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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리즈로 본 세단의 품격, 10년 전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기아 브랜드 역사에 남을 그 이름,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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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의 시리즈화는 국산차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전략이다. 기아 K시리즈는 이름과 디자인 등에서 시리즈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국산차 시장에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출처기아차동차∙더 뉴 K9

3대 요소라는 말이 참 많이 쓰이는데, 무엇인가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를 말한다. 숫자 3에 담긴 의미는 매우 많은데, 대체로 3은 행운이나 균형, 완전 등 긍정적인 뜻이 많다. 자동차의 3대 요소는 무엇일까? 분야나 기준을 무엇으로 잡기에 따라 수많은 3대 요소가 나온다. 자동차라는 제품이 사람들로부터 완전하게 인정받기 위한 3대 요소는 제품, 시리즈, 브랜드가 아닌가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자면, 차를 선택할 때 제품 관점에서 따지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제품 자체로 상품성과 완성도가 높아도 인정받지만, 그 제품이 속한 시리즈와 브랜드까지 호감을 준다면 더 큰 만족을 준다.

제품과 브랜드는 예로부터 인지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 둘과 비교해 시리즈는 보편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시리즈는 라인업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기준을 말한다. 디자인이나 이름, 기술 등 여러 분야 특성을 규칙과 콘셉트에 맞게 일체화한다. 시리즈는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운용한다. 정체성을 확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BMW를 예로 들자면 이름도 차체 크기와 종류에 따라 1부터 7까지 붙이고 디자인도 패밀리룩으로 통일했다. 대중차 브랜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정체성보다는 시장에서 그때그때 트렌드에 각 모델을 맞춰야 하므로 시리즈로 통일하면 위험 부담이 크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이런 위험은 따르지만 전통과 정체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대중차 브랜드보다는 위험 부담이 덜하다.

출처기아자동차∙K7 실내

최근에는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가리지 않고 시리즈로 통일하는 추세다. 시장의 눈이 높아지면서 대중차 브랜드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습을 원한다. 과거에는 모델별로 개성을 강조해 차별화하는 게 유리했지만 그렇게 하는 데도 한계에 도달했다. 무엇인가 경쟁 브랜드보다 달라 보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던 부분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 요소가 바로 시리즈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시리즈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디자인 통일 작업을 비롯해 시리즈 인지도를 끌어 올릴 획기적인 포인트를 만들어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라인업 전체를 뒤집어 흔들어야 하는 대작업이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설플 수밖에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자칫 모델별로 비슷해진 모습이 식상함으로 이어져 시장에서 외면 받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잘 하면 대박이지만 잘 못 하면 위험한 도박이다.

국산차 브랜드도 시리즈를 운용한다. 기아자동차 K시리즈와 르노삼성자동차는 SM/QM 시리즈다. 르노삼성은 출범 당시부터 SM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전통이 깊지만, 디자인 통일은 최근에 시작했다. K시리즈는 2009년 K7으로 시작했고 이듬해 K5가 나왔다. 이후 2012년 K3와 K9이 선보였다. 중국 시장에서는 K2와 K4도 나온다. 디자인 통일 작업은 K시리즈 이전부터 이뤄졌다. 2006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합류한 이후 2008년부터 기아차 고유의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기아차 디자인은 브랜드 전체가 일관성 있는 통일된 정체성을 띤다. 그 안에서 세단 라인업을 K시리즈로 분류해 더욱 특별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국산차 브랜드 시리즈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고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출처기아자동차∙K7

K시리즈는 이름에도 의미를 담았다. 기아자동차(Kia), 대한민국(Korea), ‘강함, 지배, 통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Kratos, 역동성을 나타내는 Kinetic에서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왔다. K시리즈는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자인 정체성 확립 작업은 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화 과정이었고, 이에 맞춰 이름을 통일할 필요성이 생겼다. 국내 시장에만 한정했다면 대중차 브랜드의 생존법에 맞게 모델별 특화 전략을 쓰는 게 맞다. 디자인과 이름 통일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기아차만의 특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좀 더 멀리 내다본 전략이었다.

출처기아자동차∙K5

K시리즈가 나온 지 이제 막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짧은 시간에 기대를 넘는 성과를 냈지만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정체성을 살린 통일된 디자인 때문에 신선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시리즈를 완성하기에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전통 있는 시리즈는 수십 년 역사를 거치며 다듬어졌다. K시리즈는 아직도 더 다듬고 완성해 나가야 한다. 2세대 모델들은 K시리즈의 변화와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준다. 1세대 모델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K5와 K7은 각각 2015년과 2016년에 2세대 모델이 나왔다. 최근에는 K3와 K9이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국내 판매 K시리즈의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K5와 K7은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K5는 지난해 3만8000여 대를 기록했고 올 3월 판매량은 5,000대를 뛰어넘으며 중형세단 경쟁에 불을 붙였다. K7은 지난해 4만7000여 대가 팔렸고,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3200대씩 팔린다. K3는 사전계약이 6000여 대에 달했고,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3월에는 5000대를 넘기며 준중형 세단 1위자리를 위협 하고 있다. 새로 나온 K9도 디자인을 개선하고 상품성을 높여 반응이 좋다. SUV 인기 추세 속에서도 세단으로 구성된 K시리즈가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모양새다.

출처기아자동차∙K3

K시리즈는 단순히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시리즈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산차 중에도 제대로 된 시리즈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국산차의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나 시장의 요구, 선택권의 다변화 등 시리즈의 존재 이유는 다양하다. K시리즈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시장의 흐름 또한 K시리즈를 통해 읽을 수 있다. K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평가도 갈리고 미진한 부분도 남아 있다. 어떻든 간에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국산차 시장에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깊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evo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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