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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은 아일랜드의 양조회사 기네스가 세계 최고의 기록을 모아 매년 발간하는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백화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등 객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다양한 분야의 세계 최고 기록을 평가한다.

한국에도 이러한 일을 하는 기관이 있다. 한국의 기네스북으로 불리는 ‘한국기록원(KRI·Korea Record Institute)’이다. 한국기록원은 기네스 기록을 총괄하는 영국 본부를 대행해 국내 최고 기록을 공식 인증한다. 또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아시아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해외 기록 인증 기관에 도전자를 대신해 인증 심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독특하고 신기한 최고 기록으로 기네스북과 한국기록원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케이크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전문 매장 파리바게뜨의 실키롤케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케이크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1988년 5월 출시한 실키롤케익은 밀가루에 신선한 달걀과 버터를 넣고 만들었다. 여기에 버터크림과 건포도를 더했다.

이 롤케이크는 201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5년간 한국, 중국,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 5개국에서 1249만8487개가 팔렸다. 그래서 작년 6월 기네스 월드 레코드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케이크로 공식인증 받았다. 이번 기네스 인증은 일정 기간 내 최다 판매한 제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판매한 제품을 길이로 환산하면 약 3000㎞다. 프랑스 에펠탑(300ｍ) 높이의 9300배, 에베레스트산(8848ｍ) 높이의 339배다. 에베레스트 산을 약 170번 왕복하는 셈이다. 기네스북 등재에 앞서 2019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롤케이크 10년간 최다 판매’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종합식품기업 SPC삼립도 식빵을 내세워 기록 도전에 나섰다. 지난 2월 SPC삼립은 ‘56시간 저온숙성 부드러운 숙식빵’을 2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식빵으로 KRI한국기록원 공식 인증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번 인증은 식빵 부문 단일 브랜드 최장기간 최다 판매 기록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SPC삼립에서 제출한 판매 입증자료와 미디어 공고 자료, 감사보고서, 증인진술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한다.

이 식빵은 2002년 3월 1일 출시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20년간 1억2000만개가 팔렸다. 숙식빵의 길이는 17cm다. 현재까지 판매한 ‘숙식빵’을 길이로 환산하면 약 2만2000km다. 에베레스트(8848m) 산을 1235번 왕복할 수 있는 수치다.

◇‘한국의 기네스북’에 오른 교육 기업

교육 분야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워 KRI 한국기록원에 이름을 올린 회사가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공인중개사 시험 한 회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 기록을 인증받았다. 2016년, 2017년, 2019년 총 3차례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 배출 1위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에듀윌은 공인중개사 평균 합격률의 3배에 달하는 높은 합격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3년간 에듀윌 공인중개사 직영학원 기준 시험 접수 인원 대비 합격률은 약 60%에 달한다. 에듀윌 관계자는 “출제 경향 분석에 기반한 최적의 합격 콘텐츠와 차별화된 학습 관리 시스템 제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에 이 같은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이후 동문회 활동을 통해 전국구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부동산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취업·창업까지 지원하고 있어 커리큘럼을 찾는 수강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교육 방송 EBS(한국교육방송공사)도 한국기록원의 공식 인증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EBS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는 2017년 우리나라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한국기록원에 이름을 올렸다. ‘장학퀴즈’는 1973년 2월 18일 첫 방송했다. 2017년 6월 10일 기준 총 2194회가 방송했다. 그간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출연 학생만 1만8000여명이 넘는다. 또 초대 MC인 차인태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손석희, 염정아, 우희진, 김일중, 이지애, 장성규 등 ‘장학퀴즈’를 거쳐간 MC만 40명 이상이다. 현재도 방송 중이다.

◇기술력으로 기록 인증받은 기업

SK그룹 계열사인 SK넥실리스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길게 생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 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에 들어간다. 주방에서 쓰는 은박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소재다. 동박이 얇을수록 배터리는 가벼워지고, 넓고 길수록 배터리 수명과 용량이 늘어난다.

SK넥실리스는 동박을 머리카락의 30분의 1 정도의 두께로 3박 4일 동안 끊김 없이 생산하는 기술력으로 작년 10월 KRI 한국기록원 최고 기록 인증을 받았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6월11일부터 14일까지 두께 4.5㎛(마이크로미터), 폭 1.33m의 동박을 56.5km 길이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두께 4.5㎛(마이크로미터)는 사람 머리카락 30분의 1 정도의 굵기다.

KRI 한국기록원은 SK넥실리스에서 제출한 순도 분석 시험성적서, 제조 및 측정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제3자 확인서 등 기록 입증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를 가지고 새로운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 기록으로 인증을 확정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한국기록원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또 있다. LG전자의 노트북 그램 15는 2016년 전세계에 있는 같은 크기의 노트북 중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램 15는 15.6인치(39.6cm)의 대화면이지만 980g의 초경량을 구현한 프리미엄 노트북이다. 무게는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커피 두 잔에 불과하다. 그란데 사이즈 용량은 470ml로 2잔이면 약 940ml 정도다. 그램 노트북의 무게와 그란데 커피 두 잔의 무게가 비슷한 셈이다. 한국기록원은 그램 15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같은 크기의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고 인증했다.

◇다양한 부분에서 최대·최고·최초 기록 세운 기업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 기업이 있다. 주식회사 티몬은 이커머스 쇼핑몰 부문 최단시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2019년 7월 5일 오전 10시부터 10시 10분까지 10분간 자두 10만500개를 팔았다. 1초당 167.5개를 팔아치운 셈이다. 이 기록은 국내 온라인 쇼핑 역사상 ‘최단시간 최다 판매’로 KRI 한국기록원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은 2016년 국내 최대 규모 쇼핑몰로 인증받았다. 스타필드 하남은 연면적 45만9517㎡(약 13만9260평)에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다. 연면적 기준으로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41만7304㎡)보다 10% 더 넓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보다는 4.6배 더 크다. 한국기록원 조사단은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기록 인증을 검토했다. 국내 쇼핑몰 중에서 단일건물 연면적 기준 최대 규모(단일법인 보유기준)로 KRI한국기록원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은 연예인 모델을 기업 모델로 보유해 기록을 세운 곳도 있다. 호텔롯데 롯데면세점은 2017년 총 54명의 연예인을 기업 모델로 써 화제였다. 2016년 12월 20일 기준 배우 이민호, 김수현, 박해진, 이종석, 지창욱, 이준기, 차승원, 최지우, 가수 황치열, 이루, EXO(9명), 2PM(6명), 슈퍼주니어(11명), 트와이스(9명), NCT(9명)를 기업 모델로 썼다. 그래서 단일 기업 최다 연예인 모델 보유 부문에서 기록을 인증받았다.

한편, 한국기록원 기록 도전 신청은 KRI 한국기록원 홈페이지나 팩스로 접수할 수 있다. 검증 과정은 제3자의 객관적인 검증 및 공시, 실사, 측정, 기록물 제작, 기록 검증 서비스팀의 검토 등을 거친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공식 최고 기록으로 인증 받으면 한국기록원 공식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또 한국기록원 홈페이지,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에 기록 정보가 올라간다. 그중 우수 기록은 세계 기네스북 외에 국제적으로 저명하고 인지도 있는 해외 인증 업체에 인증심의를 요청한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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