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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직업만 5개인 공대 출신 아나운서입니다

조회수 2020. 12. 2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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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작가, 크리에이터..이게 다 내 가치를 높이는 브랜딩이죠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낚시하는 분홍 머리 크리에이터. 데뷔 2주 차 신인 작가.


모두 다른 사람 같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다. 8년 차 아나운서이며 크리에이터이자 갓 데뷔한 신인작가인 그는 '임현주(35)'다. MBC 아나운서국 소속으로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 아나운서는 이를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브랜딩'이라고 한다. 직장은 물론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의 활동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현주 아나운서에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본인 제공
임현주 아나운서.

어린 시절부터 아나운서를 꿈꾼 건 아니었다. 수학을 좋아했던 임현주 아나운서는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공대생이었는데, 아나운서를 준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졸업반을 앞두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방황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지만 학점이 모자라 그냥 휴학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어요. 인턴십도 하면서 지내다 어느 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고등학생 때 무대에서 축제 진행을 하던 내 모습, 그런 무대에서 실전에 강했던 나를 쭉 짚어봤습니다. 그때의 제 모습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동안 배운 것과 무관했지만 꽂히거나 하고 싶은 건 일단 시작해봐야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했죠."


-언론사 입사 시험은 '언론고시'라 불릴 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어땠나요?


"낙방도 많이 했지만 재밌었어요. 또 스스로 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처음엔 1차, 2차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시험을 거듭할수록 최종 단계까지 올랐죠. 그러나 최종에서도 많이 떨어졌고 좌절도 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나 자신을 믿었기에 25살, 지방 방송국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2009년 KNN에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 후에도 계속 방송국 공개채용에 지원하고 시험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정규직 아나운서를 목표로 계속 나아갔다. KBC 광주 방송을 거쳐 JTBC 1기 아나운서 자리까지 올랐다. 정규직이었으나 그의 도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처: 본인 제공
MBC 입사 당시 프로필 사진과 뉴스 진행하던 모습.

2013년 다시 MBC 공개채용에 지원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롤 모델 중 MBC 아나운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임 아나운서의 나이 29살, 지원자만 약 3700명이었다. 결국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꿈꿔왔던 직장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원하던 곳에 들어왔지만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원하는 직장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항상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도전하며 살았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아나운서는 그런 직업군 중 하나였죠. 자신감 있게 말하고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송국에 들어오니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기보다 일단 선택을 받아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러니하게 내공이 적은 낮은 연차 때 기회가 많이 찾아와요. 시간이 지나면 실력과 내공은 늘지만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환경이었죠.


저 역시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뉴스 앵커를 맡았고 당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7년전 만해도 연륜 있는 남자 앵커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여자 앵커의 조합이 100%였습니다. 여자 앵커에게 기대하는 신선함이나 외적인 아름다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죠. 그렇게 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뉴스를 맡으니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의 선택을 받아야 해 기대치에 나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수동적으로 변해있었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회사에 나를 맞추고 변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정작 저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어요. 점점 지치고 어두워졌죠. '더 이상 타인의 기대와 기준에 나를 맞추고 싶지 않다.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휴가도 다녀왔습니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니 성격도 다시 밝아졌습니다."


-직장에서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남들이 안 하니까 안 하는 게 맞는 거구나’하고 넘겼다면 이제는 ‘진짜 안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선택을 할 때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깊이 들어가 보고 그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냥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안돼’라는 의문으로 들여다봤을 때 안 되는 마땅한 이유가 없는 게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시작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안경을 쓰고 방송하는 임현주 아나운서.

임현주 아나운서는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고 넥타이를 매고 방송에 출연했다. 모두 그의 선택이었다. 그전까지 방송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달라진 건 겉모습뿐이 아니었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일 외에 좋아하는 것을 찾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했다.


-어떤 일들을 시작했나요.


“현재 회사 동의하에 아나운서, 작가, 칼럼니스트, 모더레이터,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하면서 ‘나도 할 수 있구나.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프로그램에서 선택 못 받으면 어떡하지, 내 정체는 뭘까’하는 생각이 없어졌죠. 이런 활동이 일종의 ‘브랜딩’이에요. 평생직장이 아닌 요즘 ‘믿는 구석’을 만들기 위해서뿐 아니라 자존감을 위해 필요합니다. 일 외에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활동이 있으면 긍정적인 선순환이 생겨 직장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주도성을 갖게 됩니다.”


본업은 물론 일간지에 칼럼 연재를 하는 칼럼니스트, 영화 모더레이터, ‘몸과 마음의 양식당’, ‘임아나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등으로 바쁘게 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첫 에세이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출간하면 ‘신인 작가’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그는 “나의 과정, 계기를 담았다. 자신이 주도권을 놓친 것 같다는 순간에 있는 분들이 읽고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위안을 주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했다.

출처: 본인 제공
임아나 채널에서 낚시하는 모습과 '몸과 마음의 양식당’에 출연한 모습. 2년 전만해도 아나운서가 유튜브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임 아나운서는 "발랄한 성격이고 이와 맞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진지한 뉴스만 하다보니 '이런 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튜브가 떠올랐다. 국장님의 공식 허락을 받고 시작했다. 그 이후로 사내 외부 활동 규정이 생겼다"고 했다.
출처: 본인 제공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좌). 책을 내기전 소수의 인원을 모아 자신이 쓴 글을 보내주기도 했다(우).

-직장에서 맡은 일 외에 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눈치가 보이고 두려워 시작을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조언을 해주자면요?


“처음 제가 쓴 글 보면 엉망진창입니다.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좋은 책을 쓰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글을 썼어요. 또 글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으로 통해 계속 발전해 왔고 결국 책을 낼 수 있었죠. 중요한 건 하고 싶으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슬쩍’ 해보는 겁니다. 망할 수도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책을 낼 거야. 출판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면 막막했을 겁니다. 브런치, 이메일 서비스 등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면 언젠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건 그 일에 압도 당하면 안 됩니다. 좋아서 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자신을 잘 들여다 봐야합니다. 힘들면 쉬어갈 수도 있어야 해요. 인생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시간과 변화 거쳐 지금의 ‘임현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20대까지만 해도 ‘혼자서도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서 나아가려고 하면 힘에 부칠 때가 많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드는 순간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재정립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이고 하나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저답게 살아갈 수 있더라고요.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아낌없이 살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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