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머리 아프다? 그 편견 깨 버리겠습니다"

조회수 2021. 3. 8.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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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올드하다'는 편견 없애기 위해 30대 청년이 나섰다
성수동에서 서울 쌀로 막걸리 빚는 ‘한강주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전통주 이론과 실습 익혀
감미료 넣지 않고 탄산감 없앤 막걸리 개발
“생막걸리 선보는 펍(pub) 여는 게 목표”

“막걸리나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올드한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젊은 친구들의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었어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숙취가 심한 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막걸리를 먹어 보면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막걸리를 제대로 표현해서 우리 세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술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를 지나 뚝도청춘시장 근처. 1층에 카센터와 편의점이 자리한 한 건물 2층에는 막걸리 양조장이 위치해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나는 쌀의 단맛을 살려 감미료를 넣지 않고 막걸리를 빚는 ‘한강주조’다. 고성용(39) 한강주조 대표를 만나 서울 쌀로 만든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한강주조
(왼쪽부터)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와 이상욱 이사

◇100여 번 넘는 실습 끝에 탄생한 한강주조만의 레시피


고 대표는 2018년 11월 한강주조를 창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양조의 ‘양’자도 모르고 있었다. 5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가 퇴사 후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한번 막걸리 양조장 사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 입사할 때는 처음부터 목표가 있었어요. 딱 5년만 다니고 나서 제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이었죠. 그래서 실제 5년 후 카페를 창업했습니다. 카페도 5년 정도 잘 운영했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공간 사업인 만큼 사람들이 찾아와줘야만 카페에 대해 보여줄 수 있었죠. 그래서 그것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고, 직접 고객에게 내가 찾아갈 수 있는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고민 끝에 막걸리 양조장을 떠올렸습니다.” 


사회에서 만났던 친구인 이상욱 이사와 뜻이 맞았다. 함께 사업적인 고민을 털어놓다 보니 자연스레 사업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둘 다 전통주에 매력을 많이 느꼈고, 전통주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일치했다. 술을 좋아하는 만큼 우리가 한 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힘을 합쳐 한강주조를 창업했다.

출처: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저와 이상욱 이사 모두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양조 지식이나 경험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8개월 동안 술 빚는 과정을 수강했어요. 술이 발효되는 과정부터 전통주의 역사 등 이론 수업도 배우고, 오래된 조리서에 나와 있는 방식대로 막걸리를 빚는 실습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한강주조만의 레시피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레시피는 어떻게 완성했나. 


“저희는 기존 막걸리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미리 생각하고 창업했기 때문에, 초기부터 제품 컨셉을 확고하게 정해놨었습니다. 탄산감이 없는 대신 목 넘김이 좋고 쌀에서 나는 단 맛과 감칠맛을 최대한 살려서 부드러운 술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처음 레시피를 몇 가지 정해 놓고, 가지치기 해가면서 저희만의 맛을 찾았습니다. 레시피 수정만 100여 번 넘게 했는데,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크게 힘들거나 지치진 않았어요. 다만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죠. 


양조 과정에서 레시피 변화뿐 아니라 외부 환경적 요인도 크기 때문인데요. 실내 온도나 사용하는 물의 온도, 발효 시작의 온도, 계절적인 요인 등 이런 것들도 막걸리의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든 외부 요인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 막걸리를 빚을 때마다 매번 맛이 변하지 않고, 편차 없이 기준점에 맞는 맛을 일정하게 낼 수 있는 레시피를 완성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었죠.”

출처: 한강주조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한강주조 막걸리를 선보였던 당시 모습

◇쌀의 단맛 살리고, 감미료 넣지 않아


-탄산감을 없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양주연구소에서 공부하면서 고문서나 오래된 조리서 등을 많이 참고했는데, 예전에 빚던 술들을 재현해보면 대부분 탄산이 없었어요. 과거에는 압력을 꽉 잡아주는 게 없었기 때문에 탄산감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적인 요인도 있었겠죠. 저희는 그런 것들을 최대한 고려해서 과거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또 탄산감도 좋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워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술도 좋다고 생각해서 제품 컨셉을 그렇게 정했어요.” 


-서울에서 나는 쌀을 사용한다고. 그 이유는. 


“안동소주처럼 지역마다 규모에 관계없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주가 있는데요. 서울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특산주는 없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나는 원재료를 이용해 우리가 한 번 서울을 대표할 만한 특산주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지역 특산물이 되기 위한 핵심이 저희는 원재료라고 생각해서 강서구 개화동과 오곡동 쪽에서 재배하는 ‘경복궁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하고, 사실상 김포평야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벼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 품질도 좋아요.”

출처: 한강주조
한강주조가 사용하는 경복궁 쌀(왼)과 이를 이용해 만든 한강주조의 막걸리

-기존 막걸리와 차별점이 있다면.


“가장 큰 차이점은 탄산감인 것 같습니다. 또 단맛의 차이도 있는데요. 저희 술이 달지 않은 술은 아닌데, 인공감미료나 천연감미료 등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쌀에서 나는 단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쌀의 함량을 다른 막걸리보다 2배가량 늘렸습니다.” 


-감미료를 넣지 않는 이유는. 


“기존에 감미료를 넣었던 이유는 단맛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슈퍼나 소매점에서 막걸리를 구매할 때 대략 2000원 선에서 살 수 있는데요. 그 가격을 맞추면서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감미료를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막걸리를 빚을 때 발효 과정을 보면 쌀에 있는 전분질을 당으로 환원시키고, 효모가 그 당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쌀에 있는 모든 전분질을 다 사용해야만 알코올 도수를 맞출 수 있고, 술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요. 자연스레 쌀의 단맛은 하나도 남지 않죠. 그래서 인공감미료나 천연감미료 등 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희는 발효가 어느 정도 되면 거기서 발효를 멈추게끔 하고 있어요. 그래서 술 자체에 쌀에서 나온 당분이 많이 남아있게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해 제품을 알리면서 네이버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 제시하는 양조장 되고 싶어”


-현재 한강주조가 만드는 막걸리는 6도와 11.5도 제품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제품의 차이는 도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보시면 됩니다. 6도짜리 막걸리는 목 넘김이 좋고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술이에요. 11.5도는 다른 막걸리보다 조금 더 걸쭉합니다. 맛을 음미해가면서 마시기 좋은 술이죠. 현재 6도짜리 제품은 935ml에 7000원에, 11.5도 제품은 500ml 11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처음 제품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기존에 막걸리를 많이 드셔보신 분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갈립니다. 막걸리에 익숙한 50대 분들 중에서는 기존 막걸리에 비해 밍밍하다는 분들도 있고, 옛날 막걸리 맛이 나서 좋다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기존에 막걸리를 즐겨 찾지 않았던 2030세대는 목 넘김이 좋고 맛있다, 생각보다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아요. ‘막걸리는 탄산감이 있는 술이다’라는 인식이 없어서 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덜한 것 같아요. 막걸리에 대한 인식의 고정관념은 있지만, 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서 오히려 거부감 없이 저희 막걸리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출처: 한강주조
양조장 내부 모습

-판매량도 궁금하다.


“2019년 6월 첫 제품을 선보인 이후 주로 주점과 식당 등에 납품을 했었고, 2020년 3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935ml를 기준으로 현재는 월 4만병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시설을 늘렸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월 1만병까지 생산이 가능했는데, 주문이 많아 2만병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증설했어요. 이후에도 반응이 좋아 시설을 증설한지 5개월 만에 다시 2배 이상 생산 시설을 늘렸습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납품도 시작해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고, 이마트에도 3월 중순 이후로 입점 예정이에요.” 


-목표는. 


“최종적으로는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양조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접 양조한 막걸리를 판매하는 형태로 펍(pub)을 열고 싶기도 해요.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과 함께 생막걸리를 직접 고객들한테 선보이면서 ‘전통주도 멋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해보고 싶습니다. 고객들이 오셔서 체험도 하고, 캠핑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제품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조금씩 목표를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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