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무릎 고친 의사, 이번엔 탈모인 위해 나섰다

조회수 2021. 7. 7.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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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무릎 낫게한 서울대 출신 의사, 이번엔 탈모인 위해 나섰다

제대혈 저장소 모습

메디포스트 셀리노 양윤선 대표
서울대·삼성병원 출신 전문의
세계 최초 제대혈유래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 개발
히딩크 관절염 완치시키기도
탈모인 위한 줄기세포 배양액 탈모샴푸 ‘574H 셀 케어 샴푸’ 론칭

소위 ‘넘사벽’ 스펙이다. 휘경여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임상병리과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도 전국 수석이었다. 서울대 의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로 교수 생활까지 했다. 안정적이면서도 사회적 명예까지 있는 삶을 뒤로하고 2000년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세운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및 개발과 태아의 탯줄에서 나오는 혈액인 제대혈을 보관하는 전문기업이다. 2012년 세계 최초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이 치료제로 관절염을 완치해 화제였다.

최근엔 탈모 완화에 도움을 주는 줄기세포배양액을 개발했다. 줄기세포가 인체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3년간 총 25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입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최적의 배양액을 개발했다. 바이오벤처 창업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히는 양윤선(57)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 /메디포스트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및 제조, 제대혈 보관 전문기업인 ‘메디포스트’의 대표 양윤선입니다.”  

양윤선 대표는 1989년 서울대학교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이자 임상병리과 전문의로 6년간 일했다. 동시에 성균관대 의대 교수직을 겸했다. 2000년 안정적인 생활을 떠나 창업의 길로 나선 이유는 병원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돕고 싶어서였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백혈병이나 암 환자들이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조혈모세포(골수 등 혈액을 만드는 세포) 이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습니다. 골수 기증자가 없어 백혈병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도 많이 봤어요.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골수이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대혈에 주목했습니다. 제대혈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과 태반에서 나온 혈액이에요. 쉽게 말해 탯줄 혈액입니다. 일반 혈액과 달리 골수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합니다. 조혈모세포, 간엽줄기세포(뼈, 연골, 근육 등을 만드는 세포) 등이 많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렸을 때 골수이식을 대신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의약품을 개발하고, 제대혈 은행을 꾸려가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빠르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난치질환 치료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떠나 창업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의 삶도 안정적이고 보람 있었지만, 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00년 ‘메디포스트’를 창업했습니다.”

메디포스트 연구소 모습. /메디포스트 제공

◇전국 산부인과 돌면서 제대혈 수집...잡상인 취급받기도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엔 제대로 된 제대혈 은행이 없었다. 제대혈 은행은 의료 기관과 환자 사이에서 제대혈을 공급하는 일을 한다. 분만 때 제대혈을 채취해 그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장기간 보관해준다.  

양윤선 대표는 창업 후 제대혈 은행을 세우고 제대혈 보관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가 세운 제대혈 은행 ‘셀트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제대혈 은행으로 성장했다. 국내 제대혈 은행 시장 점유율 43%에 달한다. 2020년 말 기준 누적 제대혈 보관 건수 25만9000건, 이식 건수 557건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창업 초기 양 대표는 전국 산부인과를 돌면서 의사와 산모들을 설득해 제대혈 수집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하고, 의사와의 면담을 셀 수 없이 거절당하기도 했다.  

“제대혈 은행 설립 및 유지뿐 아니라 제대혈에 들어 있는 간엽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도 준비 중이었어요. 그래서 제대혈을 채취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제대혈이라는 게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산모가 출산하면 제대혈을 그냥 버렸어요. 우선 제대혈을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전국 산부인과를 돌았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환자들과 함께 기다렸어요. 기다리면서 산모들에게 제대혈의 중요성과 분만 후 제대혈을 보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어요. 환자 볼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면담을 거절하는 의사도 많았죠. 어쩔 수 없이 진찰권을 끊고 환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자금 유치도 쉽지 않았어요. 창업 초기 13억원의 엔젤투자(개인투자자들이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를 받았습니다. 이 돈을 모두 설비 투자에 썼습니다. 추가로 연구비 투자를 받는 건 어려웠어요. 연구개발계획서를 본 한 투자가는 공상과학(SF) 소설을 쓰냐고 비웃기도 했습니다. 점차 제대혈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황이 나아졌어요. 제대혈 보관 사업이 빠르게 커졌습니다. 200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회사를 국책과제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2005년 황우석 박사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 타격이 컸어요.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황우석 박사가 연구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배아의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세포)와 우리가 연구하는 성체줄기세포(제대혈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뽑아낸 세포)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많은 바이오기업이 애꿎은 피해를 당해야 했어요. ‘황우석 쇼크’ 이튿날엔 메디포스트 주식이 하한가로 곤두박질 치기도 했죠. 한동안 임상 시험 환자를 모집할 수도 없었고, 투자도 끊겼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50% 이상을 유지하려 했어요. 줄기세포 관련 기술 분야 전체의 위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줄기세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 제대혈유래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개발했다.히딩크 감독은 이 치료제로 관절염을 완치했다. 히딩크 감독과 양윤선 대표(좌),미국 ABC뉴스에서 소개한 카티스템(우). /메디포스트 제공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히딩크 전 감독도 관절염 완치  

양 대표는 제대혈 은행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2012년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제대혈에서 뽑아낸 타인의 성체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다. 퇴행성 관절염 혹은 외상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시킨다. 연골은 한번 닳아 없어지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을 해결한 약이다.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다. 2014년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이 치료제로 관절염을 완치해 당시 제대혈 붐이 일기도 했다.  

-카티스템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2001년부터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팀과 공동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기까지 총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많은 개발 자금도 투입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꿈의 치료제’라 불리는 제대혈 동종(타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제대혈에서 뽑아낸 타인의 줄기세포로 만들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입니다.  

‘카티스템’은 퇴행성 관절염에 시술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제에요.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질환을 치료하는 자가 줄기세포치료제와 달리 기증받은 타인의 제대혈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를 원료를 합니다. 그래서 규격 제품화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치료 유효성도 일관적인 게 장점입니다.  

2005년에 1상 임상을 시작해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증받은 치료법입니다. 임상에서 97.7%의 치료 효과를 보였고,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없을 만큼 안전합니다. 수만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재생된 연골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히딩크 전 축구 국가 대표 감독도 이 치료제로 관절염을 완치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원래 유럽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카티스템으로 무릎 연골 재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치료 10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히딩크 감독은 ‘한국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제대혈 은행을 운영 중이다. /메디포스트 제공
제대혈 저장소 모습. /메디포스트 제공

-또 어떤 치료제를 개발 중인가요.  

“카티스템 이후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폐 질환 등을 위한 후속 치료제 개발에 나섰습니다. 현재 국내외 임상 진행 중이에요. 최근에는 차세대 기술 플랫폼을 개발해 주사형 골관절염(관절의 연골이 손상되면서 국소적으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 치료제, 당뇨병성 신증(당뇨병의 만성 미세혈관 합병증),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치료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연골 치료제 외에 또 어디에 쓰일 수 있나요.  

“줄기세포는 인체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줄기세포 치료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헤어 맞춤형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 개발...탈모 샴푸 론칭  

양윤선 대표는 메디포스트가 보유한 기술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도 나섰다. 하나투어와 공동으로 설립한 생명 과학 화장품 전문 기업 ‘셀리노’에서 차세대 바이오 코스메틱 브랜드 ‘셀로니아’를 론칭하면서 줄기세포 적용 분야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가 새롭게 주목한 건 탈모다. 줄기세포 배양액 치료제로 탈모인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한다. 줄기세포가 인체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탈모와 유사한 두피 환경을 조성하면 자가 치유 능력이 있는 줄기세포가 그에 맞는 물질들을 분비하지 않겠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본격적으로 탈모에 효과가 있는 줄기세포배양액 연구를 시작했다. 3년간 총 25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입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최적의 배양액을 개발했다.

헤어 맞춤형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을 개발해 탈모 샴푸를 론칭했다. /메디포스트 제공

“탈모 두피와 유사한 147가지 환경을 구현해 574가지 조건에서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장인자를 함유한 최적의 배양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원료가 두피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액 ‘NGF-574H’ 입니다.  

이 두피 맞춤형 줄기세포배양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화장품 원료입니다. 2014년부터 3년간 총 25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입했어요. 기술과 관련해 특허 출원을 마쳤고, 보건복지부 신기술 인증도 획득했습니다.  

탈모와 두피 케어로 고민하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입니다. 줄기세포 배양액뿐 아니라 탈모 증상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을 담았어요. 실제로 NGF-574H 배양액은 모발 줄기세포의 증식 및 분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KROX-20 유전자 발현을 높이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공인 임상 기관의 16주·24주 인체 적용시험에서도 모발 두께 28.8%, 모발 성장 속도 19.5%, 모발 밀도 14.2%의 개선 성능을 보였어요.  

제대혈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또 다른 성체줄기세포보다 손상된 조직 회복과 세포 재생 능력이 뛰어나죠. 면역거부반응도 적어 큰 부작용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의료∙미용 분야에서도 높은 가치가 있어요.”  
셀리노는 작년 이 두피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액 NGF-574H을 담은 탈모 샴푸 ‘574H 셀케어 샴푸’를 론칭했다. 제품은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에는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등에 수출할 예정이다.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 /메디포스트 제공

회사는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16년 매출 287억원에서 2020년 486억원을 기록했다. 양윤선 대표는 회사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포치료제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2020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0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여성 기업인 25인’애 뽑히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줄기세포 배양액 기술이 담긴 제품을 한 번이라도 써 본 분들은 극찬합니다.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는 마케팅과 영업 등에도 집중해 더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싶어요. 또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줄기세포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주요한 미래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인간이 꿈꾸는 안티에이징과 재생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원료에요. 메디포스트와 셀리노의 줄기세포 기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팀에 속합니다. 이러한 첨단 치료제와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 많은 기대와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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