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사업 실패 시골 청년 살린 최후의 아이템은?

조회수 2021. 2. 1. 11:0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디펫바이오 김종필 대표
계속된 사업 실패에 회사로 발걸음 옮겨
사업 미련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 도전
아이 키 성장 제품 개발해 도약 성공
반려견 건강 간식으로 제2의 인생 살아
출처: 잡컴퍼니
디펫바이오 김종필 대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내년에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2조 8,900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5조 8,000억 원대로 커졌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팸족’은 무려 1,500만 명, 네 집 중 한 곳은 펫팸족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시장 흐름을 읽고 반려동물의 구강 관리를 책임지는 ‘견사돌’을 개발한 디펫바이오 김종필 대표를 만났다.

출처: 디펫바이오
상경 당시 김종필 대표의 모습

◇ 갓 상경한 시골 청년이 택한 사업 아이템


김종필 대표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제 눈앞에 펼쳐질 미래를 꿈꾸며 자신 있게 서울로 향했지만, 갓 상경한 시골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말 꿈 하나로 다른 지역에 발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기반이 없으니 더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열심히만 하면 수익이 나는 사업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청춘의 패기만이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아침에는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점심이 되면 학원을 찾아 지식을 쌓았다.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저녁 공장 업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5,000만 원으로 생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개념이 생소할 때라, 시장성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시작한 사업이 잘 될 리는 없었다. 부족한 자본과 무리한 사업 실행으로 결국 실패를 맛봤다. "이때가 결혼 후 첫째 아이를 낳았던 때라 더욱 충격이 컸습니다. 결국 큰 아이를 누님 집에 부탁하고,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김종필 대표

안정적인 회사 생활에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사업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다짐 하나로 상경했던 터라,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로망을 쉽게 떨칠 수는 없었다. 몇 년간 비축한 자금으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주방용품 도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발로 뛰며 유통점에 영업한 덕에, 초반엔 사업도 잘 풀렸다.

- 이번엔 성공했나


“잘 된다는 생각에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습니다. 금방 자금이 동나며 아쉽게 두 번째 사업을 접게 되었죠.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를 믿어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해 마음을 다잡고 직장인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다양한 사업 경험이 발판이 되어 유통회사 이사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유통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석류, 콜라겐 등의 제품을 들여오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 모습을 보니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나만의 시장을 가질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업에 대한 열정에 다시금 불이 붙은 순간이었다.


◇ 건강식품 브랜드로 사업 특화, 반려동물 시장으로 확장까지


"과거의 저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구상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 하나만 바라보고 사업에 임하니 실패를 경험했던 거죠. 그런데 유통 회사에서는 하나의 상품을 들여오기 전, 국내외 시장은 물론 유관 상품의 시장까지 치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제가 행했던 실수와 사업의 기본을 동시에 깨달은 지금이 기회라고 여겨졌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작 전 반 년을 오직 시장 조사에만 매달렸다. 생활, 건강, 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살폈지만 이미 모두 국내 경쟁이 치열한 상태였다. 그런데 앞선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면서, 아직 국내에는 그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키즈’ 시장이다.


- 왜 키즈 시장에 주목한 건가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을 먼저 선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통 회사에서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세분화해 나갔는데요. 특히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전문 건강식품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니, 사업에도 물꼬가 트였습니다. 아이들 키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건강식품 브랜드 ‘롱키원’을 론칭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죠.”

출처: 디펫바이오
김종필 대표 역시 며느리의 반려견 '몽이'와 함께하고 있다.

이후 김종필 대표는 건강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지난해 2월에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펫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디펫바이오도 설립했다. “이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반려동물이 함께 하는 친구 같은 존재를 넘어,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도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펫푸드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반려동물은 반려인보다 수명이 짧다 보니,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주고 싶다는 반려인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반려인들의 걱정을 해소해 준다면 펫 푸드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반려동물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되었죠.”


무엇보다 아이와 반려동물은 공통점이 많다. 김종필 대표는 아이 키 성장 제품을 개발할 때 ‘맛있게 먹는 것’에 중점을 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아이들이 먹지 않는다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기호성이 좋다면, 누가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제품을 잘 먹는다. 이 점을 반려동물에 접목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분명 승산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 제품 개발 시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썼나

“건강기능식품은 보조 식품입니다. 건강할 때 먹어야 더욱 효과가 좋죠. 그런데 사람들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약을 대체하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제형이 약과 비슷해졌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게 인기가 더 많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또한 아이들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우선으로 따지며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출처: 디펫바이오
디펫바이오와 인연을 맺고 있는 에이티바이오의 공장 전경

◇ 반려동물과 '함께' 오래 살고 싶다는 염원 담아


기존의 경력이 있으니 제품도 빠르게 출시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까다로운 규정에 준비 과정부터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파트너를 구하는 데만 절반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김종필 대표는 반려견의 치아 건강부터 장 건강, 그리고 배변 활동까지 원활하게 돕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치간칫솔에서 영감을 받아 치석 제거에 효과적인 디자인이 탄생했으나, 문제는 잇몸 건강과 장 건강이었다.


아무리 관리를 깨끗이 해줘도 입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김종필 대표는 그 원인이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제품에 장 건강에 좋은 원료를 배합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조 업체를 찾는 데 무려 반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다행히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제조 기업 에이티바이오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반려견 치아 건강 간식 ‘견사돌’(bit.ly/2WDNOIU)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출처: 디펫바이오
디펫바이오의 반려견 치아 건강 간식 '견사돌'. 제품의 치간 칫솔 모양은 디자인 특허를 받는 데 성공했다
출처: 디펫바이오
실제 소비자들이 남긴 견사돌 후기 사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성장세가 무섭다. 전체 시장 규모만 봤을 때는 사료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피부와 눈, 관절 등의 건강제품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디펫바이오는 시장의 인기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잘 씹을 수 있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치아나 잇몸 관리를 할 수 있지만, 반려견은 다릅니다. 특히 반려견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아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치아와 잇몸 건강, 그리고 장 건강까지 돌볼 수 있도록 제품을 고안해냈습니다.”


-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견사돌은 부드러운 제형에 치간 칫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잇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치석 제거 효과를 내는 거죠. 맛은 닭고기 맛과 연어 맛 이렇게 2가지로, 간식형 구강 관리 용품이라 맛이 아주 좋습니다. 너무 잘 먹으면 살이 찔 수도 있으니 이를 방지하고자 열량도 낮췄습니다. 며느리와 같이 시집온 반려견 몽이에게도 저희 제품을 급여했는데요. 견사돌을 두 발로 잡고 먹는 모습과 대소변 냄새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됐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죠. 대소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장 건강이 좋아졌다는 결과니까요.”


- 실제 소비자 반응은 어떻던가

“견사돌이 출시된 지 햇수로 1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처음엔 저희 제품을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반려인 분들이 SNS에 자발적으로 제품 후기를 올리며 입소문이 났습니다. 덕분에 온라인몰(bit.ly/2WDNOIU)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나고, CJ 오쇼핑에서도 매진을 기록했죠. 벌써 판매량이 330만 개에 달하는 것을 보면 반려견들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출처: 디펫바이오
견사돌은 2019년 우수브랜드 대상에 이어 한국소비자감동지수 애완용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디펫바이오는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 서툰 이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펫 매니저(Pet Manager)’ 시스템도 도입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현재 견사돌의 주 소비층은 3~50대다. 제품 문의 글을 살펴보면 제품 섭취나 급여 방식, 그리고 반려견의 건강 상태 등을 묻는 글이 수두룩하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건강 상태까지 관리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디펫바이오 직원 모두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종필 대표 역시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반려동물산업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물론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도 갖췄다. 제대로 된 건강한 제품을 반려동물에게 선사하고 싶은 다짐에서 우러난 결과물이다.


- 숱한 사업 실패를 겪은 사람으로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고, 혹은 이미 규모가 크다고 해서 뛰어들면 이미 늦었을 때입니다. 그래서 특화된 시장에서 나만의 상품으로 승부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거죠. 나아가려는 길 앞에 돌이 쌓여 있다면 하나씩 치우면서 길을 만들어 내면 됩니다. 그러니 꼭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jobsN 양승엽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