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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친일하는 게 애국"이라 남긴 2급 공무원, 결국..

조회수 2021. 3. 1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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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SNS에 이런 글 쓰면 징계 받습니다

최근 법복을 걸치고 근육질 몸매를 과시한 ‘몸짱 판사’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공직자로서의 품위유지를 위반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반응이다.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선이 어디 있는지 누구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SNS에 올린 게시글로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찾아봤다.


◇판사인데 근육 자랑은 좀...

몸짱 판사로 유명한 A 판사는 작년 자신이 근무 중인 지역에서 열린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열심히 노력해 대회에서 수상까지 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직 판사가 대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판사를 보고 공직자의 SNS 활동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소방관은 몸짱 소방관을 선발하는 대회도 있는데 판사라고 뭐가 다르냐”며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강하고 든든한 소방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2012년부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를 매년 개최 중이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판사는 “판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는 부분도 있어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어난 부분은 A 판사가 SNS에 자신이 ‘판사’라는 것을 강조한 점이다. 그가 올린 게시물 중에는 판사 업무를 보는 사무실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는 영상이나 상의를 탈의한 채 한쪽 팔에 법전을 낀 사진이 있었다. 게시물의 공개 범위는 ‘전체 공개’로, 인스타그램 가입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이 판사임을 나타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기 개발까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법정에 서는 판사의 직업 특성상 개인 사생활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변호사는 “법복을 입은 채 몸짱을 드러내는 바디프로필 사진을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모습을 보이는 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싶어 하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시의 몸짱 소방관 희망나눔 달력 사업은 중증 화상환자를 지원한다

실제 법관들은 SNS를 사용할 때 법관윤리강령을 지켜야 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2년 법관들이 SNS를 사용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법관윤리강령’을 만들고 지킬 것을 권고했다. 그중에는 ‘SNS 상에서 신상정보와 게시물 공개 범위, 게시물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법관은 SNS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해 품위를 유지하고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SNS에 ’친일파’ 발언한 고위 공무원은 파면 당해


SNS에 올린 글 때문에 파면당한 공직자도 있다. 한·일 갈등이 최고조였던 2019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급 공무원이었던 A 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스스로 친일파라고 여러 번 공언했다”며 “지금은 친일을 하는 것이 애국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 일자는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 A 국장은 같은 해 7월에도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수탈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조선인을 참정권이 없는 2등 국민으로 취급했는데 이해가 간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 JTBC 뉴스룸 유튜브 영상 캡처

문체부는 A 국장에 대해 ‘중징계’ 의견으로 인사혁신처에 징계의결요구서를 보냈다. 5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담당한다. A 국장은 “최근 날로 악화되는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내용으로 많이 포스팅했다”며 “주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올린 것일 뿐, 사적인 활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앙징계위원회는 A 국장의 파면을 결정했다. 공무원 징계는 중징계(파면·해임·강등·정직)와 경징계(감봉·견책)로 나눈다.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다분한 경우 파면·해임 처분한다. 파면을 당한 공무원은 앞으로 5년간 공직에 임용될 수 없고 연금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징계 사유는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의무인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국가공무원법 제63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처분(국가공무원법 제78조)을 받을 수 있다. 품위손상 행위는 공무원과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행동을 말한다.


◇의사도 ‘품위 유지’ 위반하는지 고민해야


공직자는 아니지만 의사도 품위손상 행위 시 자격정지를 당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영국 등과 달리 의사 면허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가 없고 정부에 자율징계권이 있다. 자율징계권이란 사법권이 없는 사회단체가 구성원의 잘못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의협 중앙윤리 위원회가 복지부에 징계를 요청한 뒤 행정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를 손상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출처: 남궁인 의사 페이스북 캡처
PC방 살인사건과 관련해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가 당시 상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19년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환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환자와의 신뢰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배경에는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이 있다. 피해자를 담당한 응급의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목과 얼굴에 난 상처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의료 윤리를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처: 안아키 카페 캡처
안아키 카페 폐쇄 당시 운영자가 남긴 게시글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례로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있다. 안아키는 한의사 A 씨가 주장하는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법으로 백신 불신 풍조를 퍼뜨렸다.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과 안아키 카페에 무허가 한방 소화제 등을 제조·판매하는 등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 및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 대법원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품위 유지’ 정확한 구분 어려워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다. 2017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무원 노조 전국 65개 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10명 중 9명이 품위 유지 의무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품위 유지 규정이 모호하고 공무원의 사생활과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2019년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던 교사 A 씨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던 A 씨는 유명 정신과 의사 B 씨에게 성폭력을 여러 차례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고, A 씨의 항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씨는 또 다른 피해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과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A 교사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출처: SBS 궁금한이야기Y 영상 캡처
방송을 통해 밝혀진 정신과의사 B씨의 성추문 의혹들

이에 불만을 품은 B 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A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문제가 된 건 교육청의 부당한 징계다. 경북교육청은 A 씨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내렸다. 이후 B 씨가 고소를 취하해 공소기각을 판결 받았음에도 징계를 철회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징계 통보 때 기한 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한번 내려진 징계는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A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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