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 개그콘서트 '대빡이'의 최신 근황

조회수 2021. 3.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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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나는 라면의 변주자

개그맨 김대범


‘춤추는 대수사선’ ‘마빡이’ ‘고교천왕’ 등 KBS 〈개그콘서트〉 간판 코너에서 활약하던 개그맨 김대범. 매주 일요일 밤의 웃음을 책임진 주인공이다.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개그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코로나19로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점차 위태로워지는 요즘 그는 유튜브, 팟캐스트, SNS에서 자신만의 개그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뛰어난 순발력과 다소 거친 화법으로 TV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구독자 25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대범한TV〉에서 군대를 소재로 한 개그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군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열렬한 환호를 얻고 있다.


그에게서 개그만큼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요리다. ‘대빡이 개그맨이 요리도?’라는 반응을 보일 법도 하지만 김대범은 레스토랑 주방장 출신이다. 이 경력으로 군에서 취사병도 맡았다. 냄비는 취사병의 가장 큰 권력. 그는 취사병 시절 라면에 남은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시도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취미로 이어졌다. 개인 방송에 종종 요리 영상이 올라오는 이유다. 특히 새우탕 컵라면에 칵테일새우와 통마늘, 숙주나물 등을 넣은 음식은 100만 뷰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개그와 요리, 모두 김대범을 치열하게 만든다.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이 웃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운명이라면 이만큼 자신 있는 소재도 없으니까.



지상파에서는 자주 뵐 수 없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코로나19로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줄었어요. 현재는 유튜브, 페이스북, 팟캐스트를 통해 편안한 개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군대 소재 개그이고, 간간이 요리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요.”


유튜브 〈대범한TV〉에 보면 군대 관련 콘텐츠가 끝도 없이 이어지던데요,

그만큼 군 생활에 대한 기억이 특별했나 봅니다.


“99군번인데 군에 대한 기억이 많습니다. 처음 맡은 보직은 간부 취사병이었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새벽에 자다 깨서 라면도 끓이고 주말이면 간부 회식도 준비했으니까요. 차라리 일반 병사가 낫겠다 싶었어요. 인사과장에게 상담 받고 전출을 갔는데 참…. 마침 옮겨간 부대의 취사병이 다쳐 병원에 후송된 거예요. 취사병 자리가 공석이 되는 바람에 다시 취사병이 됐어요. 사병 취사병을 했는데, 문제는 사병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다쳤던 취사병이 돌아오고도 계속 취사병을 맡았다는 거죠.”


왠지 취사병 생활도 재밌게 했을 것 같아요.


“개그맨 지망생이었잖아요. 음식 하나를 나눠줘도 재밌게 하고 싶었어요. 병장 휴가 즈음 롯데리아 포장지와 유니폼을 공수해 복귀했어요. 일명 ‘군대리아’라고 하죠? 식단에 햄버거가 나오는 날 롯데리아 포장지로 햄버거를 싸고 롯데리아 유니폼을 입고 나눠줬습니다. 사병들이 빵빵 터졌죠. 간부들도 말년 병장이라 웃으며 넘어가줬고요. 제가 만든 음식을 즐겁게 먹고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개그맨 지망생이었는데,

입대 전 요리사는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이것도 참 사연이 재밌습니다. 스무 살에 개그맨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는데 장난기가 많아서 그런지 세 번이나 잘렸어요. 이후 레스토랑 주방 보조로 들어가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자’라고 결심했죠. 재료 손질, 칼질, 웍질, 소스 제조 등 닥치는 대로 배웠어요. 6개월이 지나니 웬만한 메뉴는 다 만들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 같이 있던 주방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관두게 돼 제가 덜컥 주방을 책임지게 됐죠. 주방장으로 1년 넘게 일한 경력 때문에 간부 취사병도 된 거고요.”


주방장 출신이라면 더 근사한 요리를 선보일 것 같은데요,

특별히 라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군대에서 사병들은 보통 ‘뽀글이’나 컵라면을 먹어요. 냄비라면은 취사병에게 주어진 특권이죠. 취사병들이 선임에게 냄비라면을 맛있게 끓여주면 내무실 생활도 편해지고요. 그때부터 라면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어요. 당시는 떡, 콩나물, 만두를 넣는 정도였는데 저는 남은 재료를 이용해 다양하게 만들어봤어요. 오징어를 양념에 재워 채소와 볶아 라볶이를 만들고 너구리로 볶음면도 만들고요.”


라면을 원래 좋아했나 봅니다.


“지금도 라면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먹을 만큼 좋아해요. 제대하고 개그맨 준비할 때도 많이 먹었어요. 서울 고시원에 살면서 라면이나 3분 요리를 주로 해 먹었어요. 그때 개그맨 동기 안상태, 황현희 씨랑 같이 살았는데 다양한 라면 요리를 해줬죠. 두 사람이 맛있게 먹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어요. 점점 라면에 뭐라도 첨가하면서 생존이 요리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 방송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요.


“저는 에너지와 배터리를 공개 코미디에 모두 쏟아붓고 자진 폐차 처리된 사람이에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제가 가진 걸 공개 코미디에서 충분히 풀어봤으니 다른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인 방송을 하게 된 이유죠. 그런데 ‘왜 내 특기인 요리를 안 하고 있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라인 콘텐츠는 뭐든 해도 되잖아요.”


자신 있는 대표 메뉴를 꼽는다면.


“‘육회비빔면’은 제가 처음 시도한 메뉴예요. 비빔면 위에 육회를 올렸는데 ‘반칙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잖아요. 지금은 많이들 하시지만, 최초의 고안자라는 사실에 저 혼자 자부심을 갖고 있죠. 또 하얀 국물의 ‘나가사끼짬뽕’을 볶음으로 해도 꽤 괜찮더라고요. 다진 고기랑 양파를 올리면 더욱 근사해지고요. 집에서 ‘짜파게티’에 볶은 양파만 넣어도 간짜장처럼 먹을 수 있고요.”


반면 아쉬웠던 메뉴가 있다면요.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어(철갑상어 알), 트러플(송로버섯) 등 세계 3대 진미를 라면에 더한 적이 있어요. 재료비만 50만 원 정도 들었는데 맛은 별로더라고요. 다시는 할 짓이 못 돼요. 기분만 낸 거죠.”


괴식이라고 하죠?

김대범 씨가 시도한 특이한 라면 레시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새우깡으로 만든 새우라면? 새우깡을 으깨서 가루로 만들어 라면 위에 뿌려주면 근사한 조미료처럼 느껴지죠. 새우 맛도 나고요. 플라시보 효과로 혼란을 주는 거예요. 가츠오부시 우동도 이미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낸 것에 가루를 한 번 더 뿌려 맛있게 보이도록 만들잖아요. 저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더 좋아하더라고요.”


메뉴 개발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개그 코너 짜듯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 생각한 걸 구글, 유튜브에서 모두 검색해보고요. 이왕이면 남이 안 한 걸 만들려고 하는데 웬만한 메뉴는 이미 다 나와 있긴 해요. 라면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데 최근에는 야채호빵으로 중국식 고추잡채를 했어요. 빵을 반 갈라서 안의 내용물은 프라이팬에 볶아요. 고추기름이나 피망이 있으면 더 좋고요. 빵을 잘게 잘라 꽃빵처럼 만드는 거예요. 또 곱창을 튀겨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더라고요.”


가장 맛있는 라면을 고른다면?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맛은 분위기가 좌우해요. 아무리 맛있는 라면도 추운 날씨에 훈련받고 먹는 뽀글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특별한 조미료도 필요 없어요. 이걸 ‘라면 맛있게 먹는 법’으로 개그 콘텐츠에 응용한 적도 있어요. ‘먼저 옷장의 군복을 꺼내 입는다. 밖에 나가 한참을 걷는다. 배가 고파도 한 시간 정도 더 참는다. 그러다 군복을 입은 채 라면을 먹는다.’ 댓글이 난리가 났죠. 다들 이만한 라면은 없다면서. 분위기로 맛을 극대화한 콘텐츠였어요. 이런 콘텐츠는 정통 요리사는 할 수 없는 저만의 분야가 되기에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라면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어릴 때는 라면을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면서 어른들이 잘 못 먹게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라면 먹을 때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져요. 개그맨 활동으로 한창 돈을 많이 벌 때 비싼 스테이크를 먹어도 저렴한 라면이 더 맛있었어요. 또 라면은 저의 청춘을 같이해온 음식이에요. 정서를 지배하는 소울푸드가 된 것 같아요. 다른 음식을 먹을 때도 굳이 라면을 끓여요. 고기를 먹어도 느끼하니까 같이 먹게 되고. 라면은 한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해요.”



개그와 라면은 김대범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개그는 그의 인생을 채웠고, 라면은 그의 청춘을 지탱해줬다. 개그를 할 때도 요리를 할 때도 누군가 웃음을 터뜨리면 그보다 큰 보람이 없었다. 누군가를 웃음 짓게 하는 일이라면 개그에도 요리에도 이 남자, 진심이다.


글 톱클래스 선수현

사진 톱클래스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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