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점잖게만 보는데..사실 이쪽에 '관종' 많아요"

조회수 2021. 2. 1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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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의 모임이 1억뷰? 클래식계를 흔든 20대들의 반란
클래식 유튜버이자 매니지먼트사 '또모'
2년 만에 구독자 47만명 달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찾는 유튜브 채널
대관, 공연 기획,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통합 조회 수 1억회 이상. 영상 최고 조회 수 1007만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 윤아인, 임동혁 초청.


한 국내 유튜브 채널이 운영 시작 2년 동안 달성한 기록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인공은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towmoo)'다. 또모는 점잖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수식어가 붙은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알려준다. 또모는 백승준(23) 대표, 황예은(23) 이사가 3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또모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클래식 음악 예능'이라고 부른다. 클래식이라는 어려운 장르를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덕분에 최근에는 유튜브뿐 아니라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문화 교육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또모 하우스에서 백승준 대표, 황예은 이사를 만나 또모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또모 황예은 이사와 백승준 대표.

음악 전공생 두 명이 만나 유튜브 시작


백승준 대표(이하 백)와 황예은 이사(이하 황)는 세종대학교 음악과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19학번 동기로 만나 2019년 또모를 시작했다. 그러나 또모의 출발은 훨씬 전부터였다고 한다.


"(백)저는 고등학교가 인문계였고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을 재수했어요. 그때 음악 전공생에 대한 편견이 많았습니다. 음악하면 특별할 것 같고, 클래식 전공이면 점잖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클래식 전공생들도 관종(관심종자)이고 장난끼도 많죠. 이런 편견을 좀 깨보고 싶어서 영상을 시작했어요. 채널 이름이 또모인 이유기도 해요. 또모는 '또라이들의 모임'의 줄임말입니다. 그래서 재수할 때 음악 공부보다 영상 공부를 더 많이 했죠. 그때 영상 공부하면서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시험 삼아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또모의 본격적인 콘텐츠들은 수능 날 탄생했어요. 수리 영역은 점수에 반영이 안 돼요. 그 시간에 '피아노 전공생에게 어려운 곡 TOP3' 등 콘텐츠 기획, 썸네일을 다 구상한 거죠."


대학 입학 후 수능 때 기획한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 올렸다. 수업도 듣고 영상도 찍고 지원을 받기 위한 기획안도 썼다. 혼자서 하기에는 벅찼다. 그때 지원군을 만났다. 바로 황예은 이사다. 백 대표와 황 이사 모두 인문계 출신이자 동갑이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황예은 이사가 또모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기획안 덕분이라고 한다.


"(황)백승준 대표가 유튜브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구독을 안했죠. 처음에는 영상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어요. 그때까지만해도 유튜브가 낯설었어요. 이후에 백승준 대표가 기획안 작성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기획안을 더 매력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와주고 창업지원센터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피아노가 손에 안 잡혔습니다. 늦게 적성을 발견한 거죠. 그때부터 또모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습니다."

출처: 또모 유튜브 캡처
또모에 출연한 세계적인 연주자들.

조회 수 1000만회 돌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초청까지


2019년 2월부터 함께 또모를 이끌어 나갔다. 그때까지는 '피아노 전공생들의 인생곡', '피아노 전공생의 손은 얼마나 빠를까' 등 백승준 대표가 수능 날 기획했던 콘텐츠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출연자는 모두 지인들이다. 처음에는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아 출연자들에게 치킨을 사주고 영상을 찍었다. 장비 역시 빌려서 사용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같은 해 5월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를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많은 인기에 그동안 출연했던 음대생과 버스킹과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연주회 표는 1분 만에 매진이었다. 인터파크에서도 전산 오류인 줄 알았다고 한다.


"(백)유튜브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편 빠른 시간에 큰 인기와 목표를 이뤄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때 매너리즘에 빠져있지 않고 황예은 이사와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죠. 그게 '연주자들' 콘텐츠입니다. 또모의 1막은 '전공생들'이었다면 2막은 다양한 연주자들을 섭외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 형제, 윤아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씨도 또모에 출연했다. 그들의 연주는 물론 인터뷰, 포인트 레슨, 배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모든 콘텐츠가 소중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이라고 한다. 드미트리 시쉬킨은 많은 세계 콩쿠르에서 입상 및 우승한 클래식계의 유망주다.


"(황)드미트리 시쉬킨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기도 하고 백승준 대표가 동경하는 아티스트라 꼭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어요. 드미트리 시쉬킨과 윤아인 피아니스트 또모 출연과 듀오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또모 영상 중 가장 많은 장비를 동원했고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홀을 빌려 뮤직비디오도 찍었습니다. 그만큼 시쉬킨이 출연한 모든 영상이 잘 됐어요. 조회 수 1000만회가 넘은 교수님 몰래카메라도 드미트리 시쉬킨과 함께한 영상입니다. 공연도 정말 기적적으로 성사가 됐습니다. 원래 4월 공연이었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8월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눈뜨자마자 확진자 수 확인하고 그랬죠. 다행히 8월8일 공연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출처: 또모 유뷰트 캡처
음대생들 콘텐츠에 출연하는 출연진들.

“클래식계의 구글이 목표”


이제는 구독자 50만명을 바라보는 유명 채널이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백승준 대표와 황예은 이사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다니는 대학교수와 친하다면서 무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업계에서 또모를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한다.


“(백)또모가 대중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업계에서 또모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어요. 새로운 시도라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소비하는 건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가 자막을 유쾌하게 다는 걸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클래식을 대중화하려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이 부 담없이 편히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소가 자막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런 두 사람에게 힘이 되는 건 구독자들이다. 또모 하우스로도 ‘또모보고 힐링한다’, ‘또모 덕분에 클래식 듣게 됐다’ 등의 댓글을 보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힘이 난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시작한 또모는 이제 어엿한 법인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콘텐츠 제작, 광고대행은 물론 공연 기획 및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복합예술공간 또모 하우스 운영, 문화 교육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또모 하우스는 2020년 6월 서울 신사동에 연 복합 예술공간이다. 촬영할 수 있는 피아노 호리존, 녹음실과 연습실이 있고 공연까지 열 수 있는 공간이다. 또모 사무실 겸 대관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플’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클래식 악보보기, 커뮤니티 기능이 있고 특히 온·오프라인 클래식 클래스를 오픈했고 1대1 매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클래식을 조금 더 깊게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백승준 대표, 황예은 이사는 지금하고 있는 사업 모두 또모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작은 클래식의 대중화였습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또모 덕분에 클래식 공연 처음 봤다’와 같은 댓글을 보면서 문화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콘텐츠, 공연, 앱 등으로 문화 격차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또 여기서 더 성장해 예술하는 사람들이 바로 설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예술가도 행복하고 소비자도 건강하게 예술을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모든 걸 이룰 수 있으려면 문화 회사 1위가 되어야 하더라고요. 음악뿐 아니라 예술, 미술, 무용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클래식계의 구글’이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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