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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의 10년 장기 집권, 한국에서 이게 가능한 까닭

모하비, 지프 랭글러처럼 전설을 써 내려갈 자격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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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아쉬웠다. 국산 자동차는 외관 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세대가 바뀌면 전 세대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다. 부분 변경 때 외관이 싹 바뀌는 경우도 있다. 전 세대와 확연히 선을 그어 신선도를 극대화한다. 나올 때마다 매번 적응해야 한다. 디자인이 좋고 나쁜 건 둘째 문제다. 물론 새로 싹 바뀌어서 더 좋아할지 모른다. 정말 신차 같으니까. 빠르게 변해온 한국과 어울리는 전략이려나. 그래도 이름만 같은 세대를 이어오는 건 아쉽다. 너무 급진전이다.

변화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걸 안다. 수십 년 전 디자인을 고수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안다. 각종 규제에 따라 디자인에 제약이 생기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너무 빠르다. 전 세대와 연속성이 이름뿐인 건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매번 새로우면 자극은 강하지만 그만큼 충성도가 낮아진다. 브랜드뿐 아니라 단일 모델도 충성도가 중요하다. 그 모델별로 이야기가 쌓이는 까닭이다. 못 알아보게 성형하고 새 인생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면야.

아쉬운 와중에 눈여겨보는 모델이 있다. 기아차 모하비다. 2008년에 나왔으니 세대가 여럿 있진 않다. 하지만 처음 출시하고 10년 동안 외관이 딱히 변하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국산 자동차라면 3번은 성형하고 남을 시간이다. 모하비는 변하지 않았다. 아, 변하긴 변했다. 2016년에는 부분 변경도 거쳤다. 램프류를 매만지고 범퍼 부분을 강조했다. 변했지만 그 폭이 그리 크지 않다. 비교하고 봐야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2008년에도, 지금도 직선을 강조한 단단한 디자인이 그대로 살아있다. 10년 동안 한결같다.

안팎 디자인은 유지했지만 그대로 멈춰 있던 건 아니다. 이모저모 개선했다. 변했다기보다는 개선했다. 처음 만들어놓은 기본을 바탕으로 추가하고 다듬었다. 파워트레인과 편의사항 등 운전자를 배려했다. 토크 밴드를 실주행 영역대로 조절하고, 변속기를 다단화했다. 환경 규제에 맞춰 요소수 주입 방식도 도입했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나,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같은 주행 편의, 안전장치 또한 적용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도 있으니 나름대로 시대 요구에 부응했다. 말하고 보니 꽤 변했다. 그럼에도 형태를 유지했다. 그게 핵심이다.

모하비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기 보폭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 내에서 특별한 모델인 까닭이다. 후륜구동 기반의 프레임 보디 SUV. 지금은 모노코크 보디의 도심형 SUV가 주류인 시대다. 그만큼 모노코크 보디도 강성을 확보했다. 더 편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거다. 튼튼한 만큼 무거운 프레임 보디 SUV는 점점 사라졌다. 넣고 빼는 과정에서 합리성을 택한 셈이다. 개체 수가 적어졌기에 프레임 보디에는 상징성이 생겼다. 강인한 SUV라는 인식 또한 아직도 유효하다. 도심을 주로 다닐지라도 그런 이미지는 중요하다. 모델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달라진다. 알게 모르게 소유자에게 자부심도 생긴다. 옛 방식을 고집하는 데서 오는 특별함. 이럴 때 변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 해서 외관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진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하비라서 어울렸다.

모하비는 변화가 느린 만큼 신뢰도가 쌓였다. 물론 단지 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쌓인 건 아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SUV로서 확고한 위치를 지킨 까닭이다. 출시할 때부터 엠블럼을 따로 하고, 오피러스 전용 정비 라인을 이용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국산 모델로 몇 대 없는 준대형 SUV라는 크기도 지위를 흔들리지 않게 했다. 묵직한 인상을 진중하게 이끌고 나갔다. 그러는 사이, 지지층이 생겼다.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 모하비의 철학에 동조한 사람들이었다. 매달 평균 1천 대 이상 팔리는 원동력이다.

모하비는 다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요즘 자동차라면 없으면 서운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부분 변경 때 디자인 변화가 적어 이번에는 보다 큰 폭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편의장치를 채택하는 점은 환영한다. 하지만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길 기대해본다. 최소한 전 세대를 지워버리지 않는 선은 유지하길. 모하비는 그래도 된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모델이 이젠 모하비가 거의 유일하다. 그 사이 수많은 모델들이 전 세대를 지워버렸으니까. 10년 동안 이어온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 모하비의 몫이다.

모하비가 참고해야 할 모델로 지프 랭글러를 꼽고 싶다. 지프 랭글러는 무려 70년 이상 이어오면 외관 특징을 고수했다. 그 사이, 변했지만 그리 변하지 않았다. 세대별 활동 기간도 길다. 코드명 JK에서 JL로 넘어오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새로운 세대가 나와도 외관 변화는 크지 않다. 그렇다고 디자이너가 직무유기 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변하지 않아서 더 환호한다. 반면 내실을 기하며 안팎을 다듬었다. 파워트레인을 손보고, 편의장치를 추가했다. 모하비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도 비슷하다. 랭글러는 되고 모하비는 안 될까?

지프 랭글러는 두꺼운 팬층을 바탕으로 고유 영역을 확보했다. 모하비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여왔다. 방향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국내 모델인 걸 고려해 인정받을 수 있다. 랭글러는 지금도 전설을 써내려간다. 모하비도 그럴 수 있다. 전설은 참고 이겨낸 시간이 만들어낸다. 모하비는 그동안 시간을 잘 견뎌왔다. 특별한 SUV로서 국내에 군림할 기반이 형성돼 있다. 기아차의 유일한 프레임 보디 SUV로서 고유한 행보도 지속할 수 있다. 플래그십 SUV이기에 그런 특별함이 필요하다. 우리도 시간을 견뎌대는 모델 하나쯤 보유해도 된다. 이제 그럴 때도 됐다. 모하비라면 제격이다. 이끌어갈 저력이 있다. 그걸 바라는 사람도 많을 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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