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와 넷플릭스에 없는 영화 여기에는 있습니다"

조회수 2021. 5. 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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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수자..CGV나 넷플릭스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찾는다면
국내 사회적기업 1호 OTT ‘퍼플레이’
크라우드 펀딩 종잣돈 4000만원으로 시작
“콘텐츠로 차별없는 문화 만들고파”

스타트업이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업계에는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거대 기업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보기 어려운 콘텐츠를 모아놓은 곳이 있다. 국내 사회적기업 1호 OTT '퍼플레이'다. 퍼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여성 영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여성 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나,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영화를 다룬다.


'21.5%'. 영화진흥위원회가 4월28일 공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을 보면 작년에 개봉한 영화 165편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단 38편이었다. 제작비가 30억원 이상 투입된 영화 기준으로는 최근 5년간 총 14편에 그쳤다. 여성 감독의 참여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이 연출한 영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퍼플레이 조일지(35) 대표는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슬로건으로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상했다.


퍼플레이는 2016년 앱으로 첫 출발해 2년 동안 시범 서비스 기간을 거쳤다. 2019년 12월에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통해 4000여만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3월에는 고용노동부 인증 받아 '1호 사회적기업 OTT' 타이틀을 얻었다.


척박한 영화제작 환경에서 여성영화를 끊임없이 발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 대표는 영화예술도 아닌 디자인학을 전공했다. 전공자도 힘들다는 영화산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넷플릭스에는 없는 영화


'퍼플레이'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특징이다. 여성영화와 사회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타 플랫폼에서 서비스하지 않거나 메인으로 다루지 않는 독점 콘텐츠가 퍼플레이 영화의 90%를 차지합니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필요할 때 필요한 콘텐츠만 결제하는 방식'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일반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즉, 오프라인 영화제 참여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퍼플레이만의 매력입니다.


퍼플레이는 사회적 기업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기업입니다. 퍼플레이 만의 큐레이션으로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한 문화 확산'이라는 기업 미션을 실현하고 싶은 의지를 담았습니다. 퍼플레이는 필름으로 찍은 임순례 감독의 초기작부터 300여편의 여성영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인 벡델 테스트를 포함한 20개 자체 기준으로 까다롭게 영화를 선별하고 있으며, 그만큼 큐레이션도 세분화해서 하고 있습니다"

퍼플레이 2.0 개편 홈페이지.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영화 추천 방식이 눈에 띈다. 일반 극장에서 접한 영화들이 아니기 때문에 주제를 세분화해 추천한다. 태그 또는 주제별 큐레이션 등을 통해서다. 태그는 '중년' '도시' '1인가구' '자본주의' '비건' '여성예술가' 등 사회적 메시지가 주로 담겼다. 주제별 큐레이션으로는 '우리의 느슨하고 끈끈한 연대' 'X언니를 찾아서 (90~00: 언니들의 영화)'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 그들의 이름을 찾아서' '퀴어영화 맛집' '바쁘다 바빠 10분 영화' 등 유쾌하게 설명해 딱딱한 느낌을 깼다. 조 대표는 최근 퍼플레이가 '2.0 버전'으로 개편했다고 알렸다.


"고객들의 시청 데이터 분석과 의견을 반영해 편리성을 강화했습니다. 영화 큐레이션을 기존보다 세분화했습니다. 넷플릭스, 왓챠 등 다른 OTT에는 없는 '성평등&다양성'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영화에 벡델 테스트, F등급, 퀴어 등 아이콘을 부여해 차별화했습니다. 영화 DB 정보도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해 감독과 배우 등 국내외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영화인들의 정보까지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퍼플레이 추천 태그 화면.
출처: 퍼플레이
영화 '성평등&다양성' 지수 아이콘.

벡델 테스트는 영화의 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다. F등급은 감독, 캐릭터 등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다. 퍼플레이는 작품 하나 하나를 20가지 기준에 맞춰 선별한다. 누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만들었는지 또 재미와 대중성은 있는지 20가지 항목을 통해 만장일치가 나오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식이다. 서비스를 하는데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콘텐츠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퍼플레이는 또 2.0 개편 과정에서 자체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한 '퍼니'를 도입했다. 100원은 50퍼니에 해당하며 최소 결제비용은 1100원부터다. 신용카드, 카카오페이,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친구에게 퍼니로 관람권을 선물할 수도 있다. "기존 건별 결제방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전 후 차감하는 전용 포인트인 '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충전 후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영화의 가격은 무료부터 4000퍼니 사이이고 결제한 영화는 72시간 이내 관람하면 됩니다. 관람 후에는 만족도와 리뷰쓰기 등을 통해 회원끼리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9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퍼플레이 이용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퍼플레이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은 20~40대로 MZ세대다. 여성 이용자가 대다수이지만 최근에는 남성 이용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퍼플레이는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70%를 창작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여성영화가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럼 남는게 있을까 궁금했다.


"직원 수는 저를 포함해 8명입니다. 직원 모두의 월급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하). 관객들이 지불한 비용 같은 경우는 창작자와 나누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익이 크지 않아서, 여성영화 활용한 용역사업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성영화 관련해 가이드북을 제작한다거나 플랫폼 내에서 상영회 또는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해 다방면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출처: 퍼플레이
퍼플레이에서 매주 발행하는 ‘퍼줌’
출처: 퍼플레이
퍼플레이에서 매주 발행하는 '퍼플레터'

이밖에도 퍼플레이는 온라인 매거진 '퍼줌'과 뉴스레터 '퍼플레터'도 매주 발행한다. 퍼줌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의 인터뷰를 실어 더 많이 알고 싶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퍼플레터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여성영화를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나왔다. "요즘 영화든 드라마든 보려면 엄청 검색하고 들여다보고 하느라 관객들이 콘텐츠를 누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가 소개하고 있는 영화가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모아 알려드리고 싶은 의도에서 만들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원하는 때에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출처: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조 대표는 20대 초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간호학과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이후 마을 미디어 '마포FM'에서 활동가로 다양한 경험을 쌓던 중,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25세에 한국IT직업전문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평소 다양한 영화제에 참여하며 영화를 즐기는 '영화 매니아'였다. 미디어·영화제에서 활동가로 역할하면서 다양한 문화 인권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여성영화제에 가면 다양한 여성상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퍼플레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퍼플레이 시작은 소박하고 단순했습니다. 여성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추천해줬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갈증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2016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 6명이 모여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모두가 사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느슨한 환경이었습니다. 일단 법인부터 먼저 내고 겁도 없이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2017년 앱을 먼저 출시했는데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는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앱은 1~2년 안에 다시 선보일 예정입니다.


콘텐츠는 앱으로 출시했을 당시 30~40편에서 시작해 300편까지 늘렸다. “지금은 퍼플레이가 영화를 만드는 분들께 좀 알려져서 먼저 연락오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 발품팔아 콘텐츠를 하나하나 섭외했습니다. 영화제에서 재밌게 본 영화나, 주변에서 추천받은 영화,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해 리스트를 만들고 감독님·제작사를 부지런히 찾아다녔습니다.”


퍼플레이는 영화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성영화제 부스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퍼플레이를 알리기 위해 나갔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 영화 서비스하고 싶다는 연락도 자주 옵니다. 얼마 전에는 퍼플레이 팬이라는 한 작가님이 막 출간된 본인의 신간 책에 자필 사인과 응원문구를 써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여성영화를 통해 연대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와 전주영화제 콜라보, 한국여성감독 특별전 메인포스터.

퍼플레이는 여성영화와 관객들을 연결하는데 적극 힘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인 인디그라운드와 여성영화 랜선 특별전 '난 퍼플레-인디'를 열었다. 또 현재 열리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4월29일~5월8일)와도 '한국 여성감독 릴레이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5월21일까지는 '전주가 퍼플레이' 상영전을 진행한다. 동시에 한국 유명 여성감독의 초기 작품을 선보이는 '인디펜던트 우먼: 당신의 처음' 특별전도 열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코로나로 영화업계가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침체된 문화예술계, 그 속에서도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여성창작자들과 배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돈 벌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성평등 콘텐츠 제작이나 성인지 감수성 디자인물 제작, 영화모임 사업 등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더 많은,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


◇’낯선 이’들을 위한 퍼플레이 추천영화


“퍼플레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웹사이트 메인 상단에 ‘BEST10’을 게재했습니다. 지금까지 퍼플레이가 선택한 영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역대 퍼플레이 인기 영화들이니, 어느 것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추천 영화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출처: 퍼플레이
고양이 손님.

Ana Cigon 감독 ‘고양이 손님’ (2017)

고양이 한 마리가 발급받기 위해 고양이 외교부 사무실에 방문한다. 이름과 무게, 길이를 묻는 담당 직원의 질문에 고양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런데 갑자기 말문이 턱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슬로베니아 초단편 애니메이션.

출처: 퍼플레이
겨털소녀 김붕어

정다히, 김영서 감독 ‘겨털소녀 김붕어’ (2017)

14살 소녀 김붕어는 수영실습을 받은 후 학교 샤워장에서 자신의 겨드랑이에서 털이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털에 당황한 붕어. 신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한 작품.

출처: 퍼플레이
아역배우 박웅비.

김슬기 감독 ‘아역배우 박웅비’ (2018)

9살 아역배우 웅비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아무리 애를 써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것! 눈물 연기가 안 되면 배역을 따낼 수 없으니 웅비는 속이 탈 지경이다. 오디션 대본에 눈물 연기가 있어 좌절하지만 고민도 잠시, 씩씩하게 자신만의 연기로 오디션에 임하는 박웅비의 힘찬 눈물 도전기.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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