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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소형 SUV 파상공세에도 끄떡없는 이유

기아 레이는 어떻게 경차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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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아자동차

사람들이 종종 자동차를 추천해달라고 한다. 후보 없이 하나 골라달라고 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자동차를 추천하려면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이다. 방대한 자동차 세계에서 예산은 양식 그물 같은 존재다. 선을 그어준다. 자동차는 덧셈보다는 소거법으로 찾는 게 합당하다. 보통 예산을 정하면 수많은 자동차가 후보에서 사라진다.

예산을 안다고 쉬워지는 건 아니다. 범위가 줄지만, 그 안에서도 차종은 충분히 머리 아프게 많다. 같은 세그먼트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예산을 시작으로 조건을 여럿 나열할수록 추천해주기 편해진다. 조건에 따라 범위가 좁혀지니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수렴된다. 최근 지인이 경차 중 한 대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이러면 한결 수월해진다. 딱 세 대 중 한 대니까. 게다가 몇몇 상황도 추가했다. 주로 시내에서 타며, 아이가 있다고. 그리고 지인은 여자이며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듣고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아 레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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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레이의 공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냥 경차 중에 한 대라면, 혹은 조건이 다르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다. 운전자가 남자에, 주로 혼자 타고 다니며, 시외도 종종 나간다면야. 하지만 지인은 여러모로 공간이 필요하고, 레이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경차인데도 공간 활용도를 운운할 수 있다. 레이를 그냥 경차로만 보이지 않게 하는 이유다.

레이의 공간은 경차의 선입견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운전 자세를 잡아도 지붕은 한참 위에 있다. 답답하기는커녕 공간이 여유로워 어색하기까지 한다. 매번 탈 때마다 작은 승합차를 운전하는 기분이랄까. 지상고가 낮기에 SUV와는 다른 시야와 감각을 자아내면서, SUV 못지않게 넓다. 뒷좌석 역시 처음 접하면 당황할 정도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다분히 광활하다. 경차라는 정보가 머릿속에 있어서 더 넓게 느껴진다. 전고가 높아 머리 공간이 충분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앉았을 때 휑한 느낌마저 주는 경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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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넓기만 하지 않다. 박스형 자동차라는 설정답게 수납공간도 빼곡하다. 네모난 방에는 원래 수납공간이 중요하잖나. 루프 콘솔은 선반처럼 이것저것 넣기에 알맞다. 레이는 기어 노브를 센터페시아에 붙여 센터터널이 없다. 해서 더욱 공간이 넓어 보인다. 그럼에도 수납함을 여기저기 숨겨 깔끔하게 정리하도록 배려했다. 동승석 시트 아래쪽 수납함은 기특하고, 신발을 넣을 수 있는 뒷좌석 바닥 수납공간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런 공간들은 아이가 있는 지인에게 유용하게 쓰일 게다. 아이가 커갈수록 수납함을 놀이 공간, 그러니까 보물찾기 공간 같은 걸로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실내 공간이 넓기에 상대적으로 트렁크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박스형 차체여서 높다. 뒷좌석만 눕힌다면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진다. 결정적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물건을 옮길 때 레이의 포용력에 자주 흐뭇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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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떨어지는 공간을 내세우기 위해 반려동물 태울 때 요긴한 용품도 출시했다. 반려동물 카시트라든가, 뒷좌석과 앞좌석을 격리하는 카펜스라든가, 뒷좌석을 통째로 덧씌우는 방오시트 커버라든가. 세상에 없던 용품은 아니다. 애프터마켓에서 찾으면 다 있다. 하지만 전용 용품으로 내놓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단 전용이라서 재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운전자의 삶까지 들여다봤다는 걸 자연스레 드러낸다. 장점을 부드럽게 주장한다.

레이가 공간을 얻은 대신 더 굼뜨게 움직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경차라는 카테고리라면 수긍할 수 있다. 주로 시내에서 탄다면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어떤 경차든 답답한 영역대가 존재한다. 오히려 동작이 굼뜨기에 느긋해지는 면도 있다. 재촉해 앞서 가려는 마음 자체를 버리면 안전 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경차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안전은 꼭 차량만이 담보하는 건 아니다. 경차라는 특성에 맞춰 여유를 두고 운전하면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 일단 사고 날 상황을 안 만드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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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말고도 지인에게 레이를 추천한 이유가 있다. 레이는 한국에서 유일한 박스형 경차인 까닭이다. 유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애착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병행 수입해서 들어오는 일본 박스형 경차도 있다. 하지만 가격 생각하면 금세 잊어버린다. 박스형 디자인이 꼭 기능적 장점만 있지 않다. 독특하다는 취향을 건드린다. 효율만 따지는 경차에 취향이라는 단어를 들이밀 수 있다. '박스카'라는 장르 아닌 장르의 독특함 덕분이다.

레이는 박스카이기에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고,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꾸며서 더 어울리기도 하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호감 느낄 디자인이기도 하다. 신형 레이는 그 마음을 알아채고 이곳저곳 치장할 요소를 마련했다.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치장 요소를 준비했다는 점만으로도 조금 다른 자동차로 보이게 한다. 그동안 이런 일이 드물었으니까. 애프터마켓 치장 용품도 은근히 많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자가 생겼다. 서로서로 이런 마음을 안다. 레이는 경차로서 계산기만 두드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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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의 혜택, 공간 활용성, 박스카라는 형태. 이 세 장점은 서로 상호 보완하며 레이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단지 가격 저렴한 경차라는 카테고리에 함몰되지 않게 한다. 실제로 최근 경차 판매율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소형 SUV가 등장하며 새로운 시장도 열렸다. 아무래도 경차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그럼에도 레이의 인기는 증가했다.

수치가 증명한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기아 모닝 판매율은 19.2%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6,638대 팔았지만, 올해 상반기는 29,612대 파는 데 그쳤다. 모닝은 지난해 1월 세대 변경한 모델을 출시했다. 신차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쉐보레 스파크는 낙폭이 더 크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29.5%나 줄었다. 판매 대수는 16,887대로 떨어졌다. 2016년 신형 모델로 경차 1위에 올랐을 때가 그리울 수치다. 경차를 이끄는 두 모델 모두 판매율이 감소했다. 둘 다 그리 오래된 모델이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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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판매율이 48.3% 올랐다. 물론 지난해 12월에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가장 신선도가 높다. 그럼에도 판매 증가율은 인상적이다. 올해 상반기 레이는 14,625대 팔렸다.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차라는 장르에 속하지만, 레이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 레이만의 매력으로 영역을 고수한 셈이다. 경차이면서 경차로만 묶이지 않게 하는 매력 덕분이다. 레이를 추천한 가장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판매율을 보면 사람들도 그걸 알고 반응했다. 지인이 레이를 샀는지는 모르겠다. 보통 설명 다 듣고서 자기 마음에 정해둔 모델을 사니까. 그런데 이 조건에 레이 말고 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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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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