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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디자인 역사상 최고, 그게 스팅어다

시계열적으로 풀어 본 국산 자동차 디자인 변천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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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디자인은 한국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 한국 자동차회사는 내부에 디자인팀을 꾸리면서도 여전히 외국에서 디자인을 수입했다. 현대 내부에 디자인팀을 두었지만, 각 그랜저(미쓰비시 데본에어)와 갤로퍼(미쓰비시 파제로)를 들여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체 디자인팀이 당시의 디자인 트렌드 실험에도 공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 최초의 자체 개발 컨셉트카 'HDC-1'을 발표한다. HCD-1의 부드러운 스타일은 나중에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등에 영향을 주었고, 미국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즉,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계획이 맞아 떨어진 것.

미쓰비시 데본에어. 우리가 좋아했던 현대차 각 그랜저다

1990년대 기아자동차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마쓰다 스타일에 영국, 이탈리아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섞여 있었고, 그 중에서도 마쓰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포텐샤는 마쓰다 루체였고, 중형세단 콩코드는 626의 또 다른 버전. 당시 베스트모델 프라이드는 마쓰다와 포드의 협력 작품이었다. 기아 라인업 중 가장 독특한 모델은 엘란이었다. 영국 로터스 '2세대 M100 엘란'을 들여왔던 것. 한국에서 만드는 영국제 스포츠카? 와우! 물론, 세피아나 스포티지처럼 독자모델도 있었다.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등 현대자동차 모델에 많은 영향을 끼친 컨셉트카 HCD-1(1992년)

1997년, 기아자동차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 디자인 중심 브랜드로 방향을 돌린다. 기아는 자동차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자각했고, 그 중심이 디자인임을 정확히 짚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디자인 언어를 통합한다. 2000년대 초 쏘렌토와 카니발로 디자인 언어를 다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기아는 더 강하고 명확한 디자인을 원했다. 고민에 고민, 그리고 삼고초려를 통해 아우디 출신의 '그'를 영입한다. TT로 전세계를 홀렸던 피터 슈라이어. 기아 디자인이 유럽 스타일로 바뀌는, 기아 디자인의 전환점이었다.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는 마쓰다-포드의 협력으로 나온 모델이다

한국 자동차시대 초창기부터 유럽 스타일이 한국시장과 유독 잘 어울렸다. 일본 스타일이 한국에 정착하기 쉽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자동차디자인은 정치적 성향과는 연관성이 없다. 디자인은 취향의 문제다. 한국과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취향은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그렇다, 자동차디자인에서 한국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은 전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여기에 파트너사의 생산모델도 따져봐야 했다. 기아의 일본 파트너는 마쓰다는 로터리엔진으로 유명하고 스타일리시한 모델을 생산했지만, 볼륨모델은 가지지 못했다. 기아는 대중적인, 그래서 대량생산·대량판매 모델을 원했던 것이고.

맥라렉 F1 디자이너 피터 스티븐스가 디자인한 로터스 엘란(1990년)

기아는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 강한 그래픽 디테일 등으로 기아차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라는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세운다. 이를 위해서는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력한 그릴이 필요했다. 강한 디자인 DNA를 심기 위한 디자인 요소 중 그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심플하면서도 강인한 디자인, 기아자동차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 탄생배경이다.

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영국제 스포츠카. 와우!

호랑이코 그릴. 이름도, 디자인도 화끈했다. 물론, 초기에는 아우디/폭스바겐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한국의 폭스바겐' 디자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 기아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말도 들렸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기아와는 너무나도 다른 디자인 탓이었다. 알게 모르게 기아-마쓰다 디자인풍에 익숙해졌었던 것. 현대 및 대우가 유럽풍 디자인을 거치고, 미국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뒤 마침내 자신의 디자인을 완성했을 당시, 기아는 잠시 그들의 정체성을 잃고 있었다. 사실, 1970년대에 피아트 124와 132, 그리고 로터스 엘란 외에는 기아-유럽 콜라보레이션은 없었다. 그만큼 기아-유럽 디자인은 어색했다.

기아 키 컨셉트카(2007년). 처음으로 호랑이코 그릴을 얹고 나온 모델

마침내 기아는 K5에서 꽃을 피운다. 1세대 K5는 새로운 디자인의 리트머스 용지였다. 대성공이었다. 기아가 생각했던 모든 디자인 요소를 담아냈다. 소비자들 반응 역시 기대 이상이었고, 미국시장에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이전까지 미국시장에서의 기아차 이미지는,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차 정도였는데, K5로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라이벌 일본차보다 더 나은 디자인이라는 호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K5에 이어 카니발, K7, 씨드, 그리고 K9까지, 호랑이코 그릴을 당당히 단 기아 모델이 연이어 쏟아졌다. 폭스바겐/아우디 같이 보인다던 기아 디자인. 이 의문을 당당히 날려버렸다. 호랑이코 그릴에 기아만의 DNA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1세대 K5(2010년). 디자인의 기아가 될 수 있었던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을 품고 있는 모델은 기아의 최신작 '스팅어'다. 스팅어 디자인은 한국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특히나 전체적인 프로포션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길고 낮은 보닛에서 출발해 유려한 루프를 거쳐 물 흐르듯이 떨어지는 라인이 매끈한 사이드 실루엣을 만든다. 정말 환상적인 라인이다. 스팅어가 속한 카테고리는 성능과 함께 디자인을 제대로 갖추어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꽤나 깐깐한 분야다. 스팅어가 멋진 디자인을 무기로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스팅어는 기아 이미지를 다시 한 단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스팅어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라인을 그려보는 게 모든 자동차디자이너의 소망이기도 하다. 당연히 쉬운 작업이 아니다. 루프에서 뒤쪽 데크까지의 거리를 완벽히 유지해야 한다. 세단인 경우 라인을 트렁크 시작점에서 급격히 떨어뜨려야 하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2인승 스포츠쿠페? 흠…, 디자인 컨셉트는 괜찮을 수 있겠지만, 한국 자동차시장 규모와 분위기상 판매확보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기에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스포츠세단 스팅어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호랑이코 그릴 또한 스팅어를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이전보다 크고 매끄럽게 그렸고, 스포티한 모습을 날카로워졌다. 호랑이코 그릴 양쪽 끝부분에 단 헤드램프 덕에 균형감도 더 살아났다. 나는 스팅어 디자인이야말로 한국 자동차디자인 역사상 최고라고 생각한다.

기아자동차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스팅어. 2도어 스포츠세단의 정의를 보여준다

디자인에 집중했고, 결국 디자인의 힘을 보여준 기아. ‘디자인의 기아’가 된 건 대한민국 자동차산업 최고의 스토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칼럼니스트 임범석(전 ACCD 자동차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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