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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고추보다 700배 매워요, 먹기 전에 서약서 쓰세요

조회수 2021. 3. 1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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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고추보다 700배 매워요, 먹기 전에 서약서 쓰세요

매운맛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롯데제과가 국내 최초로 매운맛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한국인의 맵부심이 라면·떡볶이·과자에도 만족 못 하고 아이스크림에까지 번진 것이다. 맵부심은 매운맛 자부심을 뜻하는 말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을 과시할 때 쓰는 신조어다. 식품업계는 “이 정도가 뭐가 매워”라는 한국인들이 어디까지 맵부심을 불릴 수 있는지 시험 중이다.


◇국내 최초 매운맛 아이스크림입니다


롯데제과가 3월 초 국내 최초로 선보인 매운맛 아이스크림은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 할라피뇨 성분이 들어간 주황색 떡 안에 매운맛 쿠키가 박혀 있는 크림체다치즈 아이스크림을 넣었다. 멕시코에서 온 할라피뇨는 청양고추 맵기와 비슷하다. 매운맛이 서서히 올라와 다른 음식과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쓴다.


실제 아이스크림을 시식해본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안에 들어있는 쿠키에서 진짜 떡볶이 맛이 난다”며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과 매운맛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롯데제과는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빙과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제품은 50만개 한정판으로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처: 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제과 찰떡아이스 치즈떡볶이맛

빙그레도 매운맛 릴레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2월 18일 빙그레아이스크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붕어싸만코 신제품 기획일지가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단맛, 짠맛, 신맛, 고소한 맛은 이제 지겹다”며 “매콤한 아이스크림에 도전한다”는 글과 함께 신제품 시안 이미지가 있었다. 겉면은 ‘빨간색의 잔뜩 화난 붕어의 HOT바디’, 단면에는 ‘완전 매운 불닭소스’가 들어 있다. 제품 이름은 일명 ‘멘붕어싸만코’(멘붕과 붕어싸만코를 결합한 말)다.


붕어싸만코 담당자는 “저를 응원해 주신다면 아주 매콤한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출시 공약도 걸었다. 관심(좋아요 개수)과 댓글 총개수가 500개 이상이면 불닭 소스를 먹인 멘붕어싸만코를 출시한다는 것. 좋아요 수는 게시물이 올라온 지 하루도 안 지나서 600여개를 넘었다. 3월15일 기준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는 1400개, 댓글은 380개다. 공약 조건을 달성한 만큼 신제품은 출시할 예정이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출처: 빙그레아이스크림 인스타그램 캡처
멘붕어싸만코 시안

◇불닭볶음면보다 350배 매운 아이스크림


이미 해외에서는 매운맛 아이스크림이 등장한지 오래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알디치 카페는 2018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매운 고추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아이스크림의 이름은 ‘악마의 숨결’. 고추 맵기를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SHU·미국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개발한 매운맛 척도)는 1569만3000 SHU에 달한다. 불닭볶음면(4400 SHU) 보다 약 350배, 청양고추(2000 SHU)보다는 약 700배 맵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이 아이스크림은 18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다. 또 먹기 전에는 서약서에 서명도 해야 한다. 서약서에는 “신체 상해, 질병 및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고 적혀있다. 카페 주인인 마틴 반도니는 “1936년부터 내려오는 이탈리아 전통 레시피로 만들었다”며 “아이스크림 레시피는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알디치 카페 페이스북 캡처
알디치 카페에서 판매한 '악마의 숨결' 아이스크림
출처: 중국 맥도날드 웨이보 캡처
중국 맥도날드 '고추기름 선데이 아이스크림

지난 1월 21일 중국 맥도날드 공식 웨이보 계정에는 1월 한정판 메뉴로 ‘고추기름 선데이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사천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중국식 고추기름 ‘라자오유’를 뿌린 상품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에 뭘 뿌린 거냐”, “배탈 나고 싶은 사람만 먹어라”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판매 첫날 웨이보에는 고추기름 아이스크림 구매 인증 사진과 함께 긍정적인 시식 평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느껴지더니 마지막에는 고추기름의 매운맛이 입안에 감돈다”, “맵긴 한데 괜찮다. 추천한다” 등의 평이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과자라고요? 저도 먹을래요


식품업계에서 매운맛은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2012년 삼양식품이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마라탕, 실비김치, 송주불냉면 등 매운 음식 열풍이 불었다. 실제 2012년 75억원이었던 불닭볶음면 매출은 2019년 4100억원으로 폭증했다. 매운 음식의 주 소비자층은 맵부심이 강한 MZ 세대. 이들은 기존 제품보다 더 맵다는 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SNS에 매운 음식을 시식해본 후기를 남기기 위해서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SNS 상에서 매운맛 음식 먹기 챌린지에 도전하는 게시글이 유행하기도 했다. 2019년 먹방 유튜버들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 1개를 먹고, 음료를 마시지 않고 일정 시간 이상 버티는 이른바 ‘원칩 챌린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스코빌 지수가 220만 SHU에 달하는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로 만든 과자를 먹고 매운맛을 참아야 한다. 캐롤라니아 리퍼 고추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과자를 먹은 유튜버들은 눈물은 물론 콧물, 침까지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몇몇 유튜버들은 원칩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출처: 파쿼칩스 샵 캡처, 이라이라경 유튜브 영상 캡처
(왼) 캐롤라이나 리퍼 매드니스 칩. (오) 유튜버 이라경은 원칩 챌린지 후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더 매운, 더 독특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CU 편의점은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를 넣은 ‘뉴 자이언트 왓더맵 떡볶이’를 선보였다. 미니스톱은 스코빌지수 1만444 SHU ‘불마왕볶음면’을 내놓은 후 스코빌지수 35만 SHU에 달하는 극강의 매운맛 ‘지옥불카레’를 출시했다.


어디든 뿌려 먹을 수 있는 매운맛 소스류를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은 작년 소스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핫소스는 25%, 후추는 26%, 고추냉이는 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상 청정원이 4단계 맛으로 출시한 순창 고추장 중에서 가장 매운 ‘불타는 매운 순창 고추장’ 판매량도 13% 상승했다.


◇매운맛으로 이겨내는 코로나 블루


전문가들은 매운맛 열풍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악화로 인한 압박감이나 무기력함을 떨치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실제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으로 인지하는데, 이 고통을 덜기 위해 뇌하수체 전엽에서 반사적으로 엔돌핀(Endorphin·Endogeneous Morphine)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엔돌핀은 통증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몸 안에서 생기는 몰핀을 뜻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었던 2020년 3월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작한 8월 말에는 매운 식품 택배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급격히 늘었다. CJ대한통운이 내놓은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를 보면 떡볶이·불닭발·불족발·불냉면·불닭볶음·매운라면·실비김치·마라 등 매운 식품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8.4%, 40.6% 증가했다.

출처: CJ대한통운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

또 경기가 어려워질 때 매운맛이 유행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17세기 말 일본에서 처음 고추가 넘어오기 이전까지는 소금으로 배추를 절여 김치를 만들었다. 비싼 소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하면서 흰 김치가 빨갛고 맵게 변한 것이다. 서민들은 저렴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힘도 내게 하는 매운맛을 찾기 시작했다. 전도근 전 아주대 교수는 이후 우리나라 음식이 급격히 매워진 시기가 1960년대 경제 개발기였다고 말한다. 경제개발로 인한 급격한 성장 시기에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없애는 저렴한 수단으로 매운맛이 퍼졌다. 무교동의 낙지볶음이 등장한 것도 1960년대부터다.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대표적인 매운 음식인 고추에는 비타민C가 일반 과일보다 많다. 또 매운맛은 지방과 당을 연소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주성분. 매운맛의 국제 표준 지표인 스코빌 척도의 표준물질) 성분은 항산화 역할과 함께 암세포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적당한 맵부심은 어느 정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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