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 찾아갔을 정도로 공 많이 들였죠"

조회수 2021. 1. 2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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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게 제맛이죠
사람 대신 주방 점령한 로봇
요리는 물론 음식 서빙까지

AI 셰프 시대가 왔다. 커피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치킨을 튀기고 국수도 말아준다. 과거 로봇은 단순 작업에만 썼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로봇을 확 바꿔 놓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셰프 로봇’이다. 사람 대신 주방을 점령한 로봇들을 알아봤다.

출처: 로보아르테 제공

◇정석대로 요리해 위생적이고 맛도 일정


흔히 음식의 맛은 ‘손맛’이라고 한다. 정성 들여 만들수록 음식이 맛이 난다. 로봇이 만든 음식도 과연 맛있을까. 직접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다. 매뉴얼대로 조리해 위생적이고 맛도 변함없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진짜 속에서 가짜를 찾아내는 육감 현혹 버라이어티 tvN ‘식스센스’에는 치킨을 튀기는 로봇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롸버트치킨’이다. 로봇 치킨집에 방문한 출연진들은 5평 남짓한 매장에 두 대의 로봇팔이 치킨을 튀는 모습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봇 한 대는 염지(음식을 소금에 절이는 과정)와 브레딩(breading·튀기거나 볶기 전에 빵가루를 식품의 표면에 묻히는 일)을 담당하고, 나머지 한 대는 음식을 튀긴다. 치킨 로봇에 재료를 넣고 직원이 조리 과정을 입력하면 로봇이 반죽을 하고 튀긴다. 골고루 익도록 중간중간 기다란 막대로 치킨을 휘젓거나 튀김기를 탈탈 털어내기도 한다.

출처: 로보아르테 제공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

맛에도 신경 썼다. 롸버트치킨 창업자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백종원 대표를 찾아간 적이 있을 정도로 맛을 잡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로봇이 만든 음식이라는 컨셉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사람들이 한번 맛보도록 하긴 쉽다. 하지만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손님이 맛에 반해 다시 오는가다. 로봇치킨을 맛본 출연자들은 “프라이드의 정석”이라며 “사람이 한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특히, 방송인 유재석이 칭찬한 ‘후추는 후추후추’ 메뉴는 방송 다음날 100마리 이상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R&D 비용을 제외하고 롸버트치킨 1호 개발에 들어간 금액(협동로봇 2기, 기계장치, 인건비 등 모두 포함)은 약 1억원이다.


로봇이 주방을 맡으면 그만큼 누군가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의 시선도 있다. 강지영 대표는 잡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은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조리 과정을 로봇에게 맡기면 보다 편하고 안정적으로 치킨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대체보다는 건강에 안 좋은 일을 로봇이 대신해준다는 관점이다. 이어 “로봇을 작게 만들어 조리 과정을 안정화하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낮출 예정”이라며 “서비스 역량을 키워 로봇 치킨 가맹점을 개설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출처: tvN 유튜브 영상 캡처

◇빕스에 취직한 셰프 로봇


국내 최초 셰프봇은 CJ푸드빌이 2019년 11월에 선보인 요리 로봇 ‘클로이 셰프봇’이다. CJ푸드빌과 LG전자가 공동 개발했다. 빕스 1호점인 등촌점에 처음 등장한 클로이는 고객이 국수 재료를 그릇에 담아서 주면 1분 만에 국수를 말아준다. 고객은 눈앞에서 클로이가 뜨거운 물에 국수를 데치고 육수를 부어준다. LG전자는 요리사의 움직임을 연구해 실제 요리사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한 모션제어 기술과 다양한 그릇과 조리기구를 조리 순서에 맞춰 자동으로 바꿔 끼우는 스마트 툴 체인저 기술 등을 클로이 셰프봇에 적용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은 클로이 외에 자율 주행하며 음식까지 서빙하는 ‘LG 클로이 서브봇’도 만들어 매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롯데GRS는 지중해 건강식 레스토랑 ‘빌라드샬롯’과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 일부 매장에 서빙 로봇 ‘페니’를 도입했다.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로봇 위에 올려놓고 스크린에서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손님이 있는 테이블까지 알아서 음식을 가져다준다. 고객이나 직원이 음식을 꺼내는 것을 자동으로 감지해 안전하게 서빙한다. 페니 로봇 100여대가 현재 미국, 일본, 한국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가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러너(식당에서 음식을 전달하는 사람) 1년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다. 대형 외식업체 체인이나 노인층이 많은 양로원 등에서 많이 사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식당 문을 닫거나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로봇 수요가 늘었다. 페니를 개발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21년에 납품해야 하는 선주문 물량이 1만대라고 밝혔다.

출처: LG전자, 롯데백화점 제공
(왼) 클로이 셰프봇, (오) 페니 로봇

◇고객 성별과 나이에 따라 메뉴도 추천


국내 100대 기업 인건비는 2013년 57조2505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 68조152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률은 4.5%로 2013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반면, 인건비율은 7.1%로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외식업계는 인건비 절감은 물론, 동선 최소화·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로봇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고객의 얼굴을 보고 성별과 나이를 읽고 그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 주는 인간형 로봇이 나왔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2014년 출시한 ‘페퍼(pepper)’다. 각종 로봇을 활용한 직영 카페 ‘페퍼 팔러(pepper PARLOR)’에서는 로봇이 접객은 물론 음식 주문, 청소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한다.

출처: 페퍼 팔러 홈페이지 캡처

페퍼는 인원수를 확인하고 주문을 받을 뿐만 아니라 손님의 표정을 인식하고 디저트를 추천한다. “활기 넘치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피곤해 보이는군요” 등 말을 건네고 기분에 맞는 메뉴까지 소개해 준다. 손님과 대화를 하거나 간단한 게임을 하는 등 접객 업무도 수행한다. 페퍼와 대화할 수 있는 테이블은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는 “실제 친구와 카페를 방문한 것처럼 잡담하거나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카페용으로 페퍼의 대화 기능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매장 청소도 로봇이 한다. 바닥청소 로봇 ‘위즈(Whiz)’는 매장 문을 닫은 후 정해진 매장 내의 경로를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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