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면서 고급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정체성 유지 전략을 택했다. 세대마다 바뀌는 변화보다는 K5 고유의 특성을 이어가는, 대중적인 패밀리 세단으로는 흔치 않은 과감한 시도를 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2.0L 휘발유 엔진)

다양한 파워트레인도 패밀리 세단의 기본기가 된 지 오래다. 과거 패밀리 세단은 한두 가지 엔진만 갖춰도 구매자들이 그것만 찾았지만, 요즘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요구한다. K5는 1.6L 가솔린 터보, 2.0L 자연흡기, 1.7L 디젤, 2.0L LPG, 2.0L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 입맛에 맞게 탈 수 있도록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다.

고급 세단 못지않은 K5의 실내

패밀리 세단은 대중성을 중시하다 보니 적절한 가격을 맞추는데 초점을 둔다. 고급 첨단장비를 넣는 데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고급차와는 장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은 상향 평준화가 많이 이뤄져서 대중적인 패밀리 세단도 첨단 안전 및 편의장비를 풍부하게 갖춘다. 과거에는 대중화를 위해 적정선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패밀리 세단도 첨단장비에 예외를 두지 않는 추세다.

중형 세단이지만 첨단장비는 빠짐없이 갖췄다

K5만 해도 전방충돌방지 보조, 차로이탈방지 보조, 운전자주의 경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주행 보조, 보행자충돌방지 보조, 후측방충돌 경고, 후방교차충돌 경고 등 다양한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고속도로주행 보조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차가 알아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스티어링 휠까지 조종해 운전자의 피로를 더는 첨단 고급 기술이다. 이밖에도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 LED 헤드램프, 하이빔 어시스트, 오토홀드나 서라운드뷰 모니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운잔자세 메모리, 음성인식, 가변형 무드조명,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휴대폰 무선충전 등을 갖췄다. 요즘 패밀리 세단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K5는 높아진 한국 패밀리 세단의 기준을 보여준다

앞서 ‘대중차’라는 표현을 썼지만 국산 패밀리 세단은 대중차의 수준을 넘어섰다. 세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중차도 고급화에 주력해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2세대인 K5가 이 정도 수준이니, 앞으로 나올 다음 세대의 패밀리 세단은 또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현 시대 한국 패밀리 세단의 기준은 K5를 보면 알 수 있다. ‘무난한 표준’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월간 <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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