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가 프레임 SUV를 좋아하는 이유

팰리세이드 vs 모하비, 나는 모하비를 선택한다!
k-plaza 작성일자2019.02.21. | 61,575  view

최근의 SUV 열풍이 있기 전, 그러니까 딱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 보자. 당시에도 다양한 SUV가 있었지만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차들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구조에서 그렇다. 승용차처럼 하나의 뼈대에 엔진과 서스펜션을 비롯한 모든 장치가 달려 있는, 모노코크 형태의 국산 SUV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바꿔 말하면 당시에 판매되던 모든 SUV는 프레임 구조, 정확하게 말하면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형태였다. 우리 기억 속에 있는 ‘튼튼한 SUV’는 모두 프레임을 사용했고, 그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SUV가 튼튼하다는 인식을 준 데는 프레임의 영향이 크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도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을 사용했다. 애당초 자동차는 사다리꼴 프레임에 보디를 얹은 마차 형태에 내연기관이나 전기모터처럼 동력을 만드는 파워트레인을 얹으며 발전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수 세기 동안 바퀴와 서스펜션, 동력원을 연결하는 부분이 결합된 프레임을 바탕으로, 위에 올라가는 코치(Coach)를 다양한 주문에 따라 만들어 얹었던 마차의 전통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보디 온 프레임 타입은 마차 시절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방식이다

동력 계통과 이를 조작할 수 있는 운전석의 위치만 정해지면, 그 위에 어떤 보디를 얹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던 시절이었다. 물론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기본 프레임을 받아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고급 수제차를 만들던 코치 빌더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엔진과 보디 디자인을 바꿔 새로운 차를 내놓을 수 있으니 차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웠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프레임과 보디를 용접해 만든 유니보디 구조가 많아졌다

1960년대 들어 승용차들이 공간 활용성과 운동 성능 때문에 모노코크,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레임과 보디를 용접해 만든 유니보디(Unibody) 구조로 돌아선 이후에도 SUV는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유지했다. 말끔한 노면의 포장도로를 주로 달리는 승용차와 달리, 비포장도로와 조금 더 자연으로 가깝게 가는 사람들에게는 비틀림과 견인력에서 장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주차장의 둔덕을 넘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돌 위에 올라서고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보디 온 프레임 타입이 필요했다. 애당초 SUV가 험로 주행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우리나라 SUV들이 모두 이런 구조에서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고급 SUV를 대표하는 기아 모하비

지금 국내 판매 중인 SUV의 대부분은 유니보디 형태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보디 온 프레임 방식에 대한 선호도는 물론이고 SUV 자체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달라졌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콤팩트 SUV가 유행하면서 이제 SUV가 해치백이나 세단과 같은 승용차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진짜 SUV다운 모하비. 소유욕을 자극하는 차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욱이나 보디 온 프레임 방식에 대한 소유욕이 생긴다. 지붕만 높여 실내 공간을 키운 유니보디 구조의 SUV가 아니라, 프레임만큼 올라온 보디 덕에 그만큼 위에 앉아 도로를 지배하듯 내려 볼 수 있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진짜 SUV 말이다.

프레임 방식의 정통 SUV는 험로가 오히려 반갑다

이렇게 얻은 프레임 방식 SUV의 높은 최저지상고는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빛을 본다. 물론 차체에서 가장 낮은 부위인 디퍼렌셜이나 엔진 오일팬의 높이만 놓고 보면 프레임이든 유니보디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닥 전체가 높아 이들 낮은 부분만 피하면 되는 보디 온 프레임 타입과 달리 유니보디 SUV는 바닥 전체가 장애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프레임 타입의 섀시와 강력한 힘이 어우러진 모하비

필자가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유니보디 형태의 많은 SUV가 엔진을 가로로 얹은 앞바퀴굴림을 바탕으로 한다. 반면 보디 온 프레임 타입은 엔진을 세로로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것이 기본이다. 실내 공간, 특히 앞좌석 다리 공간에서 전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동계통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특히 조향과 구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앞바퀴굴림은 앞 타이어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의 의도보다 회전반경이 커지는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 쉽다.

후륜구동 기반의 4WD는 주행 성능 면에서 유리하다

앞뒤 무게 배분이 좋은 후륜구동 기반의 4WD에서는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또 같은 AWD라도 뒷바퀴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내기 때문에 앞바퀴는 방향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고 뒷바퀴가 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구조가 주행 성능에서는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즉, 본연의 주행 성능 면에서는 후륜구동 기반의 4WD 혹은 AWD를 얹은 보디 온 프레임 구조가 유니보디 타입보다 유리하다.

4L 레인지도 리얼 SUV를 판별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강인한 SUV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잣대는 4L(Low) 레인지의 존재 여부다. 이는 단순히 동력을 앞뒤로 나누는 트랜스퍼 케이스의 유무가 아니라 부변속기라고 하는 감속 기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이는 자전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리로 직접 힘을 받는 크랭크와 뒷바퀴가 체인으로 연결되는데, 그 중간에 기어를 달아 언덕을 올라갈 때는 힘을 키우고 고속으로 달릴 때는 회전수를 높인다. 일반 자전거는 뒤쪽 바퀴에만 기어가 달리는데, 트랜스퍼 케이스가 달린 4WD는 앞쪽 크랭크에 2단 기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군용차로 쓰일 만큼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source : 기아자동차

평소에는 2단 기어로만 달리지만 큰 힘이 필요할 때는 1단을 넣어 더 작은 기어에 체인을 물린다. 이렇게 하면 뒤쪽 기어와 상관없이 발을 구르는 횟수는 늘어나지만 뒷바퀴로 전달되는 힘이 더 커져 언덕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평상시에 쓰이는 4H가 2단 기어, 험로와 오프로드에서 쓰는 4L이 1단 기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험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모하비

이런 2단 기어를 가진 트랜스퍼 케이스를 넣는 것은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SUV에나 가능하다. 특히 엔진을 가로로 넣은 앞바퀴굴림이 기본인 경우, 엔진룸에 변속기까지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간의 여유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AWD라도 앞뒤로 동력을 나누기 전에 추가 감속이 가능한 트랜스퍼 케이스를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트랜스퍼 케이스와 4L 모드를 갖춘 SUV가 험로에서 훨씬 큰 힘을 바퀴에 전달할 수 있다.

프레임 방식과 4L 모드의 조합은 아웃도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4L 모드는 돌을 타고 넘는 오프로드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요즘의 캠핑 열풍에 따라 대형 캐러밴을 견인하거나 수상 스포츠를 즐기며 제트 스키나 보트 등을 물에서 끌어내야 할 때도 있다. 일단 속도가 붙은 다음에는 탄력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캠핑장을 들고 나는 입구의 언덕이나 강가의 경사진 로딩 존에서 4L이 없는 SUV라면 무리가 가기 십상이다. 이때는 4L 모드를 선택하고, 변속기 기어를 1단 혹은 후진에 넣은 후 엑셀 페달을 부드럽게 밟아 빠져나오는 것이 최선이다. 두 배 이상 커진 힘이 엔진은 물론 변속기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고장이 날 가능성도 낮아진다.

모하비는 프레임 방식의 SUV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V6 디젤 엔진을 얹고 있다. 출력은 260마력, 토크는 무려 57.1kg.m에 달한다

사실 SUV, 그중에서도 대형 SUV에서 중요한 구매 동기이자 선택 요인이기도 한 견인력은 다양한 요인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기본적으로 넉넉한 엔진 출력이 필요한데 이는 회전수 등이 포함된 일의 양인 마력보다는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힘의 크기인 토크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걸맞은 용량의 토크 컨버터가 달린 트랜스미션은 물론이고 드라이브 샤프트와 디퍼렌셜 등 구동계 전체의 신뢰성도 높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할 튼튼한 뼈대가 있어야만 한다.

각종 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가 꾸준히 더해진 2019년형 모하비의 실내

특히 캐러밴을 연결하려면 차 뒤쪽에 견인장치를 더해야 하는데, 박스형의 유니보디보다 단단하게 짜인 사다리꼴 프레임에 연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는 차체에 가해지는 하중의 대부분을 프레임이 처리하는데, 여기에 단단히 연결된 견인 장치라면 훨씬 큰 힘을 견딜 수 있다. 한두 번 정도라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한 달에 서너 번씩 이런 견인을 해야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유니보디 방식의 SUV가 넘쳐나는 요즘, 모하비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누군가는 프레임 형태의 SUV는 과거의 유물이라고, 지금은 모노코크 SUV의 시대라고 할지 모른다. 시장에서의 판매량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영역의 차다. 아무리 잘 만든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특정 자동차가 모든 사람의 필요를 가득 채워주지 못한다. 동네를 편히 다니기 위한 도구로써의 자전거도 있지만, 호젓한 숲 속의 길을 달릴 수 있는 MTB도 있는 것이다.

모하비는 자연 속 깊은 곳에서 나만의 풍경을 즐기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차다

마찬가지로 평범한 SUV를 타고 남들과 똑 같은 호텔과 콘크리트 건물 안의 숙소를 찾아 머무는 여행이 있다면,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자연 속 깊이 들어가 나만의 풍경을 즐기는 여행도 있다. 강력한 견인력과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보디 온 프레임 SUV는 이들에게 필요하다. 아니, 이런 차가 있기에 그런 꿈을 꾸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프레임 형태의 SUV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력한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모하비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해시태그

Recommended Tags

#떡볶이

    Top Views 3

      You May Lik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