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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말고 귀로.." 레고까지 뛰어든 뜻밖의 시장

조회수 2021. 2. 10. 14: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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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가 이젠 '소리'도 판다..코로나 시대, '힐링 ASMR' 뜬다

레고 그룹이 레고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 음원인 ‘레고 화이트 노이즈’를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등 총 15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 2월 2일 공개했다. 레고 화이트 노이즈는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레고 관련 ASMR 음원 모음이다. 레고를 조립하거나 레고 블록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특유의 소리를 담았다.

출처: 레고 그룹
최근 레고 그룹이 레고 ASMR 음원인 ‘레고 화이트 노이즈’를 공개했다.

이 음원은 작년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성인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하다고 답한 데 착안해 개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바쁜 일상 속에 지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음원을 제작한 셈이다. 레고 그룹은 레고 블록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완벽하게 담기 위해 1만번 이상의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음원 ‘잇 올 클릭스(It All Clicks)’와 ‘더 워터폴(The Waterfall)’ 등을 만들었다. ‘잇 올 클릭스’는 두 개의 레고 블록이 맞물릴 때 나는 ‘딸깍’ 소리를 담은 음원이다. ‘더 워터폴’에는 수천개의 레고 블록이 쏟아지는 소리가 담겨 있다. 이를 들은 네티즌은 “레고 조립하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완구 회사로 꼽히는 레고 그룹까지 AS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출처: 레고 그룹
레고 블록이 맞물리는 소리 등을 담았다.

최근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장르의 ASMR 콘텐츠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듣는 콘텐츠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ASMR이란 주로 청각, 시각, 촉각 등의 자극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바람이 부는 소리,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종이에 연필로 글씨를 적는 소리 등이 있다. 규칙적으로 나는 반복적인 소리에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등을 느낀다. 미국 예일대 의대 신경의학과 교수인 마이클 야신스키(Michael Yasinski)는 “연구에 한계가 있어서 사람들이 왜 ASMR을 경험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SMR은 집중과 완화를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관여하는 뇌의 기능 일부분을 차단한다. 명상처럼 집중과 이완을 하게 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무렵 미국, 호주 등에서 시작한 ASMR은 최근 들어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음식 씹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등을 담은 콘텐츠에서 그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가 역할극을 하면서 내는 소리를 담은 ‘롤플레잉 ASMR’, 상상 속 공간의 소리를 담은 ‘공간 상상 ASMR’, 무서운 분위기의 소리를 담은 ‘공포 ASMR’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다. 

유튜버 하쁠리가 만든 ‘귀 보호 캡 제작소 상황극 ASMR’은 조회 수 160만회를 넘었다.

구독자 수 104만명에 달하는 유튜버 하쁠리는 대표적인 롤플레잉 ASMR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그는 다양한 역할극을 하면서 나는 소리를 영상에 담는다. 그가 최근 올린 ‘귀 보호 캡 제작소 상황극 ASMR’은 영상을 올린 지 약 3달 만에 조회 수 160만회를 넘었다. 귀에 씌우는 보호 캡을 만드는 콘셉트다. 영상 속 하쁠리는 실리콘으로 만든 모형 귀를 직접 닦은 후 코팅 젤 등을 이용해 보호 캡을 만들기 시작한다. 반짝이는 큐빅을 얹고, 코팅젤을 바르고 굳힌다. 1시간에 달하는 영상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난다. ‘사각사각’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팅글(ASMR에서 주로 쓰는 단어로 기분 좋은 자극을 뜻함)을 처음 느껴본다” “관자놀이까지 짜릿하다” “이런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어떤 네티즌은 “귀 겉면을 닦거나 손가락으로 쓱쓱 해주는 소리가 좋다” “귀에 젤을 바르고 물티슈로 닦는 소리가 너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처: 유튜브 채널 '하쁠리' 캡처
영상 ‘귀에 박힌 돌 제거하기’도 여전히 인기다.

약 1년 전에 올린 영상 ‘귀에 박힌 돌 제거하기’도 여전히 인기다. 영상 조회 수는 무려 965만회에 달한다. 영상 속 하쁠리는 ‘귀가 아파서 오셨죠? 아프면 손을 들어주세요’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등 상황극을 한다. 이어 실리콘 재질의 모형 귀에 박힌 돌을 핀셋, 주사 등을 이용해 뽑아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실제로 병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비슷한 방법으로 제작한 ‘귀 청소’ ‘피지 관리’ 등도 화제다.

출처: 유튜브 '비바' 채널 캡처
유튜버 '비바'의 ‘ASMR 귀여운 꼬마 돌 스케일링 상황극’ 영상. 외국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유튜버 ‘비바’도 롤플레잉 ASMR 콘텐츠를 만든다. ‘ASMR 귀여운 꼬마 돌 스케일링 상황극’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현재 조회수 1260만회를 넘어섰다. 유튜버 비바는 이 영상에서 이빨이 있는 돌 모형에 쌓인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상황극을 선보였다. 치석을 긁어내는 ‘사각사각’ 소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댓글은 2만1000개가 넘는다. 외국인도 많다. “진짜 귀엽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ASMR 영상이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장소를 소리로 표현한 콘텐츠도 인기다. 일명 ‘공간 상상 ASMR’이다. 유튜버 ‘수프’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담은 공간 상상 ASMR 콘텐츠를 제작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시험 기간 음향’ ‘해리포터 호그와트 슬리데린 기숙사 커먼룸’ ‘호그와트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주말 밤’ 등이 대표적이다. 조회 수는 각각 898만회, 186만회, 357만회다. 영화 속에 나온 장소를 직접 상상해 소리로 표현한 영상이다. 자작나무 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등이 들린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추억에 빠진다. 한 네티즌은 “중간중간 해리포터 주제곡이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막 개봉한 영화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다. 추억에 잠기게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거 들으면서 책 ‘해리포터’를 읽는 중이다. 너무 행복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짱구네 집에서 낮잠 자기’ ‘셜록의 방’등도 인기다.

출처: 유튜브 채널 '대치동 현주쌤' 영상 캡처
작년 수능 때 인기였던 수능 ASMR 영상.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과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공부 ASMR’를 찾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작년 수능 때는 고사장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ASMR 콘텐츠가 화제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수능 시험장 ASMR’ 영상을 보면 수능 시험을 치르는 시간에 맞춰 고사장에서 들을 법한 소리가 나온다. 시험 종소리, 안내 음성, 재채기, 숨소리, 다리떠는 소리 등 여러 백색소음을 담고 있다. 영상은 조회 수 100만회를 넘었다.

출처: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 영상 캡처
미용실에서 메이크업 등을 받는 상황극 ASMR 콘텐츠를 선보인 개그맨 강유미.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상황극 소리도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구독자 수 74만명을 보유한 개그맨 강유미의 ‘메이크업 샵 롤플레이 ASMR’ ‘헤어 샵 롤플레이 ASMR’ 영상이 대표적이다. 영상을 보면 마치 강유미가 운영하는 메이크업 샵과 헤어 샵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다. 많은 네티즌은 그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제로 헤어 샵을 찾아 손질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국립공원TV' 캡처
국립공원 자연치유 ASMR.
출처: 유튜브 채널 '웃튜브' 캡처
우리은행도 유튜브 서브채널 ‘웃튜브’에 ASMR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젠 관공서, 기업 등도 ASMR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우 공유의 숨소리를 공기청정기 광고 영상에 담아 ASMR 효과를 낸 코웨이 광고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은행도 유튜브 서브채널 ‘웃튜브’에 ASMR 시리즈를 공개했다. 여신거래 기본약관,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등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읽어준다. 이 콘텐츠의 콘셉트는 수면 유도와 심신 안정이다. 지루하고 긴 약관을 듣다 보면 마음에 안정을 찾고, 깊은 수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에서 이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약 4만회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도 작년 9월 ASMR 영상 10편을 공개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친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감 회복을 위해서라고 했다. 국립공원 자연치유 ASMR은 전국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자연경관, 동식물 등을 배경으로 제작했다. 지리산 세석평전 운하, 지리산 촛대봉 가을 야생화, 한려해상 학동해변 몽돌 구르는 소리, 내장산 금선계곡의 여름 물소리 등이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청각적인 자극이 외부의 스트레스를 차단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졌다. 외부의 소리를 담은 ASMR, 자연의 소리를 담은 ASMR 등으로 위안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각적인 자극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ASMR을 찾고 있다. 기업들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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