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줘도 바로 못 사요" 요즘 슈퍼카 사려면 이 정도 기다립니다
가수 이지혜는 최근 포르쉐 매장을 찾았다. 포르쉐의 인기 라인인 파나메라와 카이엔 등을 보기 위해서였다. 차를 살펴본 그는 유재석도 탄다는 파나메라를 사겠다고 했지만 당장 차를 받을 순 없었다.
스포츠카인 파나메라의 경우 예약금을 걸고 6개월은 기다려야 차 인수가 가능했다. 파나메라의 가격은 1억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다. SUV 모델이자 1억원 대인 카이엔은 이보다 더 긴 1년을 기다려야만 받을 수 있었다. '억' 소리나는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탓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마찬가지다. 벤츠가 8년 만에 풀 체인지 모델로 내놓은 신형 S클래스는 지금 계약하면 5~8개월 가량을 대기해야 한다. 최근 유명인의 교통사고 등을 계기로 안전성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볼보 또한 인기 모델의 경우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슈퍼카를 비롯한 수입·자동차들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직전해와 비교해 48% 증가했다.
차 한 대에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와 4억원을 훌쩍 넘는 우라칸 등으로 유명한 람보르기니의 지난해 판매량은 직전 연도 대비 129%, 75% 증가했다. 롤스로이스 판매량도 같은 기간 6.2% 늘어났다.
판매량과 함께 매출도 '껑충' 뛰었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1조10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증가율은 108%로 직전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BMW 역시 직전해 대비 38% 증가한 3조96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대의 다양한 가격대 차량을 보유한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71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전해 대비 296% 급등한 수치다.
코로나 장기화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잘나가던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고가 제품의 질주는 자동차 분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만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도 실적 7846억과 비교하면 33.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익과 순이익 역시 각각 176%, 284% 상승했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도 4190억원으로 직전 연도대비 15.8% 늘었고, 영업익과 순이익도 각각 15%씩 성장했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와 함께 3대 명품으로 뽑히는 샤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익은 오히려 늘어 수익을 탄탄하게 다졌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사실상 문만 열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면세점의 실적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의 실적은 수치보다 더 좋은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슈퍼카, 명품 등 고가 브랜드,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취향과 선호가 분명하고 원하는 것은 비싸더라도 과감하게 지불하더라도 구입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시장 유입, 코로나로 억눌린 소비심리의 폭발, 리셀 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배경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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