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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만도 못해"..이유 있는 대학 미달 사태

조회수 2021. 3. 1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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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미달사태, 학생이 줄어서라고요? 유튜브만도 못한 강의 때문은 아니고요?

3월인데도… 지방대·전문대 정원 못채워 발 동동

인구 감소 탓도 크지만, “대학 필요 없다” 인식 확산도

코로나 사태로 교육 부실, 학생 기대 부응 못해

학생들 “유튜버보다 못한 강의 안듣겠다”



3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들이 학생을 모집 중이다. 지원자가 없어 정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이나 2~3년재 전문대의 상황은 심각하다. 아니, 정확히는 서울의 주요 4년제 대학을 제외하곤 모두 고전중이다. 경쟁률이 치열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정원은 채웠던 대학들이 올해는 정원의 20~30%밖에 채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인터넷 화면 캡처

대학 당국에선 학령인구 감소를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만18세 이상 학령인구는 2020년 기준 51만1707명에서 올해 47만6259명으로 6.9% 감소했다. 분명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맞겠지만, 이것만으로 대규모 미달사태를 설명을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런데 취재를 하며 만난 학생과 교수들이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 “코로나 사태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유튜버만도 못한 교수님 강의 못듣겠어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해 경기도의 한 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가 최근 자퇴한 A씨는 “유튜브에 좋은 강의 널렸는데, 내가 이런 수업을 들으려고 등록금을 냈나 싶다”고 말했다. A씨 얘기를 들어보면, 그는 지난해 제대로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 강의를 할 수 없어 줌(zoom) 등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 강의를 하는데, 프로그램 조작도 할 줄 몰라 헤매는 교수들이 허다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마이크도 켜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거나, 교수 가족이 ‘우정출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실시간 강의를 하는 경우는 양호한 축에 속했다. 녹화된 강의를 재탕·삼탕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체과제로 갈음하는 수업도 많았다. 실제 학술지 '교육과정평가연구'에 실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교육 실태 연구'에 따르면 실시간 화상 강의는 31.5%로 나타났다. 교수 강의는 아니지만, 유튜브 등 다른 영상으로 수업을 들은 사례는 17%, 영상 없이 과제물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6.3%였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 하니 참고 들어야 하지 않을까? 지방의 한 대학교수 B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실용성이 없다면 대학 졸업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소위 ‘인서울’의 유명 대학이 아니라면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힘도 없는데다, 부실한 교육을 인내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중인 만화가 지망생 C씨는 “학교 졸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유튜브 고수들한테 훨씬 배울게 많다고 느낄 때도 있다”고 했다. B교수는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 당국은 ‘공급자 마인드’로 강의의 품질을 살피지 않았고, 등록금을 돌려주는 곳도 거의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당장 내년에 취업해야 하는데요”

취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학과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화면 캡처

이번 신입생 등록 상황을 살펴보면 당장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 학과의 경우 학생들의 외면을 받았다. 수도권 소재 한 2년제 대학의 신입생 등록현황을 보면 취업률이 높은 ‘웹디자인’ ‘미디어영상’ 등은 정원을 채웠지만, 호텔관광학부나 항공서비스학부 등은 정원의 30% 정도밖에 학생을 받지 못했다. 이 대학의 D교수는 “입학 후 2년 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 학과들은 비상이다. 당장 교수 구조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D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학과나 교수는 더 이상 대학에 남아있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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