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로 돈 버느냐" 비난에, 무속인 유튜버가 한 말

조회수 2021. 1. 1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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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대신 유튜브에 올라탄 무속인들..코로나에 대박 난 인터넷 점집
코로나19 시대에 호황 누리는 인터넷 점집
유튜브 하는 무속인들
실시간 생방송도 인기
검증 안 된 자극적인 콘텐츠로 논란 일기도

“2021년에는 원숭이띠가 좋아요. 지금까진 이랬다저랬다 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하나 하니까 뭐가 돼요. 용띠도 좋아요. 여태까진 조금 주춤했는데 이제 움직여요. 개띠도 좋아요. 살짝 위태했는데 좋아져요. 근데 사람을 조심해야 해요. 사람 때문에 손해 볼 수 있어요. (PD) 아저씨는 양띠에요? 그럼 내년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열심히 움직여야 해요.”

출처: 유튜브 채널 ‘쌍문동 애기선녀TV’
2021년 신축년 운세 관련 내용의 영상을 올린 무속인 유튜버. 해당 영상 조회 수는 84만회(1월14일 기준)를 넘어섰다.

작년 9월 유튜브 채널 ‘쌍문동 애기선녀TV’에 올라온 영상 속 내용이다. ‘미리 확인하는 2021년 신축년 운세 대박 터지는 띠’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 84만회(1월14일 기준)를 넘어섰다. 댓글 반응도 뜨겁다. “엄마랑 저랑 원숭이띠다. 올해 초 엄마가 암 판정을 받자마자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다. 저는 일 그만두고 엄마 옆에 있다가 복직하려 하니 직장에서 필요없다고 오지말라고 한다. 내년에는 원숭이띠가 좋다고 하니 엄마랑 행복한 날들 같이 맞이했으면 좋겠다”라는 댓글은 1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아 베스트에 올랐다. 이밖에도 “올해 아홉수라 힘들어서 죽을 생각도 했는데 원숭이띠 운세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진다. 제발 내년은 잘 됐으면 좋겠다” “80년생 원숭이띠다. 사기당하고 일이 꼬였다. 혼자서 딸 하나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다. 내년에 좋다고 하니 믿고 조금 더 힘내보겠다. 모두 힘내라”등의 댓글도 수백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무속인의 영상을 보고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위로와 응원의 말을 주고받고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개설한 지 약 1년 반 만에 구독자 수 20만명이 훌쩍 넘었다. ‘2021년 신축년 조심해야 하는 띠’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언제쯤 괜찮아질까’라는 영상은 조회 수 177만회를 기록했다. 

출처: 유튜브 캡처
1월14일 오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국운을 점치는 무속인들의 영상이 올라와있다.

이처럼 최근 무속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다. 실제로 유튜브에 ‘무속인 유튜브’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무속인 유튜버 영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우려로 인해 오프라인 점집 대신 인터넷 점집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취준생인 김모(26)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 문이 더 좁아져서 힘들다. ‘올해부터 풀린다’는 무속인의 말에 위안받았다. 점집에 가려면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복채도 부담스러운데 유튜브로 간편하게 운세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속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점집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번거로운 예약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복채 부담도 없는 이른바 ‘언택트(untact·비대면) 점집’인 셈이다. 무속인들은 국운 풀이나 코로나 전망 등을 예언하거나 띠별 운세, 관상, 사주 등에 대해 소개한다.

출처: 유튜브 채널 '푸하하TV' 캡처
배우 겸 무속인으로 활동 중인 정호근도 무속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치어리더 박기량의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푸하하TV' 캡처
레이싱모델 출신 지연수도 정호근에게 이혼 관련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배우 겸 무속인으로 활동 중인 정호근도 작년 3월 유튜브 채널 ‘푸하하TV’를 개설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인생 고민을 상담하는 ‘심야신당’을 진행하면서 유튜버로 데뷔했다. 정호근은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답답한 속마음을 신점이라는 형태로 위로하고 풀어주고자 콘텐츠를 기획했다고 했다. 영상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연예인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룹 NRG의 노유민, 개그맨 김경진, DJ DOC 이하늘의 친동생이자 45RPM 이현배, 레이싱모델 출신 지연수, 치어리더 박기량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들은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그간 말하지 못했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정호근은 이들의 사주팔자를 봐주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3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유튜브 채널 '베짱이엔터테인먼트' 캡처
유튜브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운세나 사주팔자를 보는 무속인 유튜버들.

최근에는 무속인 유튜버가 유튜브 실시간 생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운세나 사주팔자를 봐주기도 한다. 구독자 수 21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베짱이엔터테인먼트’에서는 ‘비대면 점집’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명의 무속인들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시청자가 댓글로 생년월일과 고민 등을 적으면 무속인이 풀이해주는 식이다. 원한다면 시청자는 ‘슈퍼챗’으로 복채를 낼 수 있다. 슈퍼챗은 유튜브의 콘텐츠 구매 플랫폼이다. 국내 인터넷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후원 기능인 별풍선과 비슷한 기능이다. 실시간 유튜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슈퍼챗을 보내면 채팅창에 남는다. 쉽게 말해 사이버 복채인 셈이다. 유튜브 데이터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를 보면 배짱이엔터테인먼트 채널은 작년 8월 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총 5492번의 슈퍼챗을 받아 6300여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안감과 언택트 문화가 결합하면서 유튜브 점집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무속인들의 주 고객층인 중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이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기면서 온라인 점집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본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보통 현실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점집을 찾는다.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무속인의 말을 듣고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될 거다’ ‘성공할 거다’라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자기 예언을 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의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속인의 말을 지나치게 믿고 모든 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점점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SBS 뉴스 캡처
정인양 혼을 실은 상태라면서 한 무속인 유튜버가 올린 영상.

또 최근에는 수익 창출을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관심을 끄는 무속인 유튜버들이 등장해 비판 받고 있다. 일부 무속인 유튜버들이 최근 양부모의 학대를 받아 숨진 정인이와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었다. 무속인 유튜버 A씨는 ‘정인아 미안해’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A씨는 마치 정인이에게 빙의한 듯 말한다. 그는 “난 아팠고 ‘삐뽀삐뽀’ 아저씨들이 나를 내버려 뒀어요. 아빠는 보기만 했어. 내가 맞는 것 보고도 그냥 가만히 있었고, 엄마는 틈만 나면 때렸어요”라고 말한다. 

출처: SBS 뉴스 캡처
정인이와 영적 대화를 했다는 무속인 유튜버.

또 다른 무속인 유튜버 B씨는 “정인이와 영적 대화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영상을 공개한다”고 했다. 그는 양부모의 친딸을 가해자로 묘사했다. 영상에서 B씨는 “난 언니 장난감이었어. 언니가 날 뾰족한 거로 찔렀어”라면서 학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조회 수를 올려 돈을 벌려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무속인 유튜버는 안타까운 마음에 올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무당이다 보니까 그 사람 영혼을 제 몸에 싣는 거다. 죽은 아이를 두고 장난을 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이어지자 일부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댓글 창을 차단했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가수 겸 배우 설리 사망 당시에도 무속인이라고 한 유튜버가 설리와 접신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눈을 감고 종과 부채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설리가 접신한 것처럼 행세하면서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나 혼자였고, (사람들이) 진심으로 생각해주지 않았다. 내가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누구도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고 했다. 이 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무속인이어도 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얼굴을 알리고자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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