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누나 책임지던 컨테이너 소년 가장, 지금은..

조회수 2021. 3. 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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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살던 소년, 최연소 코스닥 기업 CEO로
중2때부터 알바, 가난이 너무 싫었던 소년
23살때 500만원으로 창업 3년만에 14억 빚더미
세계 최초 LED용 실리콘렌즈 개발로 코스닥행
기업이 사회에 어떤 역할 해야 하는지 고민

시장 구석에 있는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세 식구가 살았다. 엄마와 누나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중학교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방법은 사업뿐이라고 생각했다. 23살 500만원을 들고 태양광 조명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반응은 좋았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지만, 협력사 부도로 창업 3년 만에 14억원 빚더미에 올랐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사치였다.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했다. 그렇게 1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이후 LED용 실리콘 렌즈 기술 개발에 나섰고, 세계 최초로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창업 10여 년 만에 연매출 200여억원을 기록하면서 30대 중반에 국내 최연소 나이로 코스닥 상장까지 일궈냈다. 그런 그가 최근엔 탈모 시장을 잡겠다고 나섰다. 실리콘 렌즈 기술을 활용한 LED 두피 케어기를 개발했다. 실리콘 렌즈 광학 솔루션 전문기업인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36)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스마트 광학 솔루션 기업 ‘아이엘사이언스’를 운영하는 송성근입니다. 세계 최초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를 개발했어요.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란 LED 조명에 씌워 조명의 빛을 필요한 방향으로 바꿔주는 제품입니다. 최근엔 실리콘 렌즈를 활용한 두피 케어기를 개발했습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송성근 대표는 일찌감치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사업가의 꿈을 꿨다고 한다.


“워낙 어렵게 살았어요. 11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살았습니다. 가장 역할을 해야 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습니다. 치킨 배달, 우유 배달, 신문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했죠. 상황에 대한 원망은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 집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상황은 더 나빠졌고, 고등학교 때 그나마 있던 단칸방도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사당시장 공용주차장 안에 있는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살았어요. 샤워할 곳이 없어 공중화장실 세면대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씻었죠. 가난이 너무 싫었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쟁이로 살면 평생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자수성가한 기업가의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출처: jobsN
인터뷰 중인 송성근 대표.

◇23살 때 창업...14억원 빚 떠안기도


가천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송성근 대표는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리모컨, 라디오, TV 등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게 재밌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교내 라디오 조립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10개 이상 따놓은 덕에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갔다. 관심사를 살려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태양광을 이용한 조명 장치였다.


“신문, TV 뉴스, 잡지 등을 자주 보면서 전망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았어요. 당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 등 환경 문제가 화제였어요.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태양광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인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라면 사업성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2008년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태양광 자전거를 개발해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태양전지를 탑재한 전기 자전거였고,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이후 교내 창업 보육 센터에서 태양광 조명회사인 ‘쏠라사이언스(현 아이엘사이언스)’를 창업했습니다. 그때 나이가 23살이었어요. 창업 자금은 지인에게 빌린 500만원이었습니다.”


창업 후 첫 아이템은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이었다. 낮 동안 태양광으로 충전해 밤이 되면 켜지는 가로등이었다. 전선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인기였다. 학교, 주택, 아파트 등에 태양광 가로등을 공급했다. 창업 3년 만에 매출 15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곧 위기가 찾아왔다. 일감을 의뢰한 1차 협력사 부도로 하루아침에 14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사업을 키우려고 검증받지 않은 업체와 계약한 게 문제였어요. 협력사를 찾아가 따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들이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했고, 신혼집에는 차압 딱지가 붙었어요.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거래처 사장님들을 일일이 찾아갔습니다. 1년만 시간을 주면 10원도 빼지 않고 돈을 꼭 갚겠다고 사정했습니다. 회사 주식을 팔고, 카드 현금 서비스, 사채까지 끌어썼습니다. 그렇게 이 악물고 상황을 수습했고, 1년 안에 돈을 다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26살이었어요.”


부도 위기 후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조명 업계에 ‘신의가 있는 젊은 친구’라는 말이 돌았다. 기존 거래처에서 새 고객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늘면서 일감이 밀려 들어왔다.


◇세계 최초로 LED용 실리콘 렌즈 기술 개발


위기를 이겨내면서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다. 이후 송 대표는 LED 조명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추가했다. 태양광 조명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체 핵심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LED용 실리콘 렌즈 기술 개발에 나섰다.


“LED는 직진성이 강해 빛이 일직선으로 나가요. 실리콘 렌즈는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주는 부품이죠. LED 광원(빛을 내는 물체 또는 장치)에 실리콘 렌즈를 놓으면 빛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어요.


기존에는 아크릴, 플라스틱, 유리 소재가 쓰였습니다. 아크릴과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고 빛 투과율이 낮습니다. 유리는 열에 강하지만 제조단가가 높고 제작 기간이 길어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소재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실리콘을 떠올렸습니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주변에선 그만 하라고 말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었다. 제품의 사업성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술 개발에 매달렸고, 2015년 세계 최초로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만 40억원에 달했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2015년 세계 최초로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실리콘 렌즈는 열에 강하다.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도 녹지 않고, 열에 의한 황변 현상이나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빛 투과율도 99%로 높다. 렌즈에 빛을 100으로 쏜다면 광 손실이 1 정도 일어나는 셈이다. 또 금형 제작이 필요하지 않아 제작 기간도 2주 이내로 짧다.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했다. 이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한 스마트 조명 시장에도 진출했다.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16년 82억원에서 2019년 203억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도 이와 비슷하다. 회사 직원은 이제 60여명이다.


송 대표는 사업 수완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18년 청년기업인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 201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회사를 상장하면서 만 35세로 국내 최연소 상장사 창업 CEO로 이름을 올렸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폴리니크 미세전류 LED 두피 케어기.

◇실리콘 렌즈 기술 적용한 두피 케어기 개발


송성근 대표는 최근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실리콘 렌즈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LED 두피 케어기다.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혁신적인 신소재인 실리콘 렌즈를 적용한 제품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탈모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정하는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탈모를 고민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요.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현대인의 경우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를 많이 겪고 있습니다.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광 효율이 좋은 실리콘 렌즈를 적용한 LED 두피 케어기 개발에 나섰습니다. 제품 개발에만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최근 아이엘사이언스는 폴리니크 미세전류 LED 두피 케어기를 론칭했다. 세계 최초 미세전류 특허 기술과 실리콘 렌즈 LED 기술을 적용한 두피 케어기다. 미국 FDA에서 가정용 의료기기 수준에 해당하는 ‘클래스 투(Class II)’ 인가를 받았다. 또 대한피부과학연구소에 의뢰한 4주간의 임상 시험 결과 모발 굵기, 두피 피지, 두피 각질, 모발 인장강도 등에서 개선 효과를 입증받기도 했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폴리니크 미세전류 LED 두피 케어기.

-경쟁사와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미세전류와 LED를 결합한 제품입니다. 현재 시중에는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 다이오드)와 LLLT(Low Level Laser Therapy·저출력 레이저 치료)를 활용한 제품밖에 없습니다. 미세전류를 활용한 제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해요. 미세전류는 인체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로 세포 활성, 조직 성장·재생 과정 등에 영향을 줍니다.


탈모가 유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도 큽니다. 탈모 이유 중 하나가 혈류 장애입니다. 미세전류를 활용하면 두피의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실제로 나노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ASC Nano를 보면 전기자극이 모발 재생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세전류가 두피에 깊게 침투해 모낭 세포를 자극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모발 재생을 촉진합니다.


또 광효율이 높은 실리콘 렌즈 기술을 적용해 LED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발열감이 낮아 두피 케어에 도움을 줍니다.”

송 대표는 실리콘 렌즈를 LED 조명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기기, IT, 디스플레이 등 수많은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렌즈를 나무라고 가정하면, 자동차, 의료기기, IT 등 다양한 분야를 나뭇가지라고 비유했다. 실리콘 렌즈 기술을 여러 사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송 대표는 기업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쌀 기부식 모습(왼),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 모습(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올해는 최근 출시한 두피 케어기 ‘폴리니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얼마 전엔 현대모비스 자동차 전장(Automotive Electronics) 부문에 실리콘 렌즈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됐습니다. 관련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실리콘 렌즈를 적용한 스마트팜도 개발 중입니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계속해서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회사를 꾸준히 발전 시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근 창업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처음엔 가난이 너무 싫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창업하니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낍니다. 본질적으로 사업을 왜 해야 하나라는 깊이 있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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