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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 이쯤 되면 '준'자율주행 차의 선구자로 손색없다

기아 K9으로 본 국내 자율주행의 미래
k-plaza 작성일자2018.10.30. | 6,725  view

‘어, 나보다 나을 때도 있는데?’


잠시 무아지경으로 달리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오히려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던 적이 있다. 물론 권장할 일은 절대 아니겠지만 오랜 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를 최소 한두 번 쯤은 겪어 보았을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운전 상황에서 업무나 가사 등 불필요한 잡념이나 초초함, 그리고 감정적 기복은 판단을 잘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숙련된 운전자가 무아지경에서 운전할 때 정보의 우선순위를 본능적으로 판단하여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반응을 하다 보니 차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운전이 부드러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뿐이다. 무아지경의 본능적 반응에 선뜻 운전을 맡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K9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 나는 ‘아 편안하게 본능에 맡긴 듯한 느낌이 이렇겠구나’ 싶었다.

이것은 질감의 문제였다. 단순히 앞차와의 거리를 잘 맞추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선을 따라 달리는 차로 유지 보조(LFA)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K9보다 더 많은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모델들도 해외에 있다. K9이 돋보이는 것은 장치의 가짓수나 기능의 다양함이 아니라 얼마나 매끄러운가의 문제였다.


차로 유지 보조를 예로 들자. K9은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고 곡선을 돌아나가기 위하여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마치 사람이 돌리는 것처럼 매끈하게 돌린다. 그런데 심지어는 독일제 승용차 가운데서도 모터의 기어가 돌리는 듯 스티어링 휠이 거칠게 돌아가는 모델이 있다. 차선을 유지한다는 기능은 같지만 능숙한 운전자와 초보 운전자의 차이만큼 질감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K9은 숙련된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자율주행 장치의 질감이 매우 뛰어나다.

◆ 신토불이


요즘은 ‘국산차가 반자율주행은 더 잘하는 거 같아’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냥 느낌만은 아니다. 왜냐 하면 자율 주행 기능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도로 사정과 운전 습관 등 자동차의 운행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어느 나라에서 그 자동차가 달리는가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유럽차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우리나라에서는 신호등에서 다시 출발할 때 더딘 가속으로 앞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그 사이에 다른 차들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차간 거리를 가장 가깝게 설정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준에서는 너무 멀었다. 붐비는 시가지에서 빠른 템포로 민첩하게 달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특성과 유럽 운전자들의 특성이 다른 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하면 국산 자동차들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확실히 우리나라의 운전 환경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K9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자동차의 제어 시스템과 접목한 것이다. 즉, 내비게이션의 도로 정보는 단순히 차가 따라가야 할 좌표의 모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진화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속도로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여 운전자의 부담을 더욱 덜어주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AD) 시스템과 굽은 길에서 적절하게 속도를 낮추어주는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등이다. 그리고 터널을 만나면 스스로 창문들 닫고 실내 공기 재순환 모드로 전환되는 터널 연동 자동 제어 기능도 있다.


이처럼 K9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우리나라 풍토에 뿌리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만 있는 정보를 십분 활용하여 기능을 제공하는 등 국내 브랜드가 수입차에 비하여 가질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했다고 할 수 있다. K9은 타보지 않고는 진가를 알 수 없는, 실제로 한 번만 운전해 보면 할 말이 많아지는 차다. 이게 바로 '신토불이'의 가치이기도 하다.

◆ 기아자동차의 테크니컬 파이오니어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은 뼛속부터 엔지니어의 회사였다.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기운은 그대로 남아있는지 기아차의 제품들은 뭔가 하나씩 독특한 구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는 회사라는 뜻이다.


K9도 다르지 않았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1세대 K9은 판매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혹자는 ‘기술 개발용 벤치’같다는 씁쓸한 비유를 할 정도. 하지만 기아는 2세대 K9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풀 LCD 계기반을 활용한 후측방 모니터(BVM) 기능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속도계와 엔진 회전수계 두 개의 다이얼 가운데 해당 방향의 다이얼이 리어 뷰 모니터로 변신하는 것. 하지만 아날로그 다이얼의 정보를 디지털 숫자로 변환하여 계속 보여주는 세심함까지 잊지 않았다.

사실 이 리어 뷰 모니터는 편의 기능 이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 거울은 악천후나 깜깜한 밤에는 시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 화면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심지어는 적외선 열영상을 사용하는 등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위험한 대상을 발견하면 모니터 상에 표시하는 등 증강 현실(AR) 기능으로 확장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자율 주행용 정보를 운전자가 함께 공유하는 신뢰의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렇듯 K9의 BVM은 단순한 편의 장비를 넘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쇼 케이스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자체가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갖지 못한다면 이런 기능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이런 섬세한 제어 기능들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K9의 탄탄한 차체와 매우 정교하게 튜닝 된 섀시라는 기본기가 더 빛을 발한다. 그리고 무려 1024단계로 조절되는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이 현실로 가져온 부드러운 승차감과 탄탄한 조종 감각의 공존은 승차감과 조종 성능에서 절대 우위인 K9의 화룡점정이다.

이렇듯 K9는 오늘의 기준으로도, 그리고 내일의 기준으로도 매우 훌륭한 자동차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더욱 빛이 나는 반자율, 아니 '준'자율주행 자동차인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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