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교육 후 잘하면 '억대 연봉', 시공기사의 세계

조회수 2021. 5. 1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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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면 '억대연봉', 신참도 '6000만원' 번다는 이 직업은?

코로나가 불러온 인테리어 열풍, ‘시공기사’가 뜬다

‘주먹구구 도제식’은 옛말, 가구업체가 체계적 육성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되며 20·30 청년층 대거 유입



코로나19가 인테리어 수요를 폭발시켰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었는데, 비자발적 ‘집콕’을 하다보니 자신의 집이 얼마나 낡았고 촌스러운지에 눈을 확 떠버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작년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41조원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8%씩 성장했다. 업계에선 올해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연히 인테리어 관련 직업의 위상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공기사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경우 협력 시공기사 수가 4000명에 이른다. 불과 2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올해 중으로 6300명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시공기사 하면 ‘집 고치는 40~50대 아저씨’를 떠올리겠지만, 실제 20~30대 청년층의 유입이 많다고 한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사들을 만나 시공기사란 직업과 인테리어 시장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단호철(43·하나테크)씨는 한샘의 협력기사 중 단 7명 뿐인 ‘시공 명장(名匠)’ 중 한 명이다. 최강하(28·유로테크), 강태인(30·정진테크)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시공기사가 된 새내기 기사다.


-시공기사의 업무를 소개해달라.

시공기사 단호철씨. 한샘의 협력사(하나테크)에서 근무하는 그는 한샘 전체 협력기사 중 7명 뿐인 시공명장에 선정됐다. /jobsN

단호철(이하 단) : “집을 꾸미거나 고치고 싶은 고객이 가구·인테리어 회사와 리모델링 계약을 맺는다. 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한다. 이 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고객의 집을 고치고 꾸미는 것이 시공기사의 일이다. 가구를 설치·조립하는 것 뿐 아니라 벽지·타일 마감부터 각종 배선이나 상하수도(싱크대)와 연결까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공사가 포함된다. 과거엔 동네의 벽지·싱크대·타일·샤시 업체와 개별 계약을 하면 그 가게에서 ‘아저씨’가 왔다. 대부분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다보니 실력이 들쭉날쭉했다. 시공기사란 직업에 대한 인식도 나쁜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엔 메이저 가구업체로부터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 시공기사가 된다.”


-어떤 교육을 받고 시공기사가 되는 것인가?

창호 건자재를 나르는 한샘의 협력 시공기사들. /한샘

강태인(이하 강) : “한샘의 경우 한샘아카데미에서 2주간 집중교육을 한다. 나는 작년에 이 교육을 받고 기사가 됐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 덩치가 큰 가구를 옮기는 것에도 서툴렀고, 나사를 잘못 박아 자재를 못쓰게 만들기도 했다. 나사를 정확한 위치에 박지 않으면 가구가 갈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터진다’고 표현한다.”


최강하(이하 최) : “가구 교육을 받고 견습기사로 첫 현장에 나가면 팀장(정식 시공기사)이 하는 일에 30% 정도 밖에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배우게 된다. 아카데미에선 가구 조립·설치 뿐 아니라 마인드 교육도 받는다. 고객과 만나는 최일선에 있기 때문이다. 난 원래 서비스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비교적 고객을 편하게 해준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시공기사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시공기사 최강하씨(유로테크). /jobsN

최 : “원래 요리사였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식당을 계속 유지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됐다. 요리사가 되기 전에 용접 기술을 배웠었다. 원래부터 공구 다루는 일은 뭐든 잘하고 좋아했다. 마침 친구가 ‘인테리어가 성장산업이다. 지금 시작하면 기회가 많을 것이다’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했다.”


-최근 인테리어 시장엔 어떤 변화가 있나?


단 : “코로나 이후 일감이 크게 늘었다. 거의 두 배? 대규모 인테리어도 많지만 집에서 생활하며 ‘방 하나’, ‘주방·거실만’ 하는 소규모 리하우스가 많이 늘었다. 추측컨대 고객 분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보니 마음에 안드는 점, 노후화 된 점 등이 보이는 것 같다. 고객들이 인테리어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아졌다. 고객의 이해도가 높으면 기사는 그만큼 시공을 하기 편하다. 물론 반대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오해를 하시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시공기사 직업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

공사안내문을 붙이고 시공에 들어가는 기사들. /한샘

단 :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힘들다. 과거엔 시공기사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형편없었다. 고객의 요구대로 시공을 마쳤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며 ‘다 떼어가라’며 소리치신 분도 있었다.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점점 개선되고 있다. 사회문화 전반이 바뀐 탓도 크지만, 시공기사의 업무가 체계화·일원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신 것도 원인이라고 본다.


반대로 고마운 고객님들도 많다. 우리가 시공한 것을 보시더 ‘내가 평생 살 집을 너무 예쁘게 만들어줬다’며 파티를 열어주신 분도 있었다. 새로 시공한 집에서 고객님과 술·고기 실컷 먹고, 심지어 ‘자고가라’시더라. 이러한 호의를 받으면 일할 맛이 난다.”


-실제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단 : “시공기사는 설치하는 가구의 길이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물론 고가의 가구는 요율이 더 높다. 실 수익 기준 연 1억원이 넘는다고만 말씀드리겠다.”


최 : “난 월 500만원대다. 코로나 이전 요리사 시절에 월 200만원대 중반 벌었다. 물론 시공기사는 일을 한 만큼 버는 구조다. 일감을 한 건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 편이라, 평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난 주변 친구들에게 시공기사를 권한다.”


강 : “아직 견습을 벗은지 얼마 안돼 월수익이 얼마라고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왼쪽부터 강태인, 단호철, 최강하 시공기사. /jobsN

단 : “기술직에는 정년퇴직이 없다. 실력과 체력만 받쳐준다면 평생 직장이 될 수 있다. 시공 명장으로 선정된 뒤에는 나를 지정해서 시공을 요청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자부심을 느낀다.”


최 : “왜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인테리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지금은 주로 주방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실내 인테리어 전반으로 실력을 키울 것이다. 10년 뒤에 인테리어 시공협력사 사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강 : “단호철 선배님처럼 나도 시공이라는 부문에서 최고인 명장이 되고 싶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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