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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1억5000만원 슈퍼카나 강남3구, 여성은?

조회수 2021. 1. 2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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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소개팅도 '스펙' 따지는 시대
학벌·경제력 인증 요구하는 소개팅 앱들
6000만원 이상의 고급 차, 20대 연봉 6000만원 등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
“검증 거쳐 안전” vs “양극화 우려”

‘검증된 남녀들을 위한 품격있는 소개팅’, ‘자격을 갖춘 남녀를 위한 안전한 소개팅.’ 국내 인기 소개팅 앱들의 광고 문구다. 여기서 말하는 ‘검증’과 ‘자격’은 대체 무엇일까. 남성은 경제력, 여성인 외모를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성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개팅 앱은 2030 세대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만남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시장 규모는 2015년 500억원에서 2020년 약 2000억원으로 6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고, 200개가 넘는 앱이 세상에 나왔다.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에서 소개팅하는 장면

코로나19 사태에 자연스러운 이성과의 만남 기회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소개팅 앱 이용자가 더 늘기도 했다. 실제 한 소개팅 앱 개발사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월 이후 앱 신규 가입자가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애뿐 아니라 결혼까지 염두에 두는 등 소개팅 앱을 통해 진지한 만남을 갖고 싶어 하는 40대 이용자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누구나 소개팅 앱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소개팅 앱을 표방하는 일부 앱들은 회원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관리하면서 이른바 검증된 회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조건이 좋은 일부 회원만 가입시켜도 오히려 회원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며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결혼정보업체에서 회원들의 등급을 매겨 회원 간 매칭을 성사시키고, 회원 관리를 하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초기 학벌 인증 → 경제력 인증도 더해져 


시작은 학벌이었다. 대표적인 소개팅 앱 중 하나로 꼽히는 ‘스카이피플(SKYPeople)’은 서울대생들에게 연인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후 ‘서울대생이 만든 아무나 가입되지 않는 프리미엄 소개팅’이라는 슬로건으로 홍보해가면서 학벌을 중심으로 앱 가입 조건을 만들었다. 2014년 9월 기준으로 스카이피플은 서울대를 비롯한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카이스트, 의·치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남성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출신 여성만 가입할 수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가입조건이 다소 바뀌었다. 남성은 위에서 언급한 대학 외에도 성균관대, 한양대 등 더 많은 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의 가입이 가능해졌다. 학벌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가입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남성 회원의 직업에 대한 규정이 생기면서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국가기관, 언론사에 재직 중이거나 교사 또는 전문직(의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약사, 수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스카이피플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벌 기준 외에 경제력에 대한 기준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출처: 스카이피플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여성 회원의 가입 조건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여성은 프로필을 입력한 직장인 또는 프리랜서, 취준생 등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프로필 입력을 하지 않았더라도 학교나 전공을 입력한 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도 가입 가능하다. 여기서 말한 프로필은 자기소개나 취미, 사진 등을 말한다. 즉 소개팅 앱 가입 조건으로 남성에게는 학벌이나 직업을, 여성에게는 외모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20대도 연봉 6000만원 이상 받아야 가입 가능 


또 다른 유명 소개팅 앱인 골드스푼의 가입 조건은 스카이피플보다 더 엄격하다. 좋은 차(1억5000만원 이상의 슈퍼카, 골드스푼 내규에 따른 수입 차)가 있거나 좋은 곳(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거주, 네이버 부동산 시세기준 20억 이상)에 살면 가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문직이나 연 매출 50억원 이상 사업가, 개인 자산 5억원 이상, 20대 연봉 6000만원 이상 등 직업과 연봉, 자산, 집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충족해야만 골드스푼 회원이 될 수 있다.

출처: 골드스푼

여성은 위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프로필 사진을 올린 후 외모 심사 평가를 받으면 된다. 외모 평가 점수가 3.6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다이아매치도 골드스푼과 비슷하다. 남성은 본인 명의의 서류를 제출해 전문직이거나 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20대는 6000만원), 명문대, 6000만원 이상의 고급 자동차 등을 증명해야만 가입 심사에 통과된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기준으로 가입하거나 사진을 올려 기존 회원들의 외모 평가를 거친 후 일정 점수 이상을 얻어야만 회원 자격을 부여받는다.

출처: 다이아매치

소개팅 앱이 경제력 인증에 힘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회원을 많이 유치하는 게 신규 회원들을 가입시키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소위 매력적인 회원들이 많아야 이들과 매칭되기 위해 돈을 쓰는 회원들도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경제력 인증이 커플 성사율을 높인다는 업계 데이터도 있다. 


◇까다로운 경제력 인증에 우려와 비판도 나와 


노골적이고, 까다로운 회원 가입 기준이지만, 이용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골드스푼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상대의 조건을 미리 확인하고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결혼할 때 다들 조건을 볼 수밖에 없는데, 서로 조건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편하고 솔직하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개팅 앱 이용자 B씨는 “앱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걱정도 되고 무서웠는데, 검증된 인증 절차를 거친 사람이라는 생각에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반면 이같은 프리미엄 소개팅 앱들이 소개팅부터 양극화를 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연말, 소개팅 앱 가입을 알아봤던 C씨는 “지나치게 적나라한 가입 기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그는 “결혼과 연애에 이어 이제는 소개팅도 ‘스펙’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나치게 높은 자산이나 소득·연봉 기준에 “일부 금수저들만을 위한 앱”, “그들만의 소개팅 앱”이라는 평가도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외모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와 같은 성차별 인식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파악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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