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5천만원, 의대 출신 공대박사가 만든 '이것'은?

조회수 2021. 3. 9.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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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이름 올린 서울대 공대 출신이 택한 뜻밖의 창업 아이템
프록시헬스케어 김영욱 대표
대장암 진단받고 사업계획서 작성
미국서 직접 개발한 기술로 칫솔 만들어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공과대학으로 재입학하거나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자기 계발을 위해 그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모두 실천한 사람이 있다. 바로 '프록시헬스케어(PROXIHEALTHCARE)' 김영욱(44)대표다. 그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 다니다가 중퇴 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입학했다. 이후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이었지만 3년 만에 퇴사하고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미 40살을 넘긴 그의 새로운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9년 헬스케어 스타트업 '프록시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창업한 지 3년 차, 10여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청개구리 인생을 살았다"는 김영욱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프록시헬스케어 김영욱 대표.

울산대 의대생, 4개월 만에 수능 보고 서울대 공대 합격


학창 시절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김영욱 대표는 공과대학을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직을 가져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는 토목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났고 아들에게 공대가 아닌 다른 길을 제안한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 학교 공부도 잘 따라갔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옮기게 된 사건이 생겼어요. 예과 2년 마치고 본과과정에 들어가던 2000년 의약분업 사태가 터졌습니다. 투쟁을 위해 다들 휴업하고 학교 수업도 멈췄어요. 그때 '의약분업 투쟁을 같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의학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암기 위주의 공부가 저와 맞지 않았어요. 공학에 대한 미련도 떠올랐죠. 시험 한번 봐보자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반대하셨어요. 수능에 실패하면 마음잡고 의대 과정 마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7월1일 휴학을 하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죠."


결과는 합격이었다. 2001년 의대생 생활을 접고 서울대 공대생으로 새 출발 했다. 군대까지 다녀오니 당시 그의 나이 27살이었다.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첫 강의로 전자회로이론을 듣고 '아, 이거다'하는 생각에 맹렬히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출처: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네이처에 김영욱 대표가 연구하고 발표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에서 바이오 필름 제거 원천 기술 개발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한 그는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유학 자금을 마련했다. 2008년 8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당시 그는 바이오 필름을 제거하는 기술 개발을 맡았다. ‘생물막’이라고도 하는 바이오 필름은 유기물,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형성한 더러운 때 혹은 막이다. 쉽게 말하면 '물때'다. 항상 물이 묻는 싱크대, 욕실, 가습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치과에서는 치태 및 치석을 일컫는다.


"기존에 바이오 필름을 제거하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전자기파를 이용한 기술이라 인체에는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체에도 바이오 필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치태와 치석이죠. 바이오 필름 제거가 가장 필요한 인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고 개발에 성공했어요. 혼합 전류로 인체에 흐르는 전기과 유사한 '생체친화전자기파'인 '프록시웨이브'로 바이오필름 제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미세전류는 라디오와 유사한 10㎒(메가헤르츠)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합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 ‘프록시웨이브 기술을 활용하여 70~80%의 바이오필름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죠."


김영욱 대표는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해당 논문은 자연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학위 기간 동안 ‘프록시웨이브’ 관련 20여편의 논문을 출간했고 8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 후 김 대표는 한국행을 택했다. 미국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는데 한국으로 온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나에게 이점이 많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출처: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수술 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김영욱 대표.

대장암 판정에도 프록시헬스케어 창업


사업하려면 기업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다. 전공을 살려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3년 후 중소기업인 씨젠으로 이직했다. 씨젠에서 2년 동안 분자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 창업할 때가 된 것 같아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6시에 출근에 11시까지 일하면서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살았습니다. 그런 삶에 대장암이 브레이크를 건 셈이었죠. 그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창업을 더 늦출 이유가 없었죠. 진단 검사를 받고 입원실에서 창업 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절대 휴식을 권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바로 프록시헬스케어다. 미국에서 김 대표가 직접 개발한 프록시웨이브를 이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았다. 바로 칫솔이었다. 김영욱 대표는 프록시웨이브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칫솔을 택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쓰는 칫솔은 250년 전에 탄생한 칫솔과 똑같은 모양이다. 우리가 쓰는 칫솔은 사용자 습관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칫솔에 프록시웨이브를 적용해 습관과 상관없이 누구나 치아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처: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프록시웨이브가 나오는 칫솔모(좌), 일반칫솔과 프록시 칫솔을 사용했을 때 차이점(우).
출처: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반려동물용 제품과 임상결과.

2주 만에 5000만원 "글로벌 리더 되고파"


이미 확보하고 있는 특허 기술로 제품을 만드는 거라 어렵진 않았다. 2019년 12월 개발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들이 개발한 칫솔은 칫솔모에서 미세전류인 프록시웨이브가 흐른다. 이 미세전류가 치아는 물론 잇몸과 치아 사이의 경계, 칫솔모가 닿지 않은 곳에 있는 플라그까지 제거해준다. 기존의 전동칫솔, 구강세정기, 치간칫솔 등처럼 강한 자극을 주지 않아 이가 시리거나 아프지 않다. 김영욱 대표는 "칫솔모가 닿는 곳에서 2cm까지 미세전류의 영향이 미친다. 섬세하게 칫솔질을 하기 힘든 곳은 프록시웨이브가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을 거쳐 2020년 9월 본체와 칫솔모가 분리되는 형태로 완성했다. 출시 2주 만에 매출 50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5000개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김영욱 대표가 직접 학회에 참석에 기념품으로 나눠주고 홍보한 결과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본인이 써보고 만족해 재구매한다는 고객도 많았다. 김영욱 대표는 프록시웨이브 기술을 적용한 반려동물용 칫솔도 만들었다. 효과도 사람만큼 좋았다. 동물 임상 전문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한 결과 반려동물의 부은 잇몸이 개선됐고 치석도 제거됐다. 양치질에 민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2020년에는 퓨처플레이, 패스트벤처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이런 프록시헬스케어의 목표는 바이오 필름 제거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칫솔로 시작하지만 헬스케어 분야를 넘어선 산업 현장 전반에 프록시웨이브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바이오 필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가습기, 정수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선박과 같은 큰 산업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사내에 생활 건강 사업부, 의료기기 사업부, 산업기기 사업부 등을 신설해 각 산업에 알맞은 제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 전반에서 이름을 알리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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