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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아가 의도한 아이콘, 쏘울

쏘울은 기아차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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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은 박스카의 대명사로 통한다. 패션 박스카로 아이콘화 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성공했고, 이젠 한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말 연초라 그런지 시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가요대상 등 한 해를 결산하는 방송사 시상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한 해의 최고를 가리는 시상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영화 시상식이나 스포츠 분야 MVP 선정 등 연중 들리는 시상식 소식은 언제나 흥미롭다. 자동차 분야도 각종 시상식이 많다. 올해의 차를 비롯해 디자인이나 엔진 어워드 등 한 해를 빛낸 자동차를 뽑는다. 

시상 시즌이 되니 ‘자동차에 가장 영예로운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의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예다. 한 해 나오는 신차만 수백 종인데, 그 가운데 뽑혔으니 말이다. 꼭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 않더라도 영예로운 일은 얼마든지 있다. 자동차 역사상 몇 대 없다는 누적 판매 4,000만 대 클럽에 올랐다거나(1,000만 대 클럽에만 올라도 대단하다), 한 모델로 수십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모델 타이틀을 유지하는 일도 굉장한 영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예는 아이콘 등극이 아닐까 싶다. 아이콘은 한 분야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오랜 세월 역사를 쌓아 올리며 자신을 알리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한 지역이 아닌 전 세계 사람이 다 알아야 한다. 단순히 판매량이 많다거나 오랜 세월을 거치며 세대 수만 늘린다고 아이콘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개성과 감성이 충만해야 한다. 또한 한 번 아이콘이 되면 부단하게 자리를 지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콘의 특성이 퇴색하거나 경쟁 모델이 치고 들어오면 눈물을 흘리며 아이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영속성 또한 아이콘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스포츠카의 대명사가 된 911

아이콘은 범세계적인 대표성을 띈다. 나라마다 유명한 가수나 배우 또는 스포츠 스타가 있지만, 전 세계 사람이 다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카 분야의 포르쉐 911이나 포드 머스탱, 소형 패션카 분야의 미니와 폭스바겐 비틀 등은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한때 작고 귀여운 차의 아이콘이었던 비틀

한 번 아이콘이 곧 영원한 아이콘은 아니다. 폭스바겐 비틀처럼 아이콘 중에서도 대표로 꼽히던 모델이 세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단종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아이콘 후보들이 자기가 속한 분야 대표 모델을 꿈꾸며 아이콘의 특성을 키워간다. 아이콘 자리 등극이 워낙 쉬운 일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데뷔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쏘울

출처기아자동차

최근에 아이콘 등극 가능성이 보이는 모델은 기아차 쏘울이다. 2006년 북미국제오토쇼에 콘셉트카로 처음 등장한 쏘울은 2008년 양산차로 선보였다. SUV도, 키 큰 해치백도, 소형 MPV도 아닌 독특한 콘셉트였다. 결국 당시 유행하던 크로스오버로 분류돼 패셔너블한 CUV가 되었다. 사실 어느 세그먼트로의 분류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데, 쏘울은 누가 봐도 단번에 ‘예쁘장한 패션 박스카’로 인식됐다. 모든 이가 공감하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박스카라는 독특한 형태는 새로운 기아차 아이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쏘울은 북미 박스카, 패션카의 아이콘이 되었다

출처기아자동차

쏘울이 아이콘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차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기아차의 전통도 한 몫 한다. 예로부터 기아차는 아이콘 특성을 보이는 차를 종종 선보였다. 라이선스 모델이지만 삼륜 트럭 T-600은 국산 화물 트럭의 클래식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승합차는 아직도 ‘봉고차’라고 할 정도로, 봉고는 승합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이름을 날렸다. 슈마는 테라스 해치백이라는 생소한 형태를 내세워 스포츠 루킹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스포티지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승용형 SUV였다. 쏘울은 (스포티지를 제외하고) 국내 아이콘에 머문 이들과 달리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 아이콘으로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높다.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쏘울(사진은 2세대)

출처기아자동차

사실 박스카는 쏘울이 처음 개척한 장르는 아니다.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박스카는 특히 미국 시장이 주 무대였는데(일본 내수 시장의 박스형 경차 제외), 대표 모델은 닛산 큐브였고 토요타 사이언 xB가 뒤를 이었다. 후발주자가 쟁쟁한 선점 아이콘을 끌어 내리고 자리를 차지하기는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쏘울은 미국 시장에서 이변과 대박을 일으켰다. 데뷔하자마자 박스카 분야 1등에 올랐고, 이후로 판매량이 계속해서 급상승해 한 해 10만 대를 넘기는 인기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큐브와 xB는 쏘울의 기세에 밀려 박스카 아이콘 자리에서 밀려났고, 결국 단종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지금 미국 시장에서 박스카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차는 단연 쏘울이다. 

유럽의 인기 전기차, 쏘울 EV

출처기아자동차

앞서 얘기했지만 아이콘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쏘울이 미국 시장에서는 아이콘 자리에 올랐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도 아이콘화 작업은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유럽 시장에서 쏘울 EV의 선전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북미에서 먼저 선보인 신형 쏘울

출처기아자동차

쏘울이 데뷔한 해는 2008년으로 이제 갓 10년을 넘겼고, 3세대 모델이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데 이어 국내에서도 곧 데뷔할 예정이다. 아이콘 모델들이 수십 년에 걸쳐 명성을 착실히 쌓아온 전례를 보면, 쏘울이 진정한 아이콘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이른 시일에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사례로 볼 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신형 쏘울 EV도 함께 선보였다

출처기아자동차

국내 시장에서 패션카는 틈새 모델로 취급받기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진다. 쏘울도 개성 강한 박스형 패션카라 많이 팔리는 보편적인 모델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 최초이자 경차 레이를 제외한 유일한 박스카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하고 아이콘의 면모를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면 기아차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개성 넘치는 신형의 뒷모습

출처기아자동차

쏘울이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건히 한 배경에는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도 한 몫 한다. 기아차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6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고 디자인 분야에 역량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쏘울은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기아차가 내놓은 사실상 첫 야심작이다. 처음부터 세계무대를 노렸고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아이콘은 결국 기아차의 의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북미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아이콘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출처기아자동차

한국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아이콘에 걸맞은 역사나 전통, 감성 등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한다. 그런데 아이콘은 완벽한 상태로 탄생하지는 않는다. 기본 배경은 갖춰야 하겠지만, 트렌드도 맞아떨어져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쏘울은 가장 큰 박스카 시장인 미국에서 이른 시일에 아이콘의 자리에 올랐다. 국내와 세계 시장에서도 아이콘화가 착실히 진행 중이다. 디자인 기아, 그중에서도 쏘울은 명실상부한 기아차의 아이콘 모델이 되기에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월간 <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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