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삼아 시작한 약사의 유튜브에 85만명 몰린 이유

조회수 2021. 3. 1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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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삼아 시작한 약사의 유튜브에 85만명 몰린 이유
유튜브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해외 직구 영양제·부작용 알려줘 인기
“직장인이라면 ‘오마비’ 챙겨 드세요”

4조9000억원. 2020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다. 건강기능식품은 현대 한국인 사이에서 주식(主食)으로 자리잡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한국인 10명 중 7명이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다. 최근에는 외국 사이트에서 직구로 영양제를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 매일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본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으려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부지런히 손품을 판다.


1982년생 고상온(40) 약사는 영양제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이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약사 크리에이터다. 그가 운영하는 채널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구독자는 약 85만명. 영상 누적 조회수가 9100만건이 넘는다. 온라인에선 크리에이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전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로 활동 중인 4년차 중견 유튜버 ‘고약사’를 만났다.

출처: jobsN
고상온 약사.

◇카레이싱, 별 관측하다 뛰어든 유튜브


-이력이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약사를 꿈꿨나요.


“원래 수의사를 하고 싶었어요. 동물을 워낙 좋아해서요. 대학을 다니다 재수를 했는데, 수의사와 약사 사이에서 갈등했어요. 현실과 타협해 약사의 길을 걷게 됐지만, 일이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2010년 약사 생활을 시작해 2013년쯤 약국을 열었어요. 지금은 약국 운영이나 유튜브 활동 말고도 영양제 제조 관련 자문도 하고 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뭡니까.


“처음엔 병원에서 처방전이 내려오면 조제하는 약국에서 근무약사(약국장 밑에서 일하는 약사)로 1년 넘게 일했어요. 일이 너무 바빠 힘들었죠. ‘이게 과연 내가 꿈꿔온 약사 생활인가’ 하는 회의도 들었고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어요. 천안의 한 마트에 입점한 약국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여러 사람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서 비교적 여유롭게 일했습니다.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여유가 있을 때는 만화책이나 미드(미국 드라마)도 봤어요. 일이 끝나면 자동차 서킷에서 레이싱도 즐기고, 별 관측을 하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앞으로 살면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보고 싶어 시도한 게 유튜브예요.


2017년은 유튜브가 막 뜰 때였어요. 의사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는 거의 없었고, 약사 채널은 3~4개 있었어요. 대부분 운영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영상 구석에 전화번호를 띄워놓고, 특정 영양제를 추천한 뒤 제품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이런 영상을 올리면 오히려 시청자에게 반감을 살 것 같았어요. 수익보다는 정보를 나누면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게 더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광고 없는 순수한 정보 공유 채널로 시작했어요.”

출처: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유튜브 캡처
약과 영양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약사.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첫 1년은 얼굴 공개도 안했어요. 영상에 손만 노출시켰죠. 자막도 없고, 마이크를 쓰지 않으니 음질도 별로고, 휴대폰으로 촬영해 화질도 그저 그랬어요. 그러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을 노출해주지 않아요. 올리기만 하면 볼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죠. 영상을 3개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없어 채널을 방치해 뒀어요. 그런데 2~3개월 뒤에 돌아와서 보니 그동안 의외로 댓글도 많이 달리고, 구독자가 몇백명 모였더라고요. 그 재미에 빠져 201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채널 운영을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어 편씩 쉬지 않고 영상을 올렸습니다. 알고 보니 저도 ‘관종’ 끼가 있더라고요. 약국 근무가 끝나면 밤 11시까지 영상을 편집했어요. 그런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어떤 영상을 주로 올리나요.


“초기에는 의약품 소개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반응이 크지 않았어요. 의약품에 관한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접할 수 있고, 병원에서 물어봐도 되니까요. 또 의약품 관련 이야기는 어렵잖아요. 관심이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영양제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요. 의약품의 경우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두통이 있으면 진통제를 먹으면 돼요. 하지만 영양제는 고르는 기준이나 품질, 선택법 등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정리해 들려주니 구독자가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기준으로 영양제를 골라야 하는지, 영양제에 들어가는 성분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영양제의 부작용도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고요.”


-부작용이라면 어떤 걸 말하나요.


“영양제를 챙겨 먹다 보면 개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10종 정도 먹는데, 어느 순간 불안해질 수 있어요.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죠. 또 특정 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도 있고요. 간에 부담을 주는 영양제에 대한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관심이 뜨거웠어요. 종합비타민이나 특정 다이어트 보조제 등은 간수치를 높여요. 한때 화제였던 노니주스도 그렇고요. 단순히 ‘뭘 먹을 때 어디에 안좋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전문가나 연구 기관마다 의견이 갈리는데, 저는 개인적인 경험과 여러 데이터에 근거해 설명해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발표한 자료나 학술 논문도 찾아 읽고요. 약사들의 학술 모임에서 나온 자료도 봅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신뢰해주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영상은 20분이면 찍어요. 자료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길죠.”

출처: jobsN
고상온 약사는 현재 샌드박스 파트너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하루 수십명씩 무료 상담도


-약국을 운영하면서 공들여 유튜브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마트 약국에 있을 때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바쁘죠. 촬영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약 관련 상담만 하루에 수십건씩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근무약사님을 모셔서 교대로 일하고 있어요. 일주일 중 2~3일은 제가, 나머지 3~4일은 근무약사님이 일해요. 일주일에 두어 번은 미팅이나 회의 때문에 서울로 올라옵니다. 최근 상담을 안내해 주시는 분을 뽑았고, 앞으로 전문 상담원을 모실 생각도 있어요.”


-온라인 상담까지 하신다고요.


“개인적으로 영양제 관련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이 많아 네이버 밴드에 채널을 만들었어요. 이쪽으로 상담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고도비만인데 특정 영양제를 먹어도 괜찮은지, 심혈관질환이 있을 때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세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이라도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상담해드려요. 힘들지만, 이 일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운영 초기에 영양제를 굳이 저한테 사지 않아도 괜찮으니 상담을 해드린다 약속했거든요. 그 덕에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데, 계속 해야죠. 사심 없이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해요. 앞으로도 계속 할 거예요.”


-반응이 특별히 좋았다거나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뭡니까.


“그 동안 약사들 사이에서 외국산 영양제가 주목받지 못했어요.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도 본인 사업장에서 팔 수가 없어 이득 볼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해외직구 영양제가 대세잖아요. 정확한 매출은 알 수 없지만, 5조원대에 달하는 국내 건기식 시장에 견줄 규모일 거예요. 약사 중에선 가장 먼저 해외 영양제에 대한 분석 영상을 올렸는데요.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최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크릴오일이 논란이었는데, 저는 예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요.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에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면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어요. 신고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문제가 터질 수도 있어요. 영상을 올리고 6개월 지나 식약처에서 부적합한 크릴오일 제품 49개를 적발해 전량 회수·폐기했다고 발표했죠. 제가 영양제를 팔려고 영상을 찍었으면 그런 이야기는 안했을 거예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운영 원칙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출처: 약들약 유튜브 캡처
조회수 550만건을 기록한 간 손상 영양제 관련 영상.

◇“결국은 소비자가 공부해야 한다”


-80만이 넘는 구독자가 영상을 봅니다.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약국 상호 공개도 안해요. 전화번호도 마찬가지고요. 시작을 이렇게 했더니 차별화가 된 거 같아요. ‘아, 이 사람은 광고하려고 영상 찍는 약사가 아니구나’ 하는 거죠.”


-직장인들이 참고할 만한 영양제 섭취 관련 조언이 있습니까.


“한창 일할 때인 2030 세대에게는 ‘오마비’ 섭취를 권해요. 오메가3·마그네슘·비타민B의 앞글자를 딴 이름인데요. 이 세 가지가 가장 무난하고 효과도 빠르게 볼 수 있는 영양제예요. 오메가3은 혈액 순환을 돕고, 뇌나 눈 건강에도 좋아요. 저는 그보다 항염증 작용 때문에 오메가3 섭취를 추천해요.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겐 마그네슘이 좋습니다. 이완 효과가 있어서 초조하고 불안해 쉽게 잠 못드는 분에게도 좋아요. 근육에서 피로 물질을 빼는 것도 돕고요. 비타민B군은 에너지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요. 이 3가지를 함께 먹으면 피로·근육통·스트레스·수면장애 쪽에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40대부터 60대까지는 오마비에 비타민C와 D, 유산균까지 꼭 같이 드시라고 해요.

출처: jobsN

영양제 섭취법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도 많은데요. 낮과 밤 중에 언제 먹어야 하는지, 꼭 밥을 먹고 나서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세요. 저는 가장 좋은 섭취법은 내가 먹기 쉬울 때라고 말해요. 밥을 먹고 난 뒤 먹기 편할 때 드시면 돼요. 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최근 5년 사이 영양제 시장이 5배나 커졌어요. 앞으로 5년간 또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현재 5조원대 규모니, 5년 뒤면 25조예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서 작은 회사나 큰 회사나 다 뛰어들고 있어요. 스타트업이나 투자 회사 같은 비(非) 제약회사도 영양제를 만듭니다. 매출이 잘 나오니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양제 효능을 과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이 생겨요. 소비자가 직접 공부해 나에게 잘 맞는 영양제를 선택할 줄 아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고 봐요.”


-앞으로 계획은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최근 1년간 운동하면서 통증이 많이 사라졌는데요. 그 전까지는 운동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어요. 그래서 운동 전문가를 모셔서 운동을 가볍게 안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약사분과 함께 좀 더 폭넓은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요. 또 콘텐츠를 보강하기 위해 영양학 전공자를 모시거나 작가를 섭외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정말 좋았지만, 앞으로 더 재미있게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저에겐 이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어요.”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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