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달라졌다, 승진보다 '이것' 따진다는데..

조회수 2021. 3. 2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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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 따지는 MZ세대 경찰들 "승진코스 시경은 싫고 파출소서 일할래요"

‘워라밸’에 수사권 조정까지… 경찰 “수사인력 없다”

2030경찰, “상급·핵심부서 싫다” 한가한 파출소 인기

아동학대 담당도 최근 비인기… “치안공백 우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부서 계장으로 부임한 A경정은 함께 일할 반장급 직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수사 잘하기로 정평이 난 30대 후배 10여명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후배들은 “올해 애가 학교 들어가서” “요즘 어머니 병수발을 해야 해서”라고 둘러댔지만, A경정도 안다. 서울의 주요 사건이 모두 모이는 부서라 원래도 업무가 과중한데,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더욱 일이 늘어서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승진을 위해 서로 오려고 청탁까지 들어오던 자리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다”고 했다.


◇“복사하느라 수사할 시간 없다”

한 경찰서의 형사팀. /인터넷 화면 캡처

사기업 근로자들만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20~30대 경찰관도 MZ세대이긴 마찬가지다. ‘시경’의 핵심 보직도 가족과의 시간을 빼앗는다면 단 칼에 거부한다. 오히려 돌발 업무가 적고 정시 근무가 가능한 파출대·지구대가 인기라고 한다. 선배 경찰관들은 이런 후배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2030 경찰관들은 “승진이 대체 뭐라고 그걸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냐”고 반문한다.


설상가상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도 수사부서 기피를 심화시켰다. 과거 경찰은 모든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지만, 올해부턴 1차 종결권이 주어졌다. 즉 ‘불송치’ 결정을 내려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엔 같은 사건에서 여러 명의 피의자에 대한 서류는 하나로 병합해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턴 송치 여부를 기준으로 각각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검찰이 시정·보완 등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서류업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선 경찰서에선 “형사들이 복사하느라 수사할 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드라마 ‘라이브’의 한 장면. /TV화면 캡처

◇억지로 수사과 보내니 휴직해버린 경찰관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기 위해선 ‘수사경과’가 있어야 한다. ‘형사’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자격으로, 형사법 능력평가라고 보면 된다. 형사과·수사과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청소년·교통사고조사 파트에 근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사경과’가 없는 경찰관도 수사부서에 투입되고 있다. 인천에 근무하는 B경관은 “수사경과를 보유한 유능한 경찰관들이 죄다 도망을 가니 수사경과도 없는 애들을 강제로 앉혀놓은 상황”이라며 “억지로 끌려온 친구들도 인사 불만에 입 내밀고 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사부서에 억지로 발령을 내니 휴직을 한 경찰관도 있었다고 한다. 여성청소년 파트도 극도의 기피부서라고 한다.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명확한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각종 민원에만 시달리다보니 안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라이브’의 한 장면. /TV화면 캡처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업무 증가는 사건 보고 시스템 등을 개선해서 해결할 수 있다지만, 젊은 경관들이 힘들고 예측불가능한 업무를 기피하는 것을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원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하는데 그에 걸맞는 보상체계가 갖춰지지 않다보니 중요 사건 관련 치안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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