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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싸우는 '새우'들의 '특허 전쟁'

조회수 2021. 3.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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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인정 없이 56억 합의금으로 사건 묻는 대기업
대기업과 싸우는 스타트업
데이터 빼돌려 제품 개발
표절 인정 없이 56억 합의금으로 묻기도

'스타트업'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대기업'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다른 조직문화와 일 처리 방식을 가졌지만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 상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 대기업의 자본력과 인재가 만나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리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생긴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소 및 벤처 기업의 지식 재산권 분쟁'이 전체 분쟁의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특허 분쟁이라고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제품 및 서비스 분쟁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는 회사 전부를 걸어야 할 수도 있기에 큰 부담이다. 어느 기업이, 어떤 특허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는지 알아봤다.

출처: 진학사, 애드캠퍼스 홈페이지 캡처

진학사VS텐덤


2020년 1월 입시 전문 기업 진학사와 교육 스타트업 텐덤 간 서비스 표절 공방이 벌어졌다. 텐덤은 2016년 대학 리뷰 서비스 '애드캠퍼스' 시작 이후 2017년 진학사로부터 MOU 제안을 받았다. 두 기업은 MOU를 체결하고 데이터를 공유했다. 진학사 내에서 애드캠퍼스의 대학 리뷰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제휴를 이어갔다. 2019년 2월 데이터 제휴 기간이 끝났다.


문제는 텐덤 측이 2019년 12월 진학사가 대학 리뷰 플랫폼 '캠퍼스리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서비스가 애드캠퍼스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텐덤 측은 "애드캠퍼스의 데이터 수집 구조, 접근권 등 사업 자산을 공유한 진학사가 사전 협의 없이 유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표절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두 기업은 '업무상, 기술상 기밀 사항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목적에 이용하면 안 된다'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진학사가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는 협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진학사는 텐덤 측 주장을 부인했고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갔지만 갈등이 깊어지고 논란이 공론화 화자 진학사는 결국 2020년 1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텐덤 측이 오해한 것이라며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진학사 측은 텐덤 측이 이와 관련해 SNS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텐덤 유원일 대표는 과거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 때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하면서 큰 업체가 사업제휴와 투자를 제안해 꿈에 부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숙했고, 사업 제휴와 대규모 투자 같이 혹할 수 있는 미끼를 주고 정보를 빼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출처: 각사 홈페이지 캡처
나비서앱(좌)과 리멤버앱(우).

현대ICTVS드라마앤컴퍼니


2019년 4월 현대ICT가 명함관리앱 '리멤버' 개발사 드라마앤컴퍼니 측에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현대ICT도 명함 관리 서비스 '나비서'를 운영하는데, 드라마앤컴퍼니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ICT는 2014년 4월 모바일 명함관리 시스템과 이것을 이용한 다자간 명함 교환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해당 기술은 나비서 서비스의 주 기능인 일대일 명함 교환, 단체 명함 교환 방법에 사용된다. 현대ICT 측은 2019년 1월 리멤버가 출시한 모임주소록 기능이 자사가 취득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리멤버의 모임주소록은 동문회와 업계 모임 등에서 회원 주소록을 명함 기반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드라마앤컴퍼니 측은 현대ICT 주장에 반발하고 나섰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PC통신 시절부터 있던 기술이다. 자유실시기술이기 때문에 특허 발명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실시기술은 이미 공개된 영역의 기술을 의미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관계자는 "현대ICT의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대ICT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5월 중 정식 소송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 4월 이후 정확한 진행 과정은 알려진 바 없다.

출처: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제공

아마존VS스타트업


이런 경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그중에서도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투자 및 거래 명분 아래 스타트업 데이터에 접근해 유사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디파인드트라우드, 뉴클리어스 등이 그 피해 기업이다.


아마존 벤처캐피털은 데이터 관리서비스 업체 '디파인드크라우드'에 투자하면서 재정 및 기밀 정보에 접근했다. 4년 뒤 아마존웹서비스가 디파인드크라우드가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AI제품을 출시했다. 디파인드크라우드 창업자 다니엘 브라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AWS가 출시한 'A21'이라는 데이터 수집 및 분류 서비스 제품은 우리 주력 상품과 정통으로 경쟁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브라가는 A21 출시를 지켜본 후 아마존 펀드가 자사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어 증자를 통해 아마존이 보유한 지분을 90% 줄였다.


홈비디오 커뮤니케이션 기기를 개발사 '뉴클리어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은 2016년 알렉사 펀드를 통해 뉴클리어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뉴클리어스는 아마존이 경쟁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에 협업을 꺼렸다. 아마존은 절대 경쟁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결국 뉴클리어스의 제품과 매우 유사한 '에코 쇼'라는 AI 스피커를 출시했다. 뉴클리어스 창립자와 투자자가 소송을 걸었다. 아마존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합의금 500만달러를 지불했다. 돈으로 사건을 무마한 것이다.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고유의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사회 안전망을 마련하고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꼼꼼히 준비를 한다고 해도 작은 기업인 만큼 분쟁에 휘말리면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은 과거 IT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이 소송에 휘말리면 특허 기반 상품 출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상품 출시를 위해 투자했던 비용을 날리게 된다"고 했다. 이어 "특허 분쟁에서 승소하는 일은 드물고 어렵다. 승소해도 투자 비용보다 부족한 금액만 보전받고 합의하는 일이 많아 결국 손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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