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5쌍이 봄비 맞아가며 숲에 모인 이유는?

조회수 2021. 4. 15. 1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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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동행 취재
미래 세대 위해 신혼부부 다섯쌍 모여 나무 심고
1만쌍 유튜브 생방송 지켜보며 탄소중립 실천
“뜻깊은 행사에 대표로 참여해 사명감 느껴”

“비가 와서 오는 길은 불편했지만, ‘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4월3일 토요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동 석포숲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유한킴벌리가 시민단체 생명의 숲과 함께 주최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 2021 온택트 신혼부부 나무심기’에 참가하게 된 대표 신혼부부 다섯쌍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나무심기에 동참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유한킴벌리에서 준비한 조끼를 나눠 입고, 우비와 장화를 신은 채 석포숲으로 향했다.

출처: 유한킴벌리
발열 체크 등 방역조치 후 우비를 받아 석포숲으로 향한 신혼부부 참가자들

숲으로 진입하는 초입부터 쉽지 않았다. 오전부터 내린 비에 흙길 곳곳에 물웅덩이가 파여 있었고, 경사도 가팔랐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신혼부부답게 서로를 잡아주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면서 나무심기 장소까지 향했다. 이들이 온라인 참가자 1만쌍을 대표해 제1호 탄소중립의 숲으로 조성될 용인 석포숲에 나무를 심는 과정을 jobsN이 함께 했다.


오프라인 참가자뿐 아니라 온라인 참가자들 모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유한킴벌리가 참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이 상대적으로 고가여도 지구환경을 위해 구입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88.3%(9874명 중 871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위해 모두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1984년부터 심은 나무만 5400만그루 넘어 


담당자의 인사말과 참가 부부에 대한 간략한 소개 후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경사진 곳에 나무를 심는 만큼 참가자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목부터 어깨와 허리 등 간단히 몸을 풀었다. 이후 간단한 식재 교육 시간도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이 심은 나무는 7년생 전나무였다. 겉 흙과 속 흙을 분리해서 땅을 파낸 후 뿌리 바로 위까지 다시 흙을 덮어주면 나무심기가 마무리된다.  


“이 정도면 될까? 더 파야 할까?” 이규호(28)씨는 아내 박소연(27)씨에게 물어가면서 땅 파기를 시작했다. 남편이 땅을 파내면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나뭇가지와 돌을 골라내는 일은 소연씨가 담당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출처: 유한킴벌리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 달래고자 참가한 박소연, 이규호 부부

이날처럼 야외에 나무를 심어본 적은 없지만, 소연씨는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조예가 깊었다.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저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리빙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집에서 반려 식물 키우는 법, 친환경 목재로 만든 가구 인테리어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직접 이렇게 나무를 심어 보니 생각보다 힘들지만, 보람이 더 큰 것 같아요. 경쟁률이 높았는데, 대표로 뽑혀서 온 만큼 사명감 갖고 열심히 심겠습니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신혼부부들은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표로 뽑혔다. 유한킴벌리는 1984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했다. 1985년부터는 미래 세대를 위한 시작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나무심기 행사 참가 대상을 신혼부부로 정했다. 이후 37년간 국·공유림에 54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출처: 유한킴벌리
박소연, 이규호 부부(왼)와 참가자 단체 사진

◇여고생 그린캠프 참여 25년 만에 남편과 다시 온 참가자도 있어


올해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온택트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행사에 참여할 신혼부부 8000쌍을 모집했고,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초대하는 대신 유한킴벌리가 이들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온택트 행사와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참가자들의 이름으로 유한킴벌리가 나무심기를 대행했고, 이규호, 박소연 부부를 포함해 다섯쌍의 부부가 이날 직접 석포숲에 나무를 심었다. 온라인 참가자 1만쌍은 유튜브 방송으로 이 과정을 지켜봤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한 오전 10시 30분 즈음에는 빗줄기가 약해졌다. 김기문(44), 유혜영(40) 부부는 우비도 벗은 채 나무심기에 열중했다. 혜영씨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25년 전에 여고생 그린캠프에 참여했었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께서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도 있으니 여기서 끝내지 말고 나중에 신혼부부 나무심기에도 참가해라’하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계속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이 행사에 참여하는 거였는데 드디어 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출처: 유한킴벌리
우비도 벗은 채 나무심기에 열중이었던 김기문, 유혜영 부부

빨간색 체크무늬 옷을 맞춰 입고 온 신혼부부도 있었다. 이제 막 결혼한 지 만 2년이 된 이병희(32), 방지영(32) 부부였다. 결혼 직후부터 반려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던 이 부부는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나무를 심을 위치 선정부터 땅 파내기, 흙 고르기, 심은 후 땅 평탄화 작업까지 “여기 괜찮나?”, “얕은가?” 등 서로 물어봐 가며 호흡을 맞췄다.


“집 안에서 공기 정화 등을 위해 식물을 키우고는 있지만 이렇게 나무를 직접 심기는 처음이에요. 사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나무를 심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행사 시작하면서 관계자분께서 나무심기는 100년 후를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SNS 광고를 보고 신청했는데, 뜻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출처: 유한킴벌리
빨간색 체크무늬 옷을 맞춰 입고 나무를 심기 위한 흙을 고르고 있는 방지영, 이병희 부부

◇용인 석포숲, 제1호 탄소중립의 숲으로 조성 예정


참가자 중 이력이 돋보이는 부부도 있었다. 나무 사진을 찍는 작가로 활동 중인 서원재(27)씨가 나무 사진을 찍다가 만난 아내 김지윤(31)씨와 함께 석포숲을 찾았다. “아내가 일하는 직장에 나무 사진작가로 소개되면서 나무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무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고, 아내까지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무에 친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번 행사에 참여 신청을 했어요.” 


나무를 심는 것은 처음이지만, 하다 보니 체질에 잘 맞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면서도 원재씨는 나무를 심기 위한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면서 아내 지윤씨는 오늘 심은 나무들이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7년생 나무이지만, 지금은 아직 이렇게 작잖아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저희가 성장하는 것만큼 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다시 와서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출처: 유한킴벌리
나무사진 작가로 활동 중인 서원재씨도 아내 김지윤씨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2019년 1년 동안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온 부부 유튜버 ‘두잇부부’ 홍석남(38), 김현영(32) 부부도 미래 세대를 위한 숲 조성에 동참했다. “저희는 2019년 4월에 출발해 1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하면서 아프리카·인도·남미 등을 방문해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돕고 화장실을 짓는 등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모아 장난감을 만들고, 플라스틱 얇은 띠를 엮어 줄넘기를 만들어 노는 모습을 봤어요. 장난감 만들기 경연대회를 열어 참가한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쌀을 선물하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부는 올해 한국에서 보내는 첫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나무심기에 동참했다. “한국에서 맞는 첫 결혼기념일을 누구보다 의미 있고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 참여했습니다. 세계 일주를 다녀온 후 현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간간이 부부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영상도 올려 더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출처: 유한킴벌리
검은색 마스크에 빨간 하트가 돋보였던 부부 유튜버 홍석남, 김현영 부부

11시 30분에 가까워지면서 다시금 굵어진 빗줄기에 나무심기를 마무리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부부당 평균적으로 10~15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궂은 날씨에도 미래 세대를 위한 숲을 조성한다는 행사 취지에 동참해 게으름 피우지 않고 구슬땀을 흘린 덕분이다. “위쪽까지 모두 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힘들게 나무를 심으면서도 더 많은 나무를 심지 못해 아쉽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한 사람이 평생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평균 947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고 한다. 유한킴벌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보호에 앞장서며 한국뿐 아니라 몽골에서도 유한킴벌리숲을 조성하고 있다. 20여년 가까이 황사의 발원지 중 한 곳인 몽골에서 몽골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인 ‘몽골을 푸르게(Keep Mongolia Green)’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숲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비전을 갖고 아름다운 숲 발굴, 숲속학교 조성, 공존숲 조성, 접경지역 숲 복원 프로젝트 등의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출처: 유한킴벌리
2019년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 당시 모습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올해 신혼부부와 나무를 심을 용인 석포숲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1호 탄소중립의 숲으로 조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까지 5년간 유한킴벌리와 생명의 숲, 산림청이 협력하여 19.3ha의 면적에 전나무, 소나무, 낙엽송 등을 심고 가꿀 예정이며, 시민참여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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