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서 욕을 하도 먹어서 불로장생할 것 같아요"

조회수 2021. 3. 2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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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바로 잡자는데, 욕을 하도 먹어서 불로장생할 것 같아요"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
27년째 국내외에서 한국 문화·역사 알려
중국 ‘김치 공정’ 비판해 악플 시달리지만
“다음 세대는 역사 왜곡으로 가슴 아프지 않길”

‘한국의 김치, 세계인을 위한 것(Korea’s Kimchi, It’s for Everyone).’ 1월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미주판 A섹션 5면과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유럽 및 아시아판) 5면에 동시에 게재된 광고의 제목이다. 아래에는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무산으로 등재됐다. 역사적으로 수천년 동안 한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설명이 붙었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자국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김치 공정’이 시작됐다. 김치 공정은 과거 중국의 ‘동북 공정’ 역사 왜곡에 빗댄 표현이다. 유명 SNS 스타들뿐 아니라 중국 관영 매체와 정부 기관까지 김치 공정에 나서자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내며 김치는 한국 것이라고 알린 사람은 성신여대 서경덕(47) 교수다. 서 교수는 전 세계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며 소위 ‘한국 문화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뉴욕타임스에 실린 김치 광고(왼)와 이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

◇1996년 유럽에서 설움 느끼고 광복절 기념행사 기획


“어려서부터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창 시절 ‘도대체 왜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길까’ 같은 생각을 자주 했고, 역사 공부도 많이 했었죠. 대학교 입학 후에는 한국 홍보를 제대로 해보기 위해 대한민국 홍보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을 창단했습니다.” 


-동아리를 창단할 정도로 국가 홍보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 


“1996년 대학교 2학년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요. 당시 한국이 ‘세계 경제 11위’라며 언론에서 한창 홍보할 때였어요. 그런데 막상 유럽에 가보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었습니다. 그들에게 아시아권은 일본 아니면 중국으로 대표되고 있었죠. ‘한국 안에서 배웠던 것과 세상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민간 차원에서라도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제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학생 때 잠깐 활동할 줄 알았는데 업으로까지 삼게 됐네요.” 


여행하면서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대해 실감한 서 교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작은 행사를 하나 기획했다. 마침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광복절은 한국이 해방된 날인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평화의 날이기도 해요. 그 상징적인 날에 파리 한복판에서 만세라도 외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행사를 기획했어요.”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2019년 뉴이스트 아론, 배우 이세영과 함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양 도성 알리기 프로젝트(왼)와 학생들에게 국가 홍보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

-사람들은 어떻게 모았나.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흔하지 않았어요. 여행 온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보는 사람마다 ‘나도 어디서 들었는데 8월 15일에 에펠탑 광장에서 재밌는 행사가 있다더라’ 하면서 홍보했어요. 많아야 30명 정도 모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300명이 모인 거예요. 다들 여행하면서 저처럼 아직 한국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 것 같아요. 8월 14일이 귀국하는 날이었는데 이 행사 때문에 귀국일을 3일 미뤘다는 분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만세 삼창을 하려고 기획한 행사였는데 300번은 했습니다. 외국인들도 합류했고, 시위로 착각한 경찰이 와서 무슨 행사냐고 묻기도 했죠. 급하게 기획한 행사였지만, 아리랑도 부르고 강강술래도 하면서 다 같이 즐겼던 행사였습니다. 당시 휴가를 왔던 기자 한 분이 그 광경을 보고 기사를 써 한국에도 행사가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뭔가를 하면 가능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얻었죠.” 


◇자비로 독도 광고 게재부터 중국 ‘김치 공정’ 맞서기까지 


서 교수는 2005년 뉴욕타임스에 첫 독도 광고를 게재했다. 당시는 일본 시마네현에서 2월 22일을 독도가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자는 조례를 제정하는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다. 서 교수는 자비로 ‘독도는 한국 영토입니다(Dokdo is Korean territory)’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올렸다. 개인이 자국 현안에 대한 광고를 한 것은 뉴욕타임스 역사상 서 교수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실었던 독도와 동해 관련 광고

-다케시마의 날이 결국 제정됐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다케시마의 날 제정 후 행사 때마다 2년에 한 번 꼴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 날을 하나의 지방도시가 제정했다고만은 보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10년 넘게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서 꾸준히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실제 교과서에 해당 내용이 반영됐습니다.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 독도 전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역시 실제로 실현됐어요. 


또 일본 내에서 행사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지역 언론만 취재했지만, 현재는 요미우리나 3K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매체들도 행사를 보도하고 있어요. 시마네현뿐 아니라 삿포로, 후쿠오카 등 일본 내 모든 사람들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알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좌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들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관심있게 보고, 이에 맞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홍보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죠.”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무한도전에서 하하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 섬과 아픈 역사가 서린 다카시마 섬을 찾아갔던 서 교수

-3·1절에는 배우 송혜교씨와 ‘LA 독립운동 역사 안내서’를 기증했다고.


“LA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안내하는 소개서를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해 기부했습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도산 안창호 선생 가족이 살았던 집, 도산 안창호 관련 기념 장소 등 LA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기획했어요.  


송혜교씨와 함께 이러한 행사를 기획한 지는 올해로 벌써 10년인데요. 세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세계적 미술관인 뉴욕 현대미술관(MoMA)부터 토론토 뮤지엄, 보스톤 뮤지엄 등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부했고, 현재는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 한글 간판, 부조작품 등을 꾸준히 기증하고 있어요. 해외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코로나 이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10년 넘게 배우 송혜교씨와 함께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글 간판, 한국어 안내서 등을 제작해 기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문화 공정에 맞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환구시보를 시작으로 김치, 한복, 판소리 등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대응하면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 가지는 이 일련의 과정을 국수주의에 빠진 일부 네티즌들이 선동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에요. 환구시보라는 중국 공산당의 관영 매체가 나섰고, UN 주재 중국 대사가 김치를 들고 찍은 사진이 중국 정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 중 한 곳에 올라오기도 했어요.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정법위)가 최근 김치 공정 논란에 대해 ‘한국의 문화적 자신감 부족으로 생긴 피해망상’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죠. 결국 김치 공정은 정부 기관이 보이지 않게 움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또 다른 한 가지는 이들이 ‘왜 그러냐’에 대한 답과 관련이 있는데요. 한 20여년 전만 해도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의 대표 문화 중 하나는 중국 문화였어요. 그러다 현재는 K팝을 비롯해 K무비, K드라마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한국 문화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문화로 성장했어요. 이를 본 중국이 아시아권 문화의 중심축이 한국으로 이동한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문화 공정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죠.” 


◇“한국 문화 세계화될 때까지 역사와 문화 알릴 계획”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온라인상에서 서 교수의 SNS에 악플을 달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

-온라인에서 중국 네티즌들에게 공격도 많이 받고 있다. 따로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욕을 들으면서까지 관련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요즘 하루 일과의 시작이 중국 네티즌이 보낸 메일과 메시지, 댓글을 지우는 것이에요. 중국 인구수가 많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죠.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불로장생할 것 같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또 민간 부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번 김치 관련 광고를 한국 정부에서 게재했다면 외교적 불화로 번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진행한 것인 만큼 중국 정부에서도 한국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죠. 글로벌 시대에서는 민간 부문에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고, 중요해졌는데요. 지금까지 해 온 노하우를 살려 앞으로 좋은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요. 


또 일본인, 중국인들은 욕을 하겠지만, 한국 네티즌들 역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지금까지 횟수로 27년 동안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있는데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개인적으로 연락도 해주시고, 광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 운동도 해주신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활동이 있다면. 


“지금까지 정말 여러 활동을 했고, 다 뜻깊었는데요. 2년 전 3·1운동 100주년에 많은 분과 함께 전 세계 독립운동지를 누볐던 활동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참가자분들이 여행 비용을 각자 부담했고, 제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함께 다니면서 설명을 해드렸는데요. 당시 딸 얼굴을 못 볼 정도로 주말이면 무조건 공항으로 향했지만,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너무 뜻깊은 활동이었어요. 영상도 좋고 책자도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르거든요. 코로나 이후에 다시 한번 역사의 현장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입니다.”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2019년 국내외 곳곳을 돌면서 항일운동 역사투어를 진행했다.

-목표는.


“저희 딸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요. 목표라기보다는 이 일을 꾸준히 해서 딸 세대, 그 이후 세대에서는 한·중·일이 역사 왜곡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또 사실 제가 현재는 두 나라의 역사 왜곡에 맞서고 있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전보다는 한식이라든지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세계인들과 호흡해나가고 소통하면서 문화 콘텐츠 시대에 한국 문화가 더 많이 알려지고, 세계화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한국에 대해 알리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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