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독일차, 홍대 나온 한국인 손에서 나왔다

조회수 2021. 2.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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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 데생' 하던 홍대 미대생 BMW 신형 쿠페 디자인한 사연은

BMW 2세대 4시리즈 디자인 총괄한 임승모 수석 디자이너

자동차 디자이너 꿈꾸며 독일 유학, 인턴 거쳐 BMW 입사

“상대 입장서 포트폴리오 구성하고, 해외인턴 경험 쌓으라”



BMW가 올해 첫 신차로 2세대 4시리즈를 내놓았다. 그간의 4시리즈는 쿠페형 외관을 제외하면 3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선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차 앞쪽에 가로로 좁고 세로로 긴 ‘버티컬 키드니 그릴’ 디자인이 적용되며 화제를 모았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차의 역동성을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같은 극찬에서부터 ‘토끼 앞니나 돼지 코 같다’는 혹평까지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논쟁이 지속될 것 같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4시리즈 디자이너는 용기있고 개성이 강하면서도, 이러한 파격을 관철시킬 수 있을 정도로 조직에서 신뢰도 얻은 사람일 것이란 점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BMW 2세대 4시리즈 앞모습./BMW

그런데 총괄 디자이너가 홍대 미대 나온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버티컬 그릴을 다시 보니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란 느낌이…) 임승모(40) 시니어 익스테리어(외관) 디자이너다. BMW의 친환경차 i 비전 다이내믹스 역시 그의 작품이다. 독일 뮌헨 BMW 본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떤 계기로 BMW에 입사하게 된 것인가?

임승모 BMW 시니어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BMW

“중학생 때부터 혼자 서울모터쇼에 갔을 정도로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유학을 가 HS-포르츠하임(Pforzheim) 대학원에 진학했다. ‘운송기기 디자인’을 더욱 깊게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BMW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에서 6개월짜리 인턴십 공고가 떴다. 대학원 막바지엔 이미 BMW 직원이나 다름없었다. 졸업 논문 주제도 ‘BMW를 위한 3D 프린트 경량 로드스터’였다. 2010년 졸업과 동시에 BMW 디자인팀에 정식 합류하게 됐다.”


-주로 미래지향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해왔다.


“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2016 BMW그룹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 ‘BMW 비전 넥스트100’, 2017년 ‘i비전 다이내믹스’ 등의 디자인부터가 많다. 특히 ‘BMW 비전 넥스트100’로 내 디자인이 최종 선택되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1년 남짓한 개발 기간 동안 앞바퀴와 함께 움직이는 펜더와 같이 기술적·시간적·비용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매우 도전적이었던 컨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현재엔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내일의 새로운 표준이 된다.”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달라.

BMW 신형 4시리즈. /BMW

“새로운 4시리즈는 BMW의 유산을 계승했다. 1930년대 BMW328과 1970년대 3.0CSI와 같은 역사적인 모델들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을 진보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조형으로 재해석했다. 때문에 이전 세대 4시리즈 보다 더욱 명확하게 3시리즈와 차별된다. 더불어 ‘빠른’ 루프(차천장) 라인, 낮게 그어진 측면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의 볼륨감과 비례감이 이 시리즈를 더욱 스포티하고 섹시하게 표현한다고 본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불필요한 선의 사용을 줄이고 양감을 통해 아름다운 비례를 구성하려 애썼다. 신형 4시리즈가 돌아다닐 세계 도시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 도시의 모습이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때론 우아하게 때론 역동적으로 차량 표면에 비칠 것이다. 한 마디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BMW 쿠페 디자인의 정수를 모아 디자인했다.”


-신형 4시리즈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모두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디자인이 있다면 세상은 단조롭고 지루할 것이다. 나는 ‘쿠페나 카브리오라는 차종이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나’에 집중했다. 자동차 자체가 주는 특별한 존재감과 함께 드라이빙이 기다려지는 설레임을 줘야 한다. 캐릭터가 강하기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신형 4시리즈가 주차장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누군가의 사이드 미러속에 신형 4시리즈가 비춰진 모습도 떠올려 보라. BMW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추구하는 쿠페와 카브리오를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브랜드다. 그에 걸맞은 존재감을 디자인에 넣었다.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호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임승모 BMW 시니어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BMW

“전기차는 바닥에 위치한 베터리 때문에 전고가 높아진다. 익숙하지 않은 비례다. 때문에 모든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 또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며 신규 경쟁자가 대거 진입하고 있다. 당분간 기술 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짐을 의미한다.”


-‘석고 데생’으로 대변되는 한국 미술 입시교육을 받은 세대다.

임승모 BMW 시니어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BMW

“그렇다. 매우 경쟁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미술 입시교육이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경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고, 또한 나 스스로 매일매일 규칙적인 훈련과 반복연습을 하도록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장기간의 경쟁을 준비하는 체력과 정신을 단련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BMW에서 디자인 컴페티션(경쟁)을 할 때는 스케치부터 클레이모델(점토 모델) 제작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디자이너는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디자이너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긍정적인 면을 보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누가 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를 보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구성해야 한다. 요즘엔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돼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자신의 작업을 알려야 한다. 해외 취업을 원한다면 해외 인턴십 경험을 꼭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매너와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람, 기술, 세상이 향하는 방향에 대한 본인만의 믿음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BMW를 제외하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차는?

포드 GT(왼쪽 상단), 람보르기니 미우라(오른쪽 상단), 마즈다 MX5(아래). /인터넷 화면 캡처

완벽한 비례의 단순한 형태 위에 시대정신이 녹아 든 아이콘이 된 차들을 좋아한다. 람보르기니의 ‘미우라’, ‘쿤타치’와 같은 차를 보면 디자이너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용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컨셉트카가 도로에 나온 듯한 2005년식 Ford ‘GT’, 어린시절 내 방에 걸린 포스터 속 차였던 맥라렌 ‘F1’, 소형 로드스터인 마즈다의 ‘MX5’ 등도 늘 관심이 가는 차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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